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험인증 수요 발굴해 우위 선점… “2030년 매출 2000억 목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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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ck&Biz] 디티앤씨
통신-자율주행 등 사업영역 확장… 조직-인력 정비해 성장 드라이브
부산시와 車 전장 시험인증 대응… 사이버보안 전문팀 구성-운영

‘시험인증’은 기업이 제품 판매에 앞서 각 국가의 품질, 안전, 환경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다. 전자제품의 외부나 포장에 KC 인증, CE 마크 등 여러 인증 마크가 표시돼 있는데 이는 정부 등 규제 기관이 해당 제품의 판매를 허가했다는 뜻이다.

시험인증은 과거 국민 안전을 위한 ‘규제’라는 평가가 강했지만 현재는 고객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판매를 촉진하는 역할로 발전했다. 제조업의 후행 규제 산업에서 벗어나 전방위적 산업 발전 촉진에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시험인증을 ‘어디에서’ 했느냐에 따라서 그 신뢰도에도 차이가 난다.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의 시험인증 및 적합성 평가는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 꼭 필요하다.

빠르게 성장하는 시험인증 시장에서 신규 사업을 지속 발굴하며 국내를 넘어 글로벌 공략에 나선 기업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

해당 분야에서 20년이 넘는 업력을 자랑하는 디티앤씨(회장 박채규)가 그곳이다. 최근 이 회사가 신규 비즈니스를 확대하며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시험·인증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다시 한번 비상을 준비 중이다.

미래 산업의 시험 평가 기반 구축으로 새 시장을 창출하고 새롭게 도약할 채비를 마친 시험인증 절대 강자의 성장 전략을 살펴봤다.



23년 업력… 조직·인력 재정비로 성장 드라이브
최근 시험인증 시장에서 디티앤씨의 보폭이 넓어지고 있다. 통신, 사이버 보안, 자율주행, 원자력 선급 분야로 사업 영역 확장을 추진 중이다. 시험인증 신수요 분야에 대한 설비와 전문인력 확보에도 나섰다. 한층 더 치열해지는 인증 산업 분야에서 신규 사업을 지속 확대해 2030년 매출 2000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디티앤씨는 올 초 무선 제품의 사용 환경에서 소비자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사이버보안’ 전문팀을 구성하고 시험 분석 장비를 추가로 구축한 데 이어 내년부터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원자력 관련 인증 수요에 대비해 조직과 인력을 재정비하고 나섰다.

또 전기차 배터리 충·방전 기기와 자동차 검사 장비 투자를 늘리며 검사기관으로 거듭날 채비를 마쳤고 지난달에는 부산·경남권의 조선 및 자동차 전장, 방위산업 시험인증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부산시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속도감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베트남 자회사인 ‘디티앤씨 비나’를 발판으로 국내를 넘어 미국, 유럽, 중국 등 해외 진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디티앤씨가 해외시장을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시험인증 시장의 성장성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국내 시험인증 생태계에서는 글로벌 수준의 유망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디티앤씨는 2024년을 붐업을 위해 도약하는 해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다운턴(하강 국면) 시기에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한다면 기회가 왔을 때 크게 도약할 수 있는 에너지를 축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채규 회장은 “외국계 시험기관의 독주 체제를 견제함과 동시에 쟁쟁한 해외 대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촘촘하게 분야별 기술을 축적하고 고객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맞춤형 서비스로 밀고 가야 한다”며 “본격적으로 북미나 유럽 지역 시험인증 서비스 수요를 발굴해 해외시장 진출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자파 적합성 평가 강점… 자동차 전장까지 확대
자신감은 기술력에서 나온다. 디티앤씨는 태생부터 전자파 시험인증 사업을 할 목적으로 설립됐다.

1999년 창업한 이 회사는 전기·전자기기 전문 시험인증 서비스를 제공하는 코스닥 상장기업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시험인증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특정 제품이 국가나 단체로부터 시험·인증을 취득할 수 있게 돕고 있다.

사업부는 크게 전자, 전장과 기간사업으로 구분된다. 이 밖에도 조선, 신뢰성 시험 등 여러 분야의 인증 서비스를 제공한다.

디티앤씨는 KC 마크,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인증, 유럽공동체마크(CE) 인증과 관련한 전문성 높은 시험인증 서비스로 유명하다. 특히 강점을 발휘하는 분야는 EMC(전자파 적합성) 시험이다.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의 EMC 시험 및 적합성 평가는 시장 경쟁력 우위 확보를 위해 꼭 필요하다.

