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분기 영업이익이 14년 만에 1조원 아래로 떨어진 상황에서도 사상 최대의 연구·개발(R&D) 투자와 최대 시설투자를 단행했다.
유례없는 반도체 시장 침체 속에서도 역대급 투자로 미래 성장 준비에 나선 모습이다. 초격차를 유지해 시장 주도권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분기 R&D 투자는 6조58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분기 영업이익 6400억원의 10배가 넘는 금액이다.
기존 최대치는 지난해 4분기 6조4700억원이었다. 당시에도 분기 이익이 4조3100억원으로 전분기(10조8500억원)의 절반 아래로 줄었지만, R&D 투자는 오히려 2000억원 늘렸다.
삼성전자는 실적 등락과 상관없이 매년 R&D 투자를 지속 확대하고 있다. 2018년 18조3500억원에서 2019년 19조9100억원, 2020년 21조1100억원, 2021년 22조4000억원, 2022년 24조9200억원으로 매년 늘렸다.
특히 지난해에는 연간 영업이익(43조3800억원)이 역대 4번째에 불과했지만 최대 규모인 24조9000억원의 R&D 투자를 단행했다. 역대 최대 이익(58조8900억원)을 기록한 2018년의 R&D투자(18조3500억원)보다 6조5500억원이나 늘린 수치다.
삼성전자가 실적 악화에도 투자를 늘리는 것은 반도체 공정이 갈수록 미세화되고, 선단공정일수록 개발 난이도가 급격히 높아지기 때문이다. R&D 단계부터 선제적인 투자를 강화해 중장기 공급 대응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휴대폰과 TV, 가전 등을 담당하는 DX(Device eXperience)와 반도체를 맡고 있는 DS(Device Solutions) 부문 체제 하에 △1~2년 내에 시장에 선보일 상품화 기술을 개발하는 각 사업부 개발팀 △3~5년 후의 미래 유망 중장기 기술을 개발하는 각 부문 연구소(SR, DSR) △미래 성장엔진에 필요한 핵심 요소 기술을 선행 개발하는 SAIT(구 종합기술원) 등으로 R&D 구조를 체계화해 운영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전세계 39개의 R&D센터를 운영하며 제품 기술 개발과 AI 등 미래 기술 연구 활동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시설투자도 지난해 같은 기간(7조9000억원)보다 36% 늘린 10조7000억원을 집행했다. 이는 역대 1분기 기준으로 최대 금액이다.
지난 2017년 1분기에 기존 역대 최대인 9조8000억원을 시설투자로 집행한 바 있으며, 연간으로는 지난해에 사상 최대인 53조1000억원을 투자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진행한 2022년 4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인프라 투자 등을 지속하면서 올해 메모리 반도체 투자가 역대 최대인 작년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실제 1분기 시설투자의 92%인 9조8000억원이 반도체에 투자됐다. 메모리의 경우 중장기 공급성 확보를 위한 평택 3기 마감, 선단공정 수요 대응을 위한 4기 인프라 투자 등이 진행됐고 후공정 투자도 지속했다. 파운드리는 첨단공정 수요 대응을 위해 미국 텍사스 테일러 및 평택 공장 중심으로 투자가 진행됐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감산 결정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수준의 투자를 유지하는 것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는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천문학적 금액의 팹(Fab) 투자가 필요하고, 투자 후 양산까지 상당히 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선제 투자가 중요하다.
한편 삼성은 지난해 5월 미래 준비를 위해 향후 5년간 45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전체 투자의 80%인 360조원을 국내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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