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안자라는 日, ‘도쿄바나나’ 대표 기념품 키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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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활성화 치밀한 계획 짜는 일본
총리 주재로 관광각료회의 정례화
토산품 개발 전담조직 만들어 지원
‘랑드샤 쿠키’ 등 세계적 상품 성공

일본은 민관의 긴밀한 협업을 토대로 관광기념품 산업을 발전시켰다. 도쿄를 대표하는 먹거리 기념품 ‘도쿄바나나’(위쪽 사진)와 홋카이도 지역 명물 ‘시로이고이비토’. 사진 출처 각 회사 홈페이지
일본은 민관의 긴밀한 협업을 토대로 관광기념품 산업을 발전시켰다. 도쿄를 대표하는 먹거리 기념품 ‘도쿄바나나’(위쪽 사진)와 홋카이도 지역 명물 ‘시로이고이비토’. 사진 출처 각 회사 홈페이지
일본 도쿄에선 바나나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도쿄에 가면 꼭 사야 할 기념품으로 ‘도쿄바나나’가 꼽힌다. 일본은 기념품 산업을 성공적으로 고도화한 국가 중 한 곳이다. 전통 특산물이 아닌 품목도 치밀한 브랜딩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토대로 ‘우리 기념품’으로 탈바꿈시켰다.

도쿄바나나는 1991년 11월 출시된 카스테라 과자다. 1978년 식기 회사로 시작한 ‘그레이프스톤’이 도쿄를 대표하는 기념품을 만들고자 고안해 냈다. 처음부터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것은 아니었다. 우선 ‘친근한 간식’ 이미지로 국내 관광객 수요부터 공략했다. 도쿄 시내에서만 팔기 시작해 이듬해 일본 최대 공항인 하네다 공항과 도쿄역에 입점하며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8개들이 가격이 1166엔(약 1만1000원)으로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현재 일본 기념품 산업을 이끄는 주력 상품이 됐다.

프랑스어로 ‘고양이 혀’를 뜻하는 랑드샤 쿠키 역시 일본 전통 과자가 아니지만 홋카이도 필수 기념품으로 자리 잡았다. ‘시로이고이비토’는 부드러운 랑드샤 스타일의 과자로 1976년 12월 삿포로에 위치한 이시야제과가 생산을 시작했다. 시로이고이비토를 선보이기 전까진 지역 소규모 제과회사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대표적인 기념품 업체로 성장했다. 이시야제과 역시 출시 초기 타깃층은 홋카이도에 놀러온 내국인 관광객이었지만 유명해지며 외국인 수요도 높아지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지역 생산자들이 처음부터 ‘오직 기념품이기 위한 상품’을 생산할 수 있었던 건 일본 정부가 국내 관광 수요 다지기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이훈 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장은 “일본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앞서 국내 관광부터 활성화한다는 전략 아래 ‘토산품 여행’ 등 관광 콘텐츠 개발을 지원하고 전담 조직도 체계적으로 꾸렸다”며 “지방 소도시들이 자생력을 갖추고 관광 기념품이 탄탄한 내수를 확보하면 외국인 관광객 수요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2013년부터 총리 주재 관광진흥각료회의를 매년 2회씩 열어 왔다. 모든 부처 각료들이 모여 관광산업 육성 방향을 논의하는 장이다. 2007년 관광입국추진기본법을 제정한 데 따른 것으로 관광산업 진흥을 위해 각 산업이 긴밀하게 협력하는 근간이 됐다. 지난달 열린 회의에서도 엔데믹 시대 국경 개방 이후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대책이 다각도로 논의됐다. 스키 등 글로벌 경쟁력이 높은 겨울 스포츠용 리조트를 구축하고 지방 공항의 국제선 재개·증편을 촉진하기로 했다. 향후 외국어 대응 능력 강화, 결제 방식 다양화 등의 정책도 함께 추진될 예정이다.

한국 역시 사회적 거리 두기 영향으로 활성화한 국내 여행 수요를 록인(lock-in) 할 관광 진흥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3개 부처 장관이 모여 관광 정책을 논의하는 국가관광전략회의가 2017년부터 있었지만 그간 정책에 전문성과 장기성이 떨어졌고 청문회 수준에 머물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정부가 체계적으로 관광산업을 밀어주니 제조사들이 기념품 단일 품목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라며 “국내 여행이 늘어난 시점을 틈타 우리나라 지자체들도 기념품을 비롯한 관광산업이 자생적인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보조금 지급 이상의 정책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바나나#도쿄바나나#기념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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