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Z플립 협업 대단한 경험… 또 해도 기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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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브랜드 디자이너 톰 브라운
“패션과 삼성 기술 융합 혁신 이뤄”

21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만난 럭셔리 브랜드 톰 브라운의 창립자이자 디자이너 톰 브라운은 자신의 상징인 회색 정장 반바지
 차림이었다. 그는 “20년 전 사업을 시작했을 때처럼 앞으로도 다름과 혁신을 추구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톰브라운코리아 제공
21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만난 럭셔리 브랜드 톰 브라운의 창립자이자 디자이너 톰 브라운은 자신의 상징인 회색 정장 반바지 차림이었다. 그는 “20년 전 사업을 시작했을 때처럼 앞으로도 다름과 혁신을 추구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톰브라운코리아 제공
“삼성전자와의 협업은 대단한 경험이었다. 패션과 첨단 기술이 가진 한계를 뛰어넘어 혁신을 이룩했기 때문이다.”

21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가진 디자이너 톰 브라운(58·사진)은 한국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삼성전자와 협업으로 탄생한 ‘갤럭시 Z 플립 톰 브라운 에디션’은 완판 행진을 벌이며 기술과 패션의 성공적인 융합 사례로 남아 있다. 그는 “당장 정해진 건 없지만, 삼성전자와 또 작업을 하게 되면 기쁠 것”이라며 추가 협업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국에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럭셔리 브랜드 ‘톰 브라운’이 국내 시장에서의 입지 강화에 나섰다. 올해 7월 톰브라운코리아를 세우며 기존 삼성물산이 단독 수입해 판매하던 방식을 본사가 직접 투자와 비용을 담당하는 체제로 전환했다. 2011년 진출 후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는 한국에 더 공을 들이겠다는 의도다. 현재 톰 브라운은 전 세계 66개 직영점 중 한국(17개)과 중국(21개), 일본(16개) 등 54개를 동아시아에 집중시키고 있다. 그는 인터뷰 내내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삼성전자와의 협업, K팝 가수 등 유명인사들과의 개인적 친분을 거론하며 “톰 브라운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로열티(충성)에 감사하다”고 했다.

“클래식 정장 살짝 비틀어”… 지루하지 않은 디자인으로 혁신


디자이너 톰 브라운 인터뷰
“서울은 항상 영감을 주는 도시”, 한국 매장 17곳… 미국보다 많아
“다름 추구, 타 브랜드 신경 안 써”
“아름다운 회색” 보수적 정장 혁신… “글로벌 진출보다 멋진 옷이 우선”

“다른 브랜드, 다른 디자이너를 참고하지 않습니다. 오직 ‘톰 브라운’ 안에서만 생각하고 새로움을 만듦으로써 디자인의 진정성, 고유성을 얻는 거죠.”

21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창립 20주년 기념 토크쇼를 마친 뒤 나타난 럭셔리 브랜드 톰 브라운의 창립자이자 디자이너인 톰 브라운(58)의 복장에는 유머와 여유가 가득했다. 넓은 라운드 컬러의 흰 셔츠와 이에 대비되는 좁은 폭의 넥타이, 빨강·하양·파랑 3색 줄무늬로 포인트를 준 카디건과 짧은 소매의 정장 재킷. 그리고 톰 브라운의 디자인을 상징하는 회색 정장 반바지와 4선 줄무늬 양말까지. ‘미국 패션의 자존심’으로 보수적인 정장을 화려하고 재미나게 해석해온 브라운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디자인 철학을 설명했다.

2003년 미국 뉴욕의 매장에서 정장 5종으로 사업을 시작한 브라운은 20년 만인 현재 세계 패션계의 거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부터는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A) 회장도 맡았다. 최근 브랜드 설립 20주년을 맞아 영국, 일본에 이어 한국을 찾았다.

● 17개 점포, 매출 2위… “한국은 특별” 올해 직진출


브라운은 2011년 진출한 한국을 ‘특별하다’고 표현했다. 그는 “서울은 특히 항상 영감을 주고 나에게 영향을 많이 미치는 도시”라고 했다. 한국은 매출 규모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다. 점포 수는 현재 17개로 중국(21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본국인 미국(5개)보다 많다.

톰 브라운은 국내에서 그룹 빅뱅 멤버 지드래곤(본명 권지용) 등 유명 연예인들이 즐겨 입으며 인지도를 높였다. 하지만 그는 K팝 스타 등을 홍보대사(brand ambassador)로 활용하는 다른 럭셔리 브랜드들과 달리 홍보대사가 없다. 그는 “(내 옷을 입어주는) K팝 스타들에게 감사하다”며 “아티스트들이 하는 일에 대해 존경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입으라고 하는 게 아니라, 입고 싶을 때 자신만의 방식대로 입어서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게 좋다”고 했다. 그는 “그게 오히려 브랜드의 심미적인(aesthetic) 면이 잘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그는 “존중의 방식(respectful ways)을 갖고 옷을 입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 회색과 ‘3, 4선 줄무늬’로 남성 정장 혁신


톰 브라운의 상징은 회색과 줄무늬다. 브라운은 “가장 본질적이며,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는 영속성을 가졌고, 질리지 않는 색상”이라며 회색 예찬론을 펼쳤다. 남성 정장에 많이 쓰일 만큼 보수적이지만, 그만큼 디자인 혁신을 통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의미도 있다.

정장에 대해 그는 슈팅(suiting)보다는 테일러링(tailoring)이라는 단어를 썼다. 테일러링은 대상에 딱 맞게 줄이거나 늘리는 것으로, 정장을 고객 몸에 딱 맞도록 재단한다는 뜻. 브라운은 “가장 중요한 건 비율(proportion)”이라며 “비율이 다르다는 게 다른 브랜드와 가장 다른 점이자 고유한 진정성”이라고 강조했다.

특유의 ‘3선 디자인’에 대한 철학도 밝혔다. 그는 “3선은 어릴 때 수영을 하며 받은 메달의 끈에서, 4선은 대학 스포츠나 스포츠게임의 주장 표시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했다. 3선 디자인은 독일 스포츠기업 아디다스로부터 상표권 침해 소송을 당했으나, 올해 1월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의 1심 판결에서 승소했다. 양사가 경쟁관계가 아니며, 가격대가 달라 소비 혼동을 일으킬 여지가 적다는 이유에서다. 브라운은 이에 대한 별도의 답변을 내놓지는 않았으나, 최근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창조적인 작업을 하는 다른 디자이너들을 대표해서 (거대 기업과) 싸우는 것이기에 중요했다”고 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노리는 K패션 브랜드를 향해서는 “글로벌을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그는 “대학에서 디자인이 아닌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나만의 디자인 아이디어를 추구했던 게 중요했다”며 “멋지고 아름다운 옷을 만드는 것, 내가 보여주고 싶은 디자인을 생각하는 게 우선이 돼야 한다”고 했다.

향후 톰 브라운의 운영 방안에 대해 “순수함을 추구하는 것, 그리고 기존 것과 똑같지 않고 다르게 보이는 점을 중시해나갈 것”이라며 “20년 전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나 지금이나, 저의 디자인에 담긴 본질은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디자이너 톰 브라운 약력
△1965년생
△미 노터데임대 경제학과 졸업
△1988년 배우 활동
△1997년 클럽 모나코 디자이너
△2001년 맞춤 정장 매장 오픈
△2003년 뉴욕 웨스트빌리지에 맞춤복 ‘톰 브라운’ 브랜드 매장 오픈
△2019년 삼성전자와 갤럭시 Z 플립 협업
△2022년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A) 회장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톰브라운#삼성전자#z플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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