혁신 기술로 위기 돌파… 신사업 개척해 기업가치 높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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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100년을 이끌 건설 기술] 원전-친환경-안전 위기 관리 ‘삼지창’
해외 원전사업 확대하고 에너지 분야 진출
브랜드 가치 높이는 동시에 안전관리 만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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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시작된 원자재 가격 급등은 건설업계에도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시장까지 얼어붙으며 건설사들은 친환경·에너지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세계 주요국의 원전 비중 확대 정책에 맞춰 대규모 원전 수주에 나서거나 차세대 원전으로 불리는 소형모듈원전(SMR)으로의 시장 진출이 눈에 띈다.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 수처리, 그린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분야 진출에도 나서고 있다.

신산업 외에 기존의 주력 산업인 주택사업 등에서도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신규 주거 브랜드를 선보이고 주택 상품 차별화 전략 등의 생존 전략을 펼치고 있다. 안전 규제 강화와 높아진 소비자 기준에 맞춰 안전관리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작업도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있다.

건설사 새 먹을거리 ‘원전’

전 세계 에너지 수급 불균형으로 안정적인 전력 발전원이라 할 수 있는 원전의 수요도 급격히 늘고 있다. 원전 강국인 한국에서도 건설사를 중심으로 원전 관련 사업 진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22일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신규 건설 공사 입찰자격사전심사를 단독으로 통과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삼중수소제거설비 계약을 체결해 국내 최초로 동유럽에 진출하기로 했다. 현대건설은 최근 영국 런던에서 미국과 영국의 관련 기업과 함께 영국 원자력청 SMR 기술 경쟁 공동 참여에 관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은 신년 서신에서 “글로벌 흐름에 따라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립해 고부가가치 해외사업에 역량을 결집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1985년 원자력부를 출범하며 일찌감치 원전 시장에 발을 들였다. 2022년에는 기존 팀 단위 조직이었던 원자력 부문을 원자력사업실로 격상해 SMR을 중심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현재는 캐나다 초크리버 4세대 원자로 실증사업을 진행 중이다. 2021년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진행했던 캐나다 SMR 건설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원전사업 확대를 위해 원자력사업추진반을 원자력사업단으로 확대 개편했다. 영업부터 시공까지 일괄 수행해 원전산업 동력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이런 노력으로 지난해 11월 30일 현대건설, 두산에너빌리티와 함께 신한울 3·4호기 주설비공사 낙찰자로 선정됐다. 지난해 12월에는 서울대학교병원 중입자가속기 사업을 수주해 원자력 이용 시설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에너지 사업 분야 보폭 넓히는 건설사

원전 외에도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대한 건설사들의 사업 진출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GS건설 자회사인 수처리업체 GS이니마는 지난해 7월 아랍에미리트(UAE) 수전력공사가 발주한 약 9200억 원 규모 슈웨이하트 4 해수담수화사업을 수주했다. 이 사업은 기존 담수화플랜트 단지에 하루 약 32만 ㎥ 규모의 해수담수화시설을 추가 신설하는 사업이다. 2022년에는 세계 최고 권위의 물 산업 조사기관인 GWI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한 2022 글로벌 워터 어워드에서 GS이니마의 칠레 아타카마 해수담수화시설이 올해의 담수플랜트에 선정되기도 했다.

DL이앤씨는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 활용 분야에서 돋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약 10년 전부터 전력연구원이 주도한 이산화탄소 포집 관련 국책 연구과제 1, 2단계에 모두 참여하며 관련 플랜트 설계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DL이앤씨는 하루 3000t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설계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연구기관 협력사들과 공동연구를 통해 탄소를 최대 90% 줄이는 친환경 콘크리트 개발에 성공했다. 또 연료전지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스마트팜에서 활용하는 기술과 이산화탄소 포집·활용 시설의 투자비와 운영비를 회수할 수 있는 플랜트 기술개발에 나선 상황이다.

SK에코플랜트도 친환경 에너지 사업의 매출 비중을 늘리는 등 사업 영역을 전환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캐나다 월드에너지 GH₂와 함께 대규모 그린 수소 상용화 ‘뉴지오호닉’ 사업을 진행 중이다. 캐나다 최동단에 위치한 뉴펀들랜드섬에서 풍력발전을 통해 생산한 전기로 물을 분해, 탄소 배출 없이 그린 수소를 뽑아내는 사업이다. 특히 이 사업은 최근 캐나다 수출개발공사로부터 약 124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얻어냈다.

