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초진-약 배송’ 오늘부터 금지… 이용자 급감에 스타트업들 고사 직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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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가 초진인 비대면 진료 막히자
스타트업 잇따라 사업전환-중단
정부 “안전성 고려해 시범사업 개선”
업계 “사실상 진료 금지… 제2 타다”

한때 30여 곳까지 늘었던 국내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잇달아 사업을 접거나 축소하고 있다. 1일부터 본격 시행되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대상 환자 범위를 ‘재진’ 중심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정부 규제와 기존 업계의 반발로 혁신 서비스가 무산된 ‘타다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1일 비대면 진료 플랫폼 1위 업체인 ‘닥터나우’에 따르면 이 회사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계도기간(6∼8월) 종료에 맞춰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축소했다. 서류로 재진임을 증명해야만 비대면 진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 대신 24시간 실시간 무료 의료상담, 대면 진료 병원 예약 등 다른 서비스를 확대해 헬스케어 기업으로의 사업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나만의닥터’는 비대면 진료를 중단하고 건강관리 콘텐츠와 대면 진료 예약 서비스를 하기로 했다. 메듭, 썰즈, 파닥 등 7곳은 계도 기간에 이미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 플랫폼들이 잇달아 비대면 진료를 축소하거나 중단하게 된 것은 정부가 비대면 진료를 재진을 중심으로 하고, 약 배송은 금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초진은 거동이 불편하거나 의료기관 접근성이 낮은 섬·벽지에 사는 환자 등에 한해서만 가능하도록 했다. 이 경우 이용자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앞서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 유행하던 2020년 12월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한시적으로 초진과 재진 구분 없이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했다. 약 배송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가 낮아지면서 비대면 진료를 시행할 법적 근거가 사라지자 ‘재진 중심, 약 배송 금지’ 등의 내용을 담아 비대면 진료를 시범사업으로 전환했다.

보건복지부는 법적 근거가 없는 만큼 비대면 진료는 제한적인 범위에서 시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의료법과 대법원 판례 등을 고려할 때 시범사업을 통해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하는 건 위법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약 배송의 경우 의약계에서 의약품 오남용 등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대다수의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가 시범사업 지침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하는 만큼 환자의 안전성과 편의성을 동시에 고려해 시범사업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대면 진료 플랫폼 스타트업들은 그동안 비대면 진료를 경험한 환자 상당수가 초진이었던 만큼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실제로 원격산업의료협의회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 요청 건수는 5월 일평균 5000여 건이었지만 6월 4100건, 7월 3600건, 8월 3500건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비대면 진료를 활성화하기 위해 시범사업을 한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비대면 진료를 금지하는 것에 가깝다”며 “타다 사태 때와 다를 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비대면 진료 금지#스타트업 잇따라 사업전환-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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