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더 버텨줘”…허블·보이저, 늙어가는 우주 탐사 선봉장들

  • 뉴시스
  • 입력 2023년 12월 9일 15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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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블 망원경, '자이로스코프' 문제로 안전 모드 가동…임무 중단돼
부품 노후화로 최근 임무 지장 잦아져…물리적 파손 시 수리도 곤란
보이저 탐사선도 한계 봉착…수명 연장 계속되나 2030년께 떠날 듯

20세기부터 우주 탐사를 이끌어온 미 항공우주국(NASA)의 허블 우주망원경과 보이저 탐사선 등이 점차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블의 경우 부품 고장 등이 잦아지고 있고, 보이저 또한 교신을 위한 동력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9일 나사에 따르면 허블 우주 망원경은 관측 방향 조정에 활용되는 부품인 ‘자이로스코프’ 문제로 지난달 말부터 안전 모드에 들어갔다.

허블에는 총 3개의 자이로스코프가 구동 중인데, 이 중 하나라도 오류가 발생하면 안전 모드가 자동으로 작동한다. 허블이 안전 모드에 들어가면 모든 관측 활동은 중단된다. 다만 나사는 허블의 장비들은 모두 안정적이고 망원경 자체도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허블은 지난 달에만 안전 모드가 3번 작동했다. 19일과 21일에도 안전 모드 가동으로 관측 활동이 중단되며 나사가 복구 작업에 성공했으나, 23일 또다시 안전 모드에 접어들었다.

허블이 자이로스코프 문제로 작동을 중지한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지난달 23일부터 시작된 안전 모드가 비교적 오래, 2주 가까이 지속되면서 일각에서는 허블의 상태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나사는 점검 결과 이르면 8일(현지시간)부터 허블이 관측 임무를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33년째 우주 관측 중인 허블…물리적 파손 생기면 사실상 수리 불가 우려

허블은 지난 1990년 발사된 이후 30년 넘게 인류가 우주를 관찰하는 눈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당초 이번에 문제가 생긴 자이로스코프는 총 6개가 장착됐었으나 시간이 지나며 현재는 총 3개만 구동 중인 상황이다.

나사는 효율성을 위해 3개의 자이로스코프를 사용하고 있지만 필요 시에는 1개만 구동해도 관측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자이로스코프 문제로 안전 모드가 계속 되는만큼 새로운 운영 방식을 택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허블이 30년 넘게 임무를 수행해온 만큼 자이로스코프 뿐만 아니라 이미 대다수 부품이 노후화된 상태다. 지난 2021년에는 내부 컴퓨터에 장애가 발생하며 한달 가량 임무가 정지되기도 했다.

나사는 허블 발사 이후 직접 우주비행사를 보내 수리를 하곤 했으나, 나사가 운용했던 우주왕복선들이 지난 2011년 모두 퇴역하면서 직접 수리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허블에 소프트웨어가 아닌 물리적 부품 파손 등 문제가 발생하면 복구가 사실상 불가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파손 뿐만 아니라 노후화로 인해 수명이 길게 남지 않았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46년째 우주 여행 중인 보이저…수명 연장 총력에도 2030년께 연결 끊길 듯

허블에 앞서 우주 탐사의 시대를 열어젖힌 우주탐사선 보이저도 올해 한차례 소동을 겪은 바 있다. 올 상반기 예비 전력을 써 수명을 연장한 이후 지난 7월 지상과의 교신이 끊겼다.

1977년 발사된 보이저 2호는 약 46년째, 지구에서 약 199억㎞ 떨어진 곳에서 심우주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지난 2018년 태양계를 벗어난 이후에도 끝없이 우주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교신 두절 문제는 7월21일 나사가 명령 신호를 보낸 이후 안테나가 의도치 않게 틀어졌고, 이로 인해 보이저 2호와 나사 DSN(심우주 통신망) 간 통신이 중단되며 나타났다. 당시 보이저의 안테나는 불과 2도 틀어졌는데, 워낙 지구와 먼곳에 떨어져있다보니 이같은 차이가 엄청난 오차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후 나사는 약 2주간 복구 작업을 통해 8월5일 보이저와 ‘성간 외침’이라고 불리는 명령 신호를 주고 받는 데 성공했다. 당시 명령 신호가 보이저에 닿고 응답을 받기까지는 약 18.5시간이 걸렸다. 보이저가 2주 동안 교신이 끊긴 것은 발사 이후 최장 시간이었다.
교신 중단 소동은 무사히 해결됐으나, 보이저도 발사된 지 46년이 지난 만큼 수명에 대한 우려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더군다나 당초 4년 계획으로 출발했던 보이저 프로젝트가 이처럼 장기화되면서 변수가 더 많은 상황이다.

이미 나사는 보이저의 예비 전력을 활용하고, 고장났거나 중요도가 적은 장비를 끄고 여유 전력을 끌어오는 등 수명 연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보이저 1호와 2호는 모두 방사성 물질인 플루토늄 238의 자연 반감에서 발생하는 열을 전기로 바꿔주는 ‘방사성동위원소 열전기 제너레이터(RTG)’로 자체 동력을 공급하고 있다. 플루토늄 238의 반감기는 약 87년으로 이미 출력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보이저의 수명은 2025년께 종료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지속적인 전력 확보로 최장 2030년까지는 운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나사는 지난 10월 탐사선 추진기의 이물질 적체를 막기 위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까지 적용하며 또 한번 보이저 수명 연장에 나서기도 했다.

한편 점차 수명의 끝이 다가오고 있는 허블과 보이저는 현재도 교과서에 실려있는 수많은 우주사진을 촬영해 낸 공신들이다. 허블은 대기권 방해가 없는 우주 공간에서 ‘허블 울트라 딥 필드’를 비롯한 수많은 은하 사진을 촬영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항해자’로 불리는 보이저는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등 태양계 외행성(목성형 행성)들을 모두 직접 찾아가 관측한 정보를 보내줬다. 현재까지도 태양계 가장 바깥에 있는 천왕성과 해왕성을 방문한 탐사선은 보이저 2호가 유일하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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