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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한화, 2조에 대우조선 인수…산은, 헐값 논란속 “국민손실 막는 길”

입력 2022-09-26 20:43업데이트 2022-09-26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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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정권 초반에 신속하게 민영화를 추진하려는 정부의 의지와 방위산업을 강화하려는 한화 측의 계산이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21년이라는 기나긴 매각 작업 끝에 대우조선이 새 주인을 찾게 되면서 민간 주도의 산업 구조조정에 큰 물꼬를 텄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인수 가격 2조 원은 앞서 2008년 한화그룹이 써냈던 6조3000억 원의 3분의 1 수준인 데다 그동안 투입됐던 공적자금 규모를 감안하면 ‘헐값 매각’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 “모든 대기업 접촉해 한화 의지 확인”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은 26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우조선의 통매각, 분리 매각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매수자를 물색해 왔다”며 “국내에서 제조업을 하는 모든 대기업 그룹을 접촉한 결과 한화그룹의 인수 의사를 확인했다 설명했다.

이날 대우조선과 한화그룹이 체결한 투자합의서(MOU)에 따라 인수 절차가 진행되면 한화 측은 2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대우조선 지분 49.3%와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유상증자에는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조 원을 투입하고 한화시스템 5000억 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 4000억 원, 한화에너지 자회사 3곳이 1000억 원을 부담할 계획이다. 유상증자로 기존 주주들의 지분은 희석돼 최대주주인 산은은 지분이 55.7%에서 28.2%로 줄어 2대 주주가 된다.

다만 최종 인수 전까지 남은 절차가 있다. 양측은 한화그룹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에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경쟁 입찰을 통해 최종 인수자를 선정하는 이른바 ‘스토킹호스’ 인수합병(M&A) 방식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산은은 27일 입찰 공고를 내고 다음 달 17일까지 입찰 의향서를 받은 뒤 최대 6주간의 실사 작업과 경쟁 입찰을 거쳐 최종 인수자를 정한다.

강 회장은 “대우조선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방산 부분에는 국가 혁신 기술이 많이 포함돼 해외가 주체가 된 인수자에겐 입찰 자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화그룹보다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할 투자자가 사실상 없다는 게 업계 안팎의 판단이다.
● ‘헐값 논란’ 있지만 매각 가능성 높아
유상증자로 수혈된 2조 원은 대우조선의 재무구조 개선과 설비투자 등에 쓰인다. 또 산은과 한국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 경영 정상화를 위해 한화 인수 이후에도 다른 채권단의 협조를 구해 대출 등 기존 금융지원 방안을 5년간 연장할 계획이다. 수은은 영구채 조건을 변경해 대우조선의 이자 부담도 낮춰주기로 했다.

하지만 산은과 수출입은행이 대우조선 정상화를 위해 2015년 이후 지금까지 공적자금 7조1000억 원을 투입했다는 점에서 회수자금이 턱없이 적은 ‘헐값 매각’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날 강 회장은 “2015년 부실화 이후 7년 가까이 대우조선이 산은의 품에 있으면서 기업가치가 속절없이 하락했고 지난해 1조7000억 원, 올해 상반기 6000억 원의 손실을 냈다”며 “이번 방안이 국민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은은 한화그룹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현재 2만 원대인 주가가 상승해 투입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도 강조했다.

대우조선은 2008년과 2019년에도 각각 한화그룹과 현대중공업에 매각 절차를 밟았지만 모두 무산된 전력이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의 인수는 올 1월 유럽연합(EU)이 기업결합 심사를 통해 합병을 불허하면서 불발됐다. 강 회장은 “기업결합 심사가 10여 개국 정도에서 있을 것”이라며 “이번 사례는 동일한 조선업종을 영위하는 기업 간 거래가 아니라서 기업결합 이슈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고 했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국내 조선산업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의 ‘3강 구도’가 더 공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대우조선이 21년 만에 주인을 찾게 된 것에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조선업 불황이 닥쳤을 때는 빅3의 출혈경쟁이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초호황 국면에서는 3강 체제가 더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대우조선이 세계 최고의 기술력에도 주인 없는 회사라는 점 때문에 선사들과의 가격 협상에서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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