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최저’ 韓 전기요금의 비밀…올해만 4.4조 ‘미래세대 청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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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2월 16일 1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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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6개국 중 2번째로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정서상 공공재 성격의 전기요금을 정부가 주도해 관리하면서 ‘요금 인상’에 대한 대내외 압박을 애써 눌러온 결과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야 당장의 저렴한 값을 지불하면 되니 마다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빚이 미래에 살아갈 자녀세대에 값비싼 청구서로 날아든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제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게 학계와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OECD 36개국 중 2번째로 값싼 우리나라 ‘전기요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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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부문 요금 통계를 발표하는 OECD 36개국 중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회원국 중 2번째(2019년 시장환율 기준)로 저렴하다.

독일의 31%, 일본의 40% 수준이다. 산업부문 요금도 일본의 58%, 영국의 64%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구매력평가 기준으로 환산해도 주거부문 요금은 독일의 34%, 일본에 51%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 5년간 OECD 평균요금(평균값 100기준) 대비 우리나라 전기요금 수준 추이를 봐도 주거부문(시장환율 기준)은 2015년 76, 2016년 74, 2017년 66, 2018년 64, 2019년 59로 매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OECD 국가들의 평균 전기요금을 100으로 봤을 때 겨우 절반을 웃도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얘기다.

외국의 사정은 다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도 치솟는 연료비 상승을 반영해 요금인상을 단행했다.

올해에만 스페인이 37.9%, 영국은 22.3%, 일본이 15% 요금을 올렸다. 프랑스도 내년 2월 4% 인상을 예고했다.

주요 선진국보다 값싼 전기요금이 우리의 산업구조나 기술력에서 비롯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반대다. 우리는 전기 생산에 필요한 연료를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요 선진국보다 값싼 전기요금…요금조정 어떻게 하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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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물가가 오르면 이를 전기요금에 바로바로 전가하고 있다.

소비자물가에 고작 0.017%를 차지하는 전기요금을 억제하면서 물가안정에 생색내는 식이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7년 소비자물가 가중치 상위품목 10개(1000분비)를 보면 전기요금이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주택용 요금만 적용)은 0.017% 수준이다. 이는 휴대전화료의 47%, 휘발유의 74%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전기요금을 1%포인트(p) 인상한다고 했을 때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 역시 0.017%p 수준에 불과한 데 다른 물가인상 품목은 잡지 못한 채 전기요금만 꾹꾹 누르고 있다는 얘기다.

실례로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 해 전기요금 물가지수는 87.41(2015년=100)로 1990년 대비 28.7% 상승했다. 같은 기간 다른 공공요금인 상수도료(482.6%), 도시가스(165.2%)에 비해 현저히 낮은 상승 폭이다.

OECD 주요국 중 우리나라와 같이 전기요금 조정을 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나마 일본이 비슷한 방식의 조정절차를 운영 중이지만, 어디까지나 형식적 절차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과 프랑스는 전기요금 조정에 있어 물가인상 영향을 아예 배제한다. 오히려 영국에서는 물가인상 시 전기요금을 함께 올리는 방식의 요금상한을 운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주요국에서는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규제기관에서 원가에 기반해 요금을 결정한다. 요금조정에 있어 정책적·정치적 요인을 배제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요금조정 체계는 차이를 보인다. 물론 이는 전기를 공공재로 보느냐, 민간재로 보느냐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서 오는 차이다.

민간에 공급 기능을 위임하되 정부는 최소한으로 개입하는 외국의 경우와 달리 전기를 공공재 성격으로 보는 우리나라에서는 정부가 요금조정을 주도한다.

그렇다보니 전기요금을 개인이 사용한 만큼 내는 개념이 아닌 일종의 세금으로 생각하는 인식이 뿌리깊이 박혀있다.

◇한전, 올해 영업손실 규모만 4조4000여억원 추산 “미래세대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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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희생을 통한 혜택이 영구히 지속될 수 없다면 이제는 결단해야 한다는 데 학계와 전문가들이 입을 모은다.

임기응변식 전기요금 동결로 초래될 한국전력의 재무건전성 악화는 곧 국가비용 부담으로 작용해 미래세대로 전가될 수 있는 만큼 이제는 원가를 반영한 요금인상 현실화를 위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실제 한국전력은 최악의 실적 악화를 겪고 있다.

지난 3분기 누계 영업적자는 1조1298억원을 기록했는데 연료비 상승과 이에 따른 구입전력비 증가로 영업비용이 5조4천618억원 늘어나면서 적자 폭이 커졌다.

한국전력이 발전소에서 전기를 구매하는 전력시장 도매가격(SMP)은 지난달 평균 kWh당 127.06원으로 1월(70.65원) 대비 80% 올랐다. 하지만 전기요금은 제자리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지난해 말부터 연료비 상승분을 3개월마다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도 도입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연료비 연동제는 최대 kwh당 5원 범위에서, 1회