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21일(현지시각 기준) 우크라이나 동부에 군대를 투입하며 양국간 전쟁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는 22일(오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대외경제전략안보회의를 잇달아 개최하며 관련 대책 마련을 논의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전세계 금융시장은 22일 등 요동쳤다. 러시아 주식과 루블화 가치, 유럽 주식은 급락했으며 아시아 증시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공급 차질 우려에 국제유가는 상승했다.
국내 건설업계도 예외일 수는 없다. 전쟁이 발발하면 한국건설사의 현지 사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외건설협회는 이달 초 작성한 보고서 ‘우크라이나 사태 동향과 해외건설에 미치는 영향’에서 “양국의 군사 충돌 시 미국, 유럽 등 서방 국가의 제재 강화로 수행 중이거나 수주 활동 중인 사업이 중단되고, 철수가 불가피하다”며 대응책 마련을 주문했다.
● 러시아…14개 업체, 18곳에서 공사현장 가동 중
22일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시장이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수주에서 차지하는 수준은 크지 않다.
러시아의 경우 1991년부터 7일까지 누적수주액이 159억5000만 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해외건설 수주액의 1.8% 정도이다. 다만 2018년 이후 수주액이 53억 달러에 달한다. 최근 들어서 국내업체의 주요 수주지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7일 기준으로 현재 시공 중인 공사 현장도 14개 업체, 18건, 103억 6100만 달러 규모에 달한다. 전쟁 발발로 인해 미국 유럽 등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경우 현장 철수 등과 같은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있고, 이에 따른 피해 발생은 불가피해질 수 있다.
이란과 같이 달러 송금 제한 등과 같은 제재가 내려진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시공 중인 공사라면 기자재 수급이나 공사대금(중도금 등)을 받기가 어려워진다. 만약 착공을 준비 중인 공사라면 러시아가 해외기업에 발주를 할 수 없게 돼 사실상 사업이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우크라이나…신북방 정책의 핵심협력 국가
우크라이나는 1993년 4월 삼성물산이 처음으로 진출한 이후 2월 7일까지 누적수주물량이 3억1200만 달러로 미미한 수준이다. 현재 시공 중인 공사도 3개 업체, 6건, 1억2000만 달러어치에 불과하다. 다만 전쟁이 발발한다면 수행 중인 사업의 중단은 불가피하며, 현장에 나가 있는 근로자들의 안전 문제도 우려해야 한다.
게다가 우크라이나는 현 정부가 출범 이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신북방 정책’의 핵심 협력 국가 가운데 하나이다. 우크라이나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요충지이자 유럽지역에서 러시아에 이어 2번째로 넓은 영토를 갖춘 나라로서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신북방정책은 한국과 러시아, 중앙아시아와 같은 유라시아 국가들 간 경제교류의 확대를 추진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이런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또 국내기업들이 노리는 우크라이나의 프로젝트의 상당수가 유럽연합(EU)나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등의 금융지원을 받는 구조다. 전쟁으로 인해 상황이 악화되면 단기적으로 사업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 피해보상 청구 위한 작업 상황 문서화 등 대책 필요
해건협은 따라서 이런 상황들을 고려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전쟁 발발로 사업이 중단됐다가 재개될 것을 대비해 발주처에 불가항력에 의한 사업 중단을 통보하고, 피해보상 청구를 위한 정확한 현장상황을 문서화할 것을 주문했다.
또 한-러시아 및 한-우크라이나의 외교적 관계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인프라 복구사업을 위한 수주활동도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2025년까지 1221억 달러를 투자하는 철도 현대화 계획과 2030년까지 446억 달러를 투자할 도로 인프라 현대화 및 건설 프로젝트를 수립해 놓은 상태다.
우크라이나는 원전 건설과 80개 사업으로 구성된 2770억 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발전계획을 세우고, 지난해 8월에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원전 5기 건설계약까지 체결했다. 원전사업에 국내 두산중공업의 참여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해건협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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