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품은 한화, 방산-에너지 양날개 활짝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공정위,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
록히드마틴처럼 육해공 방산 통합
친환경 선박-수소 등 시너지도 기대
경쟁사 차별금지 등 3년간 시정조치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품에 안았다. 27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두 기업의 결합을 조건부로 최종 승인하며 한화는 2008년 대우조선 인수를 처음 시도한 지 15년 만에 인수전의 마침표를 찍었다. 한화는 육해공 방산 통합 포트폴리오를 확보해 ‘한국판 록히드마틴’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날 공정거래위원회는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3년간 시정조치를 부과하는 조건으로 승인한다고 밝혔다. 한화도 “조건부 승인에 따른 경영상의 제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우조선의 조속한 경영 정상화와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당국의 결정을 수용한다”라고 발표했다.

● 육해공 방산 통합 시스템, 그린 에너지 사업 확장
한화는 대우조선 인수로 기존 우주와 지상 부문에 해양을 합친 ‘방산 통합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한화는 최근 그룹 내 방산 계열사인 한화디펜스와 ㈜한화 방산 부문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하며 방산을 그룹 미래 산업으로 재편 중이다. 대우조선의 잠수정 등 특수선 분야 기술력이 결합되며 기존 한화의 방산 사업과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그린 에너지 분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도 있다. 한화가 가진 에너지저장장치(ESS) 기술 등을 활용해 친환경 선박을 개발하거나, 수소·해상풍력 등 한화의 미래 에너지 사업을 대우조선의 운송 기술과 결합해 ‘에너지 가치사슬’을 구성하는 방안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001년 워크아웃 이후 22년간 ‘주인 없는 회사’였다. 2008년 한화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대우조선 인수를 시도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포기했다. 하지만 15년 만에 아들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다시 도전해 인수에 성공했다. 한화가 지난해 12월 대우조선해양 주식 49.3%를 취득하고 기업결합을 신고한 뒤 4개월 만이다. 한화는 ‘2030년 글로벌 10대 방산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화는 조선시장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화는 레이더와 통신장비 등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잠수함과 함정 등의 소재,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덕분에 함정 부품 시장 점유율 1위 한화의 부품 공급과 잠수함 시장 점유율 1위 대우조선의 함정 건조까지 ‘수직 계열화’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HSD엔진 인수까지 완료되면 선박 건조부터 엔진 제작까지 조선 전 분야에서 자체 생산이 가능해지는 등 수출 시장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 공정위, ‘경쟁제한 효과’ 우려에 조건부 승인
다만 공정위는 이번 한화의 인수에 대해 여러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방산 시장이) 국가가 유일한 구매자인 수요독점 시장이라도 입찰 과정에서 경쟁제한 효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방위산업의 특수성과 수직결합으로 인한 효율성 증대 효과를 고려해 필요 최소한의 행태적 시정조치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함정 부품의 견적 가격을 대우조선해양과 경쟁사 간에 부당하게 차별하는 행위 △함정 건조 업체가 방위사업청을 통해 부품 기술정보를 요청했는데도 부당하게 거절하는 행위 △경쟁사 영업비밀을 경쟁사 동의 없이 계열사에 제공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3개의 시정조치가 붙었다. 공정위는 반기마다 한화로부터 이행상황을 보고받고, 3년 뒤 시정조치 연장 여부를 검토한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한화#대우조선해양#한국판 록히드마틴#방산 통합 시스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