디티앤씨는 통신과 사이버보안, 원자력, 방위산업, 우주·항공, 선박 등 늘어나는 시험인증 수요에 대응하며 EMC 시험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동차 전장(차량에 사용하는 전자장비와 소프트웨어가 합쳐진 것) 전자파 AI(인공지능) 시험 분야 개발 및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회사는 이미 자동차 전장 전자파 시험인증 자체를 80% 이상 AI로 진행하는 데 성공했다.

글로벌 시험인증 시장 규모 300조 원
시험인증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는 형국이어서 사업 전망도 밝다.

국내외에서 시험인증 시장은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는 추세다. 지난 2020년 기준 국내 시험인증 산업 시장은 약 14조7000억 원 규모이고 제3자 전문 기관이 수행하는 서비스 시장은 약 7조5000억 원, 연평균 10.2%로 고도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험인증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제 검사기관인 SGS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글로벌 시험인증 시장 규모는 약 312조 원이고 전체 시장은 연평균 5.9%, 서비스 시장은 9% 성장했다. 특히 최근 글로벌 디지털 시장의 성장이 가속화되면서 사이버 공격 피해도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시험인증 시장도 덩달아 커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사이버보안을 강화하려는 국제적 움직임도 이 회사에는 호재다.

EU(유럽연합)는 사이버보안 요구 사항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유럽인증(CE) 마크를 부착, 유럽으로 수출할 수 있도록 하는 사이버보안법을 지난해 9월 제출했다.

미국 정부는 사이버 위협으로부터 국가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해 ‘국가 사이버보안 강화법’을 시행했다.

이어 지난 7월에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미국 시장에서 유통되는 스마트폰·TV·냉장고·가정용 CCTV 등 사물인터넷(IoT) 제품의 해킹 위험성 등을 점검해 보안 기준을 충족한 제품에 ‘정부 인증 마크’를 부착하는 정책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정부 차원에서 사이버보안 체계를 제도화한 셈이다.

사이버보안 규제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해외시장 진출이 사실상 불가해지면서 시험인증 시장이 황금알을 낳는 신시장으로 부각된 것이다.

사이버보안 조치가 이처럼 강화되는 시점에서 디티앤씨는 발 빠른 선제 대응으로 해외발 시험인증 수요 증가의 수혜를 예고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디티앤씨는 최근 무선 네트워크 및 개인정보 등에 대한 사이버보안 전문팀을 구성하고 시험 분석 장비를 구축해 운영에 들어갔다. 내년에는 국내외 기업을 대상으로 시험 및 인증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이며 나아가 북미 IoT 기기, 의료기기, 오토모티브 분야에 이르기까지 시험 서비스를 확장할 예정이다.

원전 사업 기지개에 수혜주로 떠올라
원전 분야에서 움츠렸던 날개를 펴고 새롭게 도약할 채비도 마쳤다.

디티앤씨는 그동안 신고리 5, 6호기 원전 및 국내외 가동 원전용 기자재 성능 검증 분야에 참여해 왔다. 그 결과 국내 원전 부품 인증 분야에선 축적된 노하우가 독보적이라는 평가다. 한국원자력안전재단 성능 검증기관 1호 인증을 받았고 이미 한국형 수출형 원전인 UAE의 BNPP(바라카 원전) APR1400 원자로 건설 프로젝트 성능 검증에 참여한 바 있다.

인증 업계에 따르면 “탈원전 정책으로 지난 5년간 시험 수요가 급감해 신규 투자나 사업 유지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었다”며 “현 정부가 원전 비중 확대 정책을 밝힘으로써 내년부터 원자력 관련 인증도 늘어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디티앤씨는 조직과 인력을 재정비해 외국계 시험기관의 독주 체제를 견제함과 동시에 국내 고객사 대상으로 높은 수준의 품질과 합리적 비용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자동차 재사용 전지의 안전성 검사 영역에서도 성과가 기대된다.

지난달 산업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이 전기차의 사용 후 전지를 폐기하지 않고 재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안전성 검사 제도를 본격 시행한다고 밝히면서 관련 시장 공략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충·방전기와 자동화 검사 장비 등 미래 성장성이 높은 영역에 투자하고 있는 디티앤씨는 이르면 내년 2월경 검사기관 지정을 완료한다는 전략이다.

