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 저PBR 종목 ‘폭풍 매수’… 개미들은 ‘차익실현’ 매도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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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한달만에 2600선 회복
외국인들 이달 4조4543억 순매수
저PBR 훈풍에 ‘빚투’ 다시 급증

외국인투자가들이 현대차·기아와 금융주 등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들을 대거 쓸어 담으면서 최근 코스피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저(低)PBR’ 투자 훈풍에 ‘빚투’(빚을 내서 투자) 규모가 다시 급증하는 등 투자 과열에 대한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8일까지 외국인투자가들은 국내 코스피에서 4조4543억 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코스피는 지난달 말 2,500 선이 무너졌지만, 이달 들어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에 힘입어 약 한 달 만에 2,600 선을 회복했다. 설 연휴가 시작되기 직전인 8일엔 전일 대비 10.74포인트(0.41%) 상승하면서 2,620.32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해 외국인들이 코스피에서 폭풍 매수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실제 외국인들의 투자는 기업의 자산 가치 대비 시가총액이 낮은 저PBR 종목에 집중됐다. 외국인들이 이달 들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현대차로 8일까지 총 1조2520억 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현대차는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뒀지만, 주가는 제자리걸음하면서 대표적인 저평가 종목으로 분류됐다. 외국인의 매수세에 현대차의 주가는 지난달 18만 원대에서 이달 8일 종가 기준 25만 원까지 급등했지만, PBR은 여전히 0.71배로 1배 미만이다.

외국인들은 현대차 외에도 기아(3244억 원), 삼성물산(2366억 원), KB금융(2225억 원), 하나금융지주(1806억 원), SK스퀘어(1426억 원) 등 PBR 1배 미만의 종목을 대거 사들였다. 이들 종목 대부분이 이달 들어 10% 이상 급등하면서 최근 코스피 상승 장세를 이끌고 있다.

외국인들이 저PBR 종목을 쓸어 담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은 해당 종목들을 매각하면서 차익 실현에 나섰다. 이달 들어 개인투자자들은 5조2583억 원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매도 상위 종목은 현대차(1조6451억 원), 삼성물산(2887억 원), 기아(2750억 원), KB금융(2240억 원)으로 외국인과 정반대 투자 경향을 드러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인과 개인의 투자 성향은 항상 정반대로 나타났다”며 “외국인들이 저평가 종목들의 주가 상승에 베팅한 반면, 개인들은 매도하면서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저PBR 종목 위주로 외국인들의 수급이 유입된 것에 대해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이차전지 등 성장주 중심의 투자가 일어났다면 올해에는 저평가 우량주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금융주 등은 최근 주가 상승에도 여전히 PBR 1배 미만이라 추가 상승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저PBR 종목 위주로 신용거래가 늘어나는 등 과열 양상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7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의 신용잔액은 9조6804억 원으로 지난해 말(9조166억 원) 대비 6638억 원(7.36%) 늘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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