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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단독]택배勞勞 “파업반대” vs “상경투쟁”… 설 특수 앞두고 둘로 갈려

입력 2022-01-19 03:00업데이트 2022-01-19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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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째 파업 택배노조 수위 높이자… 비노조 기사들 “우린 안해” 집단반발
비노조, 23일 여의도서 첫 집회
노조, 단식투쟁등 강경태도 고수
“우린 파업 안해요” 서울에서 운행 중인 한 택배차량에 노조 파업과 태업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인쇄물이 부착돼 있다. 비노조 택배 연합회에 따르면 18일 현재 파업 반대 메시지를 내건 차량은 사진과 같은 대형 인쇄물을 붙인 250여 대를 포함해 600여 대에 이른다. 비노조 택배 연합회 제공
“우리는 파업하지 않습니다.”(비노조 택배 연합회)

“택배대란 발생의 책임은 CJ대한통운에 있다.”(택배노조)

설 특수를 앞둔 택배 현장이 파업 찬성과 반대 양쪽으로 완전히 갈라졌다.

3주째 파업 중인 택배노조(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는 배송 물량이 급증하는 명절 시즌을 맞아 수위를 더 높이고 있다. 반면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택배기사들은 고객들의 외면을 우려하면서 ‘파업 반대’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비노조 택배 연합회’ 소속 회원 수십 명은 ‘우리는 파업하지 않습니다. 저희는 항상 고객님과 함께 가겠습니다’라고 적은 인쇄물을 자신들의 택배차량에 붙였다. 크기는 가로 275cm, 세로 180cm. 대형 인쇄물을 붙인 차량만 250대가 넘는다. 비노조 택배 연합회의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노조 미가입 택배기사 2000여 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파업으로 피해를 본 거래처나 고객들이 배송 회사를 교체하고 있는 데다 택배기사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일부 택배 대리점은 ‘CJ대한통운 비노조’라고 적힌 마스크를 자체 제작해 착용하고 있다. 고객들에게 보내는 배송 완료 문자에 ‘파업과 태업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이미지를 첨부하거나 소형 스티커를 제작해 택배 차량과 물건 등에 붙이는 곳들도 있다.

한 택배기사는 “파업으로 인해 소비자뿐 아니라 동료 기사들의 물적·정신적 피해가 너무 크다”며 “명분 없는 파업에 동참하지 않고 고객들을 생각하는 택배기사들이 대다수라는 걸 국민들께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비노조 택배기사들은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집회를 열기로 했다. 파업으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에게 노조 대신 사과하고 파업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서다. 비노조 택배 연합회 관계자는 “비노조원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근무를 하지 않는 일요일에 처음으로 집회를 열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적 합의 이행하라” 18일 서울 중구 장충동 이재현 CJ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택배노조 조합원들이 사회적 합의 이행과 이 회장과의 대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택배노조는 설 특수를 앞두고 단식투쟁과 상경투쟁을 진행하는 등 파업 수위를 높이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택배노조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택배노조 CJ대한통운지부는 지난해 12월 28일부터 택배요금 인상분 분배 개선과 당일 배송 등의 조건을 담은 계약서 철회, 분류 도우미 투입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참여 인원은 1900명 안팎이다. 파업 여파로 경기 고양시 성남시 이천시 광주시, 경남 창원시와 거제시 등 전국 곳곳에서 배송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노조는 17일부터 투쟁 수위를 높여 단식 및 상경 투쟁을 시작했다. 18일에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자택과 마포대교 등지에서 거리 시위를 진행했다. 택배노조 측은 “CJ 대한통운이 설 택배대란을 막기 위한 노조의 제안을 거부했다”며 “CJ그룹 총수인 이 회장이 책임지고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또 “택배요금 인상분 50%가 택배기사들의 수수료로 자동 반영된다는 CJ대한통운의 주장에 대해 국토교통부와 노사, 회계법인 등을 통해 사실 관계를 검증하자”고 제안했다.

택배노조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설 연휴 배송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진, 롯데, 로젠택배 일부 대리점들이 CJ대한통운 택배기사들의 파업으로 이관된 물량을 대신 배송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설 특수에는 평소보다 물량이 20∼30% 늘어난다.

CJ대한통운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택배업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고 있다”며 파업의 명분이 없음을 강조했다. 이어 “합법적 대체 배송을 방해하거나 불법 파업 등으로 일반 택배기사와 대리점 피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법과 원칙에 따라 현장을 관리하겠다”고 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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