지난달에는 부산·경남권의 방위산업과 조선 및 자동차 전장 관련 늘어나는 시험인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부산시와 MOU를 체결했다.

디티앤씨는 부산 강서구에 올해 하반기부터 2030년까지 약 100억 원을 투자해 시험인증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며 내년 4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를 통해 지방에 있는 기업들에 신속한 시험인증을 제공하는 한편 용인 본사와 긴밀하게 협업해 제품 이동 시의 불편과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등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전기·전자제품의 안전 분야 영역으로도 사업 분야를 넓힐 계획이다. 내년에는 한국인정기구(KOLAS)의 제품인증(ISO/IEC 17065) 기관 공인 자격을 확보해 공신력을 높이고 후속으로 제품안전기관 지정을 추진해 국제적 시험기관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출 예정이다. 즉, 국내 및 해외 기업들이 KC 인증을 손쉽게 취득할 수 있도록 디티앤씨 본사와 중국, 베트남, 일본 등 해외 지사와 협력한다는 전략이다.

디티앤씨의 베트남 자회사인 디티앤씨 비나의 활약도 돋보인다. 디티앤씨 비나는 최근 베트남 정통부(MIC)로부터 세계 최초로 5G RF 시험기관으로 지정받았다.

이를 발판으로 삼아 한국, 미국, 유럽, 중국 등 신규 고객사 유치 활동을 통해 해외에서도 이익을 창출해 나갈 계획이다.

“장르-플랫폼 다각화해 성과낼 것”


박채규 디티앤씨그룹 회장 인터뷰


“시험인증 시장에 다시 훈풍이 불고 있습니다. 대외적인 환경도 우호적이어서 사업 전망도 밝아요. 국내 및 해외 시장을 정조준한 신사업 발굴로 반전의 기회를 노릴 겁니다.”

박채규 디티앤씨그룹 회장(사진)은 “시험인증 분야에서 향후 영업이익 등 실적 개선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통신, 사이버보안, 자율주행 등 신수요 분야에 대한 설비와 시험인증 전문 인력 확보를 통해 한층 더 치열해지는 인증 산업 분야에서 신규 사업을 지속 확대해 2030년 매출 2000억 원 달성을 위해 전력투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엔데믹 시대를 맞아 디티앤씨의 새로운 모멘텀 확보와 중장기적 성장을 위해 글로벌시장 공략에 고삐를 더욱 바짝 죌 것이라고 전했다. 해외 시험인증기관과 견주어도 손색

없는 ‘K-인증’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해외시장 진출도 누구보다 앞서 추진할 방침이다.

그는 시험인증 시장에서 퀀텀점프에 도전하겠다는 구체적 계획도 공개했다. 현재 가장 힘을 주고 있는 영역은 해외 사업이다.

“최근 무선 네트워크 및 개인정보 등에 대한 사이버보안 전문팀을 구성하고 시험 분석 장비를 구축해 운영에 들어갔다. 신규 사업 진출에 수반되는 모든 시험을 진행할 수 있는 설비 역량을 구축해 시험인증 선도 기업의 지위를 확실하게 굳힐 것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사업 성과를 쌓았다면 내년부터는 장르와 플랫폼 다각화를 통해 해외시장에서도 성과를 보이겠다는 얘기다.

수출 기업들은 사이버보안 생태계 구축이 꼭 필요하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EU 등 해외시장에 ICT 제품 및 서비스를 판매하려는 우리 기업은 지금부터 사이버보안 인증 획득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국제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사이버보안 규제에 신속 대응해 국내 제조기업의 해외 수출에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다.”

박 회장은 최근 산업 전반에 현금이 원활히 돌지 않아 시험인증 업계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업력이 길고 어려웠던 시기도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에 수익성 관리는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했다. 자동차 전장 기기를 주축으로 정보통신 기기에 대한 매출이 늘어나며 성장 기대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최근 베트남 디티앤씨 비나에서 좋은 이벤트가 마련된 만큼 5년 내 아시아를 대표하는 시험인증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다. 이제는 ‘어떻게 생존하느냐’가 아닌 ‘어떻게 해야 더 성장하느냐’가 관건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시장까지 겨냥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인증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물색할 계획이다.”

황해선 기자 hhs255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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