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의심거래 가담 공인중개사 10명 중 4명이 불법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30일 11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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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빌라 밀집 지역의 모습. 뉴스1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빌라 밀집 지역의 모습. 뉴스1
전세사기 가담 의심 공인중개사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이 위반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위반행위 가운데 절반 정도는 징역이나 최소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벌할 수준에 해당할 수 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정부는 이들에 대해 등록취소나 업무정지, 과태료 부과 등과 같은 행정처분을 내렸고, 범법 가능성이 의심되는 행위에 대해서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국토교통부는 30일(오늘) 이런 내용의 ‘전세사기 의심 공인중개사 특별점검 결과’(이하 ‘1차 특별점검’)를 발표했다. 또 수도권에 국한해 진행된 1차 특별점검과 별도로 7월말까지 전국을 대상으로 2차 특별점검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 10명 중 4명 이상 위반행위


국토부에 따르면 1차 특별점검은 2021~2022년까지 2년 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사고를 일으킨 8242건 가운데 악성임대인 소유 주택의 임대차 계약을 2회 이상 중개한 수도권 지역 공인중개사 24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에는 국토부, 관할지역 지방자치단체,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등의 관계자 150여 명이 투입됐으며, 임대차계약 중개과정에서 공인중개사법령 등을 위반했는지 여부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 결과, 대상자 242명 가운데 99명(41%)이 108건의 위반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적발됐다. 이 가운데 53건은 관련 법령 위반이 의심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나머지 55건은 ▲등록취소(1건) ▲업무정지(22건) ▲과태료 부과(26건)와 같은 행정처분이 내려졌다.

또 수사의뢰 대상 53건 가운데 가장 많은 41건은 무등록 중개 혐의를 받고 있다. 위반사실이 드러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5건은 거짓 언행으로 중개의뢰인의 잘못된 판단을 유인한 경우로 의심받고 있는 데 징역 1년 또는 벌금 1000만 원 이하의 처벌 대상이다.

등록증 대여 혐의는 2건으로, 징역 1년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또 나머지 5건은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없는데도 공인중개사 유사 명칭을 사용한 경우로 징역 1년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 대상이다.

이번에 적발된 공인중개사 가운데 9명은 위반행위가 2건으로 확인돼 중복 처벌 조치가 취해졌다. 3명은 ‘업무정지와 과태료’, 5명은 ‘업무정지와 수사의뢰’, 1명은 ‘과태료와 수사의뢰’ 처분을 각각 받았다.

● 리베이트 받고 전세사기에 가담하기도


1차 특별점검을 통해 적발된 사례 가운데에는 관련 법령에서 금지한 행위들을 버젓이 저지른 경우가 적잖았다.

경기 부천시에서 적발된 공인중개사 A가 대표적이다. 그가 중개했다가 보증사고를 일으킨 신축빌라의 경우 2019년 7월부터 12월까지 6개월 동안 34건의 임대차계약이 집중적으로 체결됐다.

이 과정에서 중개보조원 B와 C가 A에게 접근해 자신들의 물건에 대한 임대차거래 계약서를 작성해주면 일정금액(보증금액의 0.2% 수준)을 주겠다고 제안하자 이를 받아들인 혐의를 받고 있다. A는 또 두 사람 이외에 D와 E도 중개보조원으로 신고하지 않고 근무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 부천시는 이와 관련, 지난 4월 7일 5명 모두를 경찰에 넘겨 수사를 의뢰했다. 또 중개보조원 B와 C는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인천 서구청에 위치한 중개사무소에 근무한 사실도 확인돼 인천 서구청에서 해당 사무실에 대한 추가 조사도 진행 중이다.

● 전세사기에 중개업소 상호와 이름 빌려주기도


뉴스1
집주인이나 중개알선인과 짜고 전세보증금을 부풀리고 바지임대인(집주인)을 내세우는 방식으로 전세사기를 벌이다가 적발된 경우도 있었다. 최근 피해자들의 극단적인 선택이 잇따르고 있는 인천 미추홀구 사례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2020년 11월 임차인(세입자) e는 부동산어플을 통해 중개알선인 b로부터 주택을 소개받은 뒤 임대차계약을 했다. 이 과정에서 공인중개사 a가 계약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이 주택은 중개알선인 b와 주택소유자 c는 세입자를 유인해 높은 전세보증금을 받은 뒤 바지임대인 d에게 소유권을 넘겨 채무는 회피하고, 보증금은 떼먹기로 사전에 공모한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공인중개사 a는 임대차계약을 알선인 b가 주도했고, 자신은 대필에 그쳤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동일한 사례가 2건이나 더 존재하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인천 미추홀구는 공인중개사와 a와 중개알선인 b에 대해 중개업소 상호 및 이름 대여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 7월 말까지 전국을 대상으로 2차 특별점검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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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정부는 이번 1차 특별점검과 별도로 전세사기 의심거래 대상을 확대해 2차 특별점검을 22일부터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7월 말까지 실시될 2차 특별점검 대상은 ▲HUG 보증사고 가운데 악성임대인 소유 주택 거래횟수를 한 차례라도 거래한 중개사 ▲부동산소비자보호기획단(이하 ‘기획단’)이 선별한 이상 거래 2091건에 개입한 중개사 ▲전국 시도에서 자체 점검을 통해 선정한 중개사 등 3700여 명이다.

특히 기획단이 선정한 중개사는 전세거래량이 급증했던 2020~2022년까지 신고 접수된 빌라나 오피스텔, 저가 아파트 거래 가운데 전세사기 등이 의심되는 경우에 참여한 이들이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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