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진의 경매 따라잡기]특수물건 해법 잘 모르면 손해 입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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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권 없이 건물만 나오는 물건
토지소유자 헐값에 건물 사려 하고, 건물소유자 싼값에 땅 사려다 갈등
건물 감정가보다 높게 낙찰받은 뒤… ‘구분소유권 매도 청구권’ 문제돼
결국 손해 보고 손 떼게 된 사례 있어… 물건 분석 잘해야 높은 수익 가능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
부동산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특수물건’에 대한 관심도 높다. 특수물건은 법적인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물건이다. 경쟁이 적기 때문에 물건에 대한 분석만 잘한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높은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대표적인 특수물건이 대지권 없이 건물만 나오는 물건이다. 대지권은 아파트를 비롯한 연립주택 또는 빌라, 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가 건물이 지어진 대지에 대해 갖고 있는 권리다. 땅에 대한 권리가 없으니 건물만 낙찰 받게되면 토지 소유자와의 분쟁이 불가피하다. 토지 소유자는 건물을 헐값에 사려 하고, 건물 소유자는 땅을 싼값에 매입하려다 갈등이 커지기도 한다.

토지주는 법이 보장한 다양한 수단으로 낙찰자를 압박할 수 있다. 무단으로 남의 땅을 사용하고 있으니 지상 건물을 철거하라고 요구할 수 있고, 땅 사용료를 청구할 수 있다. 그렇다고 낙찰자가 손해만 보는 것은 아니다. 건물을 싸게 낙찰 받은 후 땅 사용료보다 월세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면 수익을 낼 수 있다. 특수물건의 해법을 정확히 알고 있다면 양쪽 모두 손해 없이 수익을 낼 수 있다.

문제는 잘 모르고 접근하는 경우다. 최악의 경우 투자금을 날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K 씨는 역세권에 위치한 신축 오피스텔을 낙찰 받았는데, 토지 소유자와 협상하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했다. 건물만 평가된 대상 물건의 감정가는 1억5000만 원. 토지와 건물이 온전히 갖춰지면 시세는 3억 원이 넘었다. K 씨가 적어낸 입찰가는 감정가보다 높은 약 1억7000만 원. 땅을 8000만 원 정도에 매입해 5000만 원 정도의 수익을 남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낙찰을 받은 후 토지 소유자가 땅을 팔 생각이 없다는 걸 알았다. 토지 소유자는 K 씨에게 건물을 철거하고, 철거할 때까지 매월 땅 사용료 100만 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증명 우편을 보내왔다. 낙찰 금액 전부를 잃는 데다가 수천만 원의 철거비용까지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생각에 K 씨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토지등기부를 열람해 보니, 토지 지분이 여러 개로 쪼개져 건물 소유자 몇몇에게 매각된 정황이 드러났다. 다른 건물주에게 토지 지분을 팔았으니 일단 건물 철거는 불가능했다. 월 100만 원의 토지 사용료도 토지주가 임의로 정한 것이니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안심시켜 주었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상 집합건물 대지 지분을 갖고 있는 자에게 부여되는 ‘구분소유권 매도 청구권’이 문제였다. 이는 토지 소유자가 땅 사용 권한이 없는 건물 소유자에게 건물을 매도하라는 의사표시를 하면 곧바로 시세대로 매매계약이 체결되도록 하는 제도다. 철거를 하는 대신에 강제로 건물을 살 수 있는 권리를 토지 소유자에게 부여한 것이다. 시세는 경매 감정가대로 정해질 가능성이 높고, 그 후 시간이 지나며 감가상각이 되면 가격이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었다.

K 씨는 감정가보다 2000만 원 이상 높게 낙찰 받았으니 그 차액만큼 고스란히 손해를 보게 되는 구조였다. 결국 필자는 K 씨에게 “이 물건으로 수익 낼 생각하지 말고, 적정가에 매도하고 손을 떼라”고 조언을 해줄 수밖에 없었다. 특수물건은 이렇듯 제대로 된 해법을 숙지하지 못하면 예상치 못한 손해를 입기도 한다. 경매도 제대로 알아야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


#특수물건#경매#부동산 경매#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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