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신분증, 알고보니 동명이인… 내 전세금 지키는 법[부동산 빨간펜]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15일 17시 00분


코멘트
이달 7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법원은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대규모 전세 사기를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건축왕’ 남모 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인천=뉴시스

최동수 산업2부 기자
최동수 산업2부 기자
이달 28일은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중 첫 사망자가 나온 지 1년째 되는 날입니다. 인천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살던 30대 A 씨는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대책위원회 관계자와 지인들에게 고맙다”는 메모를 남긴채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사건 이후 전세사기 피해 특별법이 제정되고, 피해자 지원 방안이 마련됐습니다. 정부에서는 피해자 지정, 경매 유예, 긴급 주거 지원, 전세보증금 대환대출 등 방안을 내놨습니다. 그럼에도 피해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는 전세사기 피해 사례를 통해 전세계약 때 무엇을 유의해야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독자 질문과 경기도가 발간한 ‘전세피해 예방을 위한 경기도 전세피해 사례집’을 참고했습니다.

Q. 2022년 8월 전세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전세 계약을 체결할 때 등기부등본의 주택 소유자와 직접 만나 공인중개사무소에서 계약을 진행했습니다. 전세사기가 걱정돼 주인의 신분증의 위조 여부도 확인했는데 문제없었습니다. 이후 입주일이 돼 잔금을 입금하고 이사를 하려니 다른 사람이 입주한 상태였습니다. 신분증을 확인했던 주택의 소유자는 나이가 비슷한 동명이인이었습니다. 계약을 진행한 사람은 알고 보니 중개보조원이었습니다. 소송을 하려고 알아보니 중개보조원은 잠적했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사연입니다. 중개보조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는 있는데 당장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방법은 없습니다. 결국 계약 단계에서부터 유의해야 하는데요. 이번 사례에서는 2가지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먼저 계약을 진행하는 자가 공인중개사인지 중개보조원인지 확인을 제대로 해야 합니다. 중개보조원은 공인중개사가 아닌 자로 개업공인중개사에 소속되어 중개대상물에 대한 현장 안내 및 일반 서무 등 중개업자의 중개업무와 관련된 단순한 업무를 보조하는 사람입니다. 중개보조원은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개설할 수 없고, 중개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한도 없습니다.

집주인 신분증 확인도 중요합니다. 신분증만 확인하는게 아니라, 주인이라고 나온 사람의 신분증에 나온 주민등록번호를 등기부등본에 기재된 소유자의 주민등록번호와 비교해봐야 합니다.”

전세 사기 예방 체크리스트
집주인 진위 확인
-등기부등본상 이름·주민등록번호와 대조
-대리인 나올 시 인감증명서 및 위임장 확인
중개 진행자 신분
공인중개사 자격증 소유 여부 확인
집주인 법인 유무
-세금 체납 여부 및 재무상태 확인
-집주인 법인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보험 상품만 가입 가능
다가구주택 선순위 보증금
확정일자 앞선 선순위 보증금 규모 확인
(계약 전 집주인에게 요구, 계약 이후 주민센터 확인 가능)


Q. 경기도 화성시의 오피스텔 전세를 알아보던 A 씨는 법인 소유 물건과 계약을 맺었습니다. 공인중개사도 문제가 없는 법인이라고 소개해줬고, 시세가 낮아 바로 계약했습니다. 하지만 입주 이후 법인으로부터 파산 통보를 받았습니다.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는데 전세금 돌려받을 수 있나요?

“선순위 세입자라면 경매를 통해 전세금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다만 유찰이 계속되면 회수율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법인은 법인세 등으로 개인보다 미납된 세금의 규모가 클 수 있습니다. 계약 전 지방세 및 국세 완납증명서를 요구해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임대인이 법인인 경우 전세보증보험 가입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만 가능하다는 점도 알아둬야 합니다. 법인의 파산 시 임금채권 등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임금채권이 세입자 보증금보다 우선순위일 수 있기 때문이죠. 때문에 법인 소유 부동산을 대상으로 계약을 체결할 때는 해당 법인의 재무 상태도 고려해야 합니다.”

Q. 2021년 2월 다가구주택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연립·다세대(빌라)와 달리 주인이 1명이라 불안했지만 “선순위 세입자들의 보증 금액이 많지 않다”는 집주인의 말을 믿고 계약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입주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경매개시결정 우편물을 받았습니다. 알고 보니 집주인이 선순위 보증금 규모를 속였습니다. 배당 재원이 부족해 보증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집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입니다.

“다가구 주택에서 전세계약을 할 때는 빌라보다 더 유의해야 합니다. 우선 위 사례에서 보증금의 액수가 소액보증금 우선변제 범위 내라면 최우선변제금 반환의 대상도 됩니다. 최우선변제금 범위를 넘어가면 확정일자 순서에 따라 배당을 순서를 부여받습니다. 먼저 입주해 확정일자를 받은 가구들이 많다면 경매 낙찰 이후에본인은 보증금을 다 돌려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 입니다.

다가구주택에 전세로 입주하는 경우 현재 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선순위자들의 보증 금액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주민센터에 방문해 다가구 선순위 보증금 열람을 요청하면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계약 전에 확인하는 경우 임대인에게 열람할 수 있도록 대리인 자격을 요청하면 됩니다. 특히 선순위 보증금 내역은 인터넷으로 발급할 경우 모든 호수의 보증금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꼭 오프라인으로 신청해야 한다는 점을 알아둬야 합니다. ”

‘부동산 빨간펜’에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부동산에 대해 궁금증을 넘어 답답함이 느껴질 때, 이제는 ‘부동산 빨간펜’에 물어보세요. 동아일보 부동산 담당 기자들이 다양한 부동산 정보를 ‘빨간펜’으로 밑줄 긋듯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해드립니다. 언제든 e메일(dongaland@donga.com)로 질문을 보내 주세요. QR코드를 스캔하면 ‘부동산 빨간펜’ 코너 온라인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