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내년 3차례” 금리인상 본격화…외국자금 이탈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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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2월 17일 09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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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3/뉴스1
2021.12.3/뉴스1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내년 최소 3차례 정책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치솟는 물가를 억제하기 위해 새해에는 통화 긴축에 더욱 공격적으로 나서겠다는 것이다.

향후 글로벌 금융시장에 변화가 예고됐으나 정부는 다소 자신감 있는 태도를 내비치고 있다. 미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더라도 외국인 자금 이탈 등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도 거의 같은 의견이지만, 예상보다 빠른 미국의 긴축 전환이나 코로나19 변이 확산 등 혹시 모를 불확실성에는 대비해 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17일 정부에 따르면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전날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FOMC 결과가 시장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라며 “연준발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무리 없이 소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연준은 지난 14~15일(현지시간) FOMC 정례회의 결과 정책 결정문에서 금리를 현 수준(0.00∼0.25%)에서 동결하면서도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규모를 확대하고 향후 경제 상황에 따라 테이퍼링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 테이퍼링은 매달 150억달러에서 내년 1월부터 300억달러 규모로 확대된다.

아울러 FOMC 위원들은 18명 중 과반인 10명이 내년 3차례 금리인상(0.88~1.12%)을 예상했다. 미 기준금리가 현 0%대에서 내년 1%대까지 오른다고 시사한 것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와 같은 생각을 내비쳤다. 앞서 연준이 수차례 긴축 돌입을 예고한 탓에 이미 글로벌 시장에는 내년 3회 정도 금리 인상에 대한 예상이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2월 금리 인상과 같은 시장의 예상을 벗어나는 충격은 없었다”라며 “시장의 예상, 즉 충격을 주지 않은 매파적 수준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금융시장이 안도할 가능성이 커졌고 FOMC 이벤트 소멸이 좀 더 금융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은행도 다소 여유로운 자세를 보였다.

심지어 한은은 같은 날 한미 통화스와프가 올해 말 에정대로 종료된다는 발표를 내놓으면서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시장을 안심시켰다.

통화스와프는 주요국 금리인상 등 외부 충격으로 급격한 자금 유출이 벌어지는 데 대해 버퍼(완충 장치) 역할을 한다. 그중에서도 한미 통화스와프가 투자자 불안을 가장 안심시키는 것으로 평가된다.

먼저 이주열 한은 총재는 전날 기자 간담회에서 “연준이 내년 금리를 3번씩 올리면서 국내 금융시장 충격이 클 텐데 한미 스와프 종료에 대한 아쉬움이 없느냐고 질문했지만, 3번 올리는 것을 천명했는데도 국내외 금융시장은 동요 없이 안정을 되찾아갔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작년 3월 (한미 스와프) 체결 당시와 지금을 비교하면 외화 유동성의 대응 역량이 그때보다 보강됐다”며 “외환보유고나 비은행 금융기관에 안전 장치를 둔 점을 감안하면 우려할 만한 상황이 가까운 시일 내에 도래할 것 같지 않다”고 내다봤다.

한은은 한미 통화스와프가 필요하면 다시 미국 측과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세간에서는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가 사상 최대 수준의 무역 흑자 등에 힘입어 과거 위기 때와 달리 튼튼하다는 평가가 많다.

한은의 3일 발표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세계 8위를 기록했다. 11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639억1000만달러(약 549조5014억원)로 전달보다는 약간 줄었지만, 전월 외환보유액은 사상 최대 규모였다.

정부는 이에 한국의 금융·외환 건전성이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탄탄해졌다는 입장을 거듭해서 밝히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3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우리 경제의 대외 부문은 과거 위기 시 반복됐던 대외경제 변동성과 리스크 부각 양상과는 다르다”며 “전반적으로 중앙은행, 국부펀드 등 중장기 우량 투자자 비중이 높아 여건 변화 시에도 급격한 외국 자금 유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시장의 평가”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것이 향후 한미 금리차 축소에 따른 자금 이탈이 아예 없을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은 우리 금리가 상당히 높으니까 괜찮지만 미국이 내년 금리를 3차례 올리면 1%대가 된다. 그러면 우리 원달러 환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자금 이탈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 26일 보고서에서 “아직까지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순매도가 주가 및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다소 제한적이나 향후 대내외 투자환경 악화로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가 확대될 경우에는 주가 하락과 환율 상승 등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이 연구위원은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순매도는 과거 미국의 테이퍼 텐트럼(2013년), 미 금리인상(2015년), 미중 간 무역갈등(2018년) 등 시기에 비해 기간 면에서 장기화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규모도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어 “국내 금융시장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급격한 외국인 자금 유출을 억제하는 데 중요하다”라면서 “양호한 경제 기초 여건의 유지뿐만 아니라 시장이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 정비 노력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이 같은 조언에 맞게 긴장을 놓지 않겠단 방침이다. 전날 이억원 차관은 “주요 통화 당국 동향, 글로벌 경제와 변이 바이러스의 전개 등을 면밀히 주시하겠다”고 말했으며, 홍 부총리는 지난 15일 한국이 선진 주식시장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현재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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