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대주주 고통 분담 필요”… TY홀딩스 지분담보 추가 압박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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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 추가 자구안엔 사재출연 유력
최상목 “자구노력 아직은 좀 미진”
채권단 “오너일가 지분담보 내놔야”
11일 1차 채권단협의회가 분수령… 채권단 75% 동의땐 워크아웃 개시

태영그룹 지주사인 TY홀딩스가 8일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일부인 890억 원을 태영건설에 투입한 것은 채권단은 물론이고 정부 당국의 압박 강도가 점차 세지고 있어서로 해석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태영의 자구 노력이) 아직은 좀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태영그룹은 이에 윤세영 창업회장을 포함한 오너 일가의 TY홀딩스 지분(33.67%)을 KDB산업은행에 담보로 제공하는 등의 추가 자구안을 채권단에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이 강조해온 대주주의 ‘책임경영’을 확약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 태영, 오너 일가 지분 담보 제공 유력
TY홀딩스는 이르면 9일 이사회를 열어 블루원 담보 제공 및 매각, 에코비트 매각, 평택싸이 담보 제공 등을 의결할 예정이다. 채권단은 해당 자구 계획에 대한 구속력을 갖추기 위해 이사회 의결을 요구해 왔었다.

이 절차가 마무리되면 태영그룹은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신청 시 채권단과 합의한 4가지 선제 자구안은 일단 지키게 된다. 다만 워크아웃 개시까지 남은 관건은 추가 자구안이다. 11일 1차 채권단 협의라는 관문이 남아 있어서다.

태영그룹 오너 일가의 지분 담보 제공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대주주의 ‘고통 분담’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채권단의 요구 때문이다. 최 부총리 등 정부 당국자들은 8일 오전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서도 “충분하고 구체적인 추가 자구안 제시 등을 통해 채권단의 신뢰를 얻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이 2015년 그룹 정상화를 위해 산은 등에 신규 자금을 요청하며 금호타이어 지분을 담보로 제공한 것과 유사하다. 채권단 관계자는 “오너 일가가 내놓을 수 있는 지분 담보 규모는 태영건설 우발채무 규모(약 9조 원)에 비해 작지만 책임경영을 약속하는 차원에서 반드시 선결돼야 한다”고 했다.

오너 일가가 보유한 TY홀딩스 지분은 33.67%다. TY홀딩스 시가총액은 8일 종가 기준 2393억 원으로 이 지분의 담보가치는 804억 원가량이다. 채권단은 워크아웃 절차 중 추가 우발채무가 발생하면 담보를 무기로 오너 일가와 재차 협상을 벌이는 식으로 책임경영을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 4개월 뒤에야 채권단 신규 자금 투입
1차 채권단 협의회 전까지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추가 자구안을 포함한 관련 내용을 금융지주사, 농협중앙회 등을 통해 전달하고, 채권단이 워크아웃에 동의하도록 설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협의회에서 채권단 75% 이상이 동의하면 워크아웃 개시가 결정된다. 의결권은 산은이 파악한 609개 채권자 중 신고 완료한 채권액을 기준으로 부여된다.

워크아웃 성사 시 반대매수청구권을 누가 인수하는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반대매수청구권은 워크아웃에 반대하는 채권자가 본인의 채권액을 찬성 채권자에게 매수해 달라고 요구하는 권리다. 산은은 태영건설에 반대매수청구권을 직접 인수하라고 요구했지만 태영건설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만약 태영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찬성 측이 반대 측 채권을 매수하는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찬성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채권단은 워크아웃 개시가 이뤄지면 3∼4개월 실사를 진행하게 된다. 이후 2차 채권단 협의를 거쳐 채권단의 신규 자금이 투입된다. 신규 자금 투입 전까지 발생하는 유동성 부족은 태영건설 스스로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 채권단 입장이다. 4가지 선제 자구안을 강력히 요구했던 이유다.

TY홀딩스 지분 담보 제공은 물론이고 기존 자구안 이행에도 유보적이던 태영건설의 태도가 주말 사이 급변한 것은 금융당국과 대통령실의 강한 압박이 잇따랐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특히 태영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SBS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정부와 채권단 등이 언급하면서 태영 내부에서 “이러다 다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태영그룹#채권단#워크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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