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가 있는 공간 창조” 30년 노하우로 위기 관리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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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기업이 미래다] 은탑산업개발㈜

서울 강남구 ‘신사 미(美)타워’ 전경.
서울 강남구 ‘신사 미(美)타워’ 전경.
현재와 같은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경우 부동산 시장 경색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흐름이기에 뾰족수를 찾기 쉽지 않다.

은탑산업개발㈜은 어려움 속에서도 활로를 찾아온 저력을 바탕으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30년간 은탑산업개발의 역사는 위기 돌파의 연속이었다. 위기 속에서 차근차근 성장을 통해 오피스와 주상복합, 공동주택 건설 분야에서 강소기업으로 거듭났다.

회사는 당초 주택만 공급하다가 점차 오피스, 주상복합, 부동산 개발 등으로 영역을 넓혀 나갔다. 은탑산업개발은 창립 이듬해인 1994년 잠실에 ‘은탑빌라’라는 소규모 공동주택을 선보이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시만 해도 주택은 튼튼하게 짓기만 해도 된다는 인식이 팽배했지만 은탑산업개발은 고급 주택 문화를 선도한다는 생각으로 디자인과 조경에 큰 투자를 해 입주민의 큰 호응을 얻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속에서도 1999년부터 공동주택 외에 오피스와 주상복합 건물로 영역을 확장하며 사세를 키웠다. 2006년 역삼 오피스타워부터 2009년 논현 헤리츠타워, 신사 미(美)타워를 잇달아 건축하며 위기 와중에도 사업 확장을 이뤄냈다. 특히 논현 헤리츠타워는 건축 백화점이라는 콘셉트로 지역 랜드마크로 키운다는 야심을 가지고 부동산 개발 전 공정을 회사가 직접 진두지휘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터지자 대형 컨벤션 사업으로 건물 용도를 전환했다. 교통 여건과 인근 오피스 밀집 상황 등 입지 조건을 보고 임상황 회장이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사업 콘셉트가 바뀌면서 지하화 공사 비중을 늘려 자주식과 기계식 등으로 많은 주차 공간을 확보해 컨벤션 사업에 적합한 형태로 건물을 탈바꿈시키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전문 진료 과목의 병원들이 입주한 메디컬 빌딩인 신사 미타워는 2010년 ‘강남구 아름다운 건축물’에 선정되며 은탑산업개발의 이름을 더 널리 알리게 됐다. 당시만 해도 슬럼화됐던 신사동 사거리의 이미지를 탈바꿈시키는 새로운 디자인을 도입 업계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게도 랜드마크로 인정받았다.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역세권 청년주택)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역세권 청년주택)
은탑산업개발은 역세권 청년주택, 각종 오피스 빌딩,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등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하는 주택 공급 사업에도 적극 참여해 품질 좋은 주택을 공급하는 데 기여해왔다. 업계에선 은탑산업개발을 두고 단순히 건물을 만드는 곳이 아니라 ‘공간의 색을 입혀주는 기업’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정도 경영, 디벨로퍼의 기본 조건”

임상황 은탑산업개발㈜ 회장 인터뷰

“멀리 봐야 합니다. 당장의 이익보다 개발 시 발생할 문제점, 그리고 개발 후 정상적인 운영까지 미리 시뮬레이션해 봐야 하는 것은 디벨로퍼의 기본 조건이죠.”

임상황 은탑산업개발 회장(사진)은 부침이 심한 부동산 시장에서 30년 넘게 살아남은 비결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프로젝트 현장의 공사 과정에서 법적 절차, 환경 규정을 준수하더라도 주민, 행인들에게 본의 아니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발생하곤 하는데 마찰을 빚는 대신 순리대로 풀며 해결 방안을 찾자는 주의다”라는 말에서 고객 우선주의로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다는 임 회장의 경영 철학이 엿보인다.

그는 ‘은탑’ 브랜드를 단 주택들은 옥상 유휴 부지를 활용해 조경, 운동시설, 텃밭 등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는 “옥상에 주민 공동 정원을 꼭 설치해야겠다는 건 내 신념”이라며 “고급 주거 공간은 단순히 건물을 잘 짓는 것이 아니다. 주민들이 교류하며 삶의 만족도를 높여줄 수 있는 힐링 공간이라는 새로운 주거 패러다임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지금은 이런 것이 흔한 개념이 됐지만 예전에는 굉장히 파격적인 시도였다.

임 회장은 30년간 수차례 큰 위기들을 극복해온 기업인이지만 “디벨로퍼는 사업적 감각에 의지하기보단 충분한 지식을 갖추고 국제 정세 등 큰 흐름을 읽기 위한 분석력이 필요하다. 건축 관련 법규, 디자인 트렌드 등도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사업인 만큼 꾸준히 준비하고 노력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창업 20주년엔 고용 창출 우수 기업으로 대통령 표창, 30주년인 올해엔 납세자의 날 성실 모범납세자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투명하고 공정한 기업 경영으로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다한 결과로서 수상한 것이다.

임 회장은 “납세의 의무를 다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며 존경받는 기업인이 되기 위해 늘 주변과 함께 하며 먼 길을 나아가고 싶다”고 수상 소회를 밝혔다.

김신아 기자 s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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