금호건설은 다른 건설사보다 바이오가스화(KH-ABC) 기술개발에 일찌감치 성공했다. 금호건설은 가축분뇨와 음식물 쓰레기를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고농도 유기성 폐기물 혐기성 소화공법’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악취를 유발하는 시설의 지하화, 악취 저감, 전력 생산까지 가능하게 한다. 현재 충남 서산시와 제주도 제주시에 이 기술이 적용된 바이오가스화 시설을 준공했고 경기 파주에 새로운 시설 공사를 진행 중이다.

아이에스동서는 폐배터리 재활용(리사이클링) 분야를 선점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아이에스동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기차 해체부터 회수 소재의 제품화까지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밸류체인을 완성했다. 지난해 아이에스동서의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부문 매출액은 858억 원, 영업이익은 141억 원이다. 영업이익률은 16.44%로 동종 업계 대비 두드러지는 성과를 기록했다.

한양 역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소, 암모니아로 이어지는 청정에너지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전남 여수 묘도에 조성 중인 동북아 LNG 허브 터미널은 최근 GS에너지와 주주 간 협약을 체결했다. 또 2022년에 수주한 국내 최대 규모 수상 태양광인 98㎿급 해창만 수상 태양광 건설 사업에 참여해 현재 운영 중이다.

신규 브랜드 출시 등 기업가치 제고 ‘잰걸음’

시공 기술을 극대화하고 신규 브랜드를 내놓는 등의 기업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대우건설은 내년 푸르지오 에디션 2025를 발표할 예정이다. 2021년부터 매년 상품 전략 플랫폼인 푸르지오 에디션을 출시하며 자사의 주거 개념을 정립하고 있다. 내년 발표 예정인 푸르지오 에디션 2025는 ‘자연을 더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주거’ 등의 개념을 주택에 접목한다. 푸르지오 에디션 2025는 자연적인 요소를 입주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대우건설의 주택 브랜드 푸르지오와 푸르지오 써밋에 적용된다.

부영그룹은 전국에 약 30만 채 주택을 공급했다. 이 가운데 임대아파트 규모만 23만여 채에 이른다. 특히 임대주택 외에도 직원을 대상으로 출생아 1명당 1억 원씩 총 70억 원의 출산장려금을 지원하는 등 부영그룹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해 오고 있다.

한화 건설부문은 도시정비사업 위주로 1만여 채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주거 브랜드인 한화포레나도 2019년 출시 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포레나는 부동산R114가 발표한 지난해 베스트 브랜드 아파트 설문조사에서 상위 8개 안에 들기도 했다.

HL디앤아이한라는 최근 건설경기 악화에 대비해 내부적으로 부채비율을 낮추고 경기변동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운영 전략을 수립했다. 올해 초 약 305억 원가량의 현금을 확보했고 지난달 말 진행한 공모사채 발행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특히 서울 마포, 이천, 용인 등 수도권에서 5000채 규모 분양을 준비 중이다.

안전 강화로 소비자 신뢰 구축

지난해 건설부문에서 사상 최대 수준의 영업이익을 낸 삼성물산은 올해도 안정적인 사업 수주 및 분양에 역량을 기울이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12월 안전·보건 스마트 통합 플랫폼인 ‘세이프티-i 2.0’을 시작했다. 세이프티-i 2.0은 위험성평가, 작업계획서, 사전작업허가서, 안전교육 등의 안전관리 시스템 업무와 출입관리, 밀폐공간 관리 등 스마트 장비 관리를 통합한 전산화 프로그램이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데이터베이스 자료를 취합하고 분석하는 기능이 이전 프로그램에서 추가됐다.

우미건설은 건축 공정 과정에서 프리콘을 도입해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프리콘은 협력업체와 설계 단계부터 하나의 팀을 구성해 설계·공정관리 최적화를 추구하는 사업 전략이다. 이를 통해 시공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이나 설계 변경 위험을 최소화하며 안전관리와 원가절감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대방건설도 올해 ‘안전·보건 경영방침 및 목표’를 발표했다. 대방건설은 이를 통해 안전보건 체계를 구축하고 구성원 모두 위험성평가에 참여한 뒤 위험 요인을 감소하는 방안을 강구한다. 또 종사자 의견을 청취해 안전한 작업환경도 조성하기로 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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