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불황, 위기의 우유업계 “푸르밀 폐업은 예고편에 불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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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에 우유 소비량 급감… 남양유업 12분기 연속 영업적자
2026년부터 관세마저 사라지면, 수입 ‘반값 우유’와 게임이 안돼
업계 “원유 구매 등 정책적 지원 필요”

45년 업력의 유제품 전문기업 푸르밀이 이달 사업 종료를 선언한 것을 계기로 “국내 우유업계의 현주소가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저출산에 따른 시장 축소, 대체우유 시장 확대 등으로 우유업계가 격동 중이다. 3년 뒤인 2026년 1월부턴 자유무역협정(FTA) 일정에 따라 수입 우유에 대한 관세도 사라진다. 업계에선 “수입 ‘반값 우유’가 들어오기 시작하면 게임이 안 된다. 푸르밀 폐업은 예고편”이란 말도 나온다.
○ 저출산 타격에 우유업계 수년째 불황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1인당 우유 소비량은 2001년 36.6kg에서 2021년 32.0kg으로 줄었다. 2000년 60만 명대였던 출생아 수가 2021년 20만 명대로 급감하며 주 소비층인 영유아 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저출산은 우유 고정 소비처인 학교와 군대에 공급되는 우유 급식량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국·유럽과의 FTA에 따라 2026년부터 우유 및 유제품에 대한 관세가 사라지는 점도 위협이 되고 있다. 2033년엔 호주산, 2034년엔 뉴질랜드산 우유에 대한 관세가 철폐된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산 원유(L당 1100원)는 낙농 대국 호주·뉴질랜드산 원유 가격(400∼500원) 대비 2배 이상이다. 수입 멸균우유는 유통기한이 6∼12개월에 달해 국경의 장벽마저 뛰어넘는다. 이미 수입 흰 우유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우유업계는 수년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올해 상반기(1∼6월) 영업 적자가 422억 원으로 2019년 3분기부터 12분기 연속 영업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매일유업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308억 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429억 원) 대비 28.2% 줄었다.

중소 우유업체 상황은 더 어둡다. 이들 업체는 자체 브랜드 경쟁력이 낮아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 유통업체로부터 의뢰받아 생산하는 OEM(생산을 위탁받아 제조·납품하는 방식) 매출 비중이 크다.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OEM 생산의 경우 유통업체에 임가공비까지 추가로 줘야 해 원가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우유, 유제품에만 특정돼 있는 포트폴리오라면 어려운 상황이다. 중소업체일수록 사업 다각화 역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우유 소비 줄며 사업 다각화에 전력
유업체들은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섰다. 기존 우유 사업에선 손해를 보더라도 다른 사업에서 이익을 내는 구조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업계에선 푸르밀이 우유로 ‘한 우물’만 판 것을 패착으로 꼽는다. 푸르밀 관계자는 “국내 우유업체 중에 우유만 하는 데는 우리밖에 없을 것”이라며 “움직임이 많이 늦었다. 우유 외의 신사업 품목이나 브랜드가 아예 없다”고 말했다.

매일유업은 건강기능식 브랜드 ‘셀렉스’를 론칭하고 단백질 음료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어메이징 오트’ 등 식물성 대체유 사업도 활발하다. 일동후디스 ‘하이뮨 프로틴 밸런스’, 빙그레 ‘더 단백’도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일환이다.

일각에선 저출산에 수입 우유까지 밀려오는 상황인 만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음용유와 가공유 간 가격에 격차를 두는 원유 용도별 차등 가격제 도입을 결정하긴 했지만 최소한의 조치에 불과하다”며 “일정 물량 원유를 의무적으로 구입하도록 하는 원유할당제 등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우유업계#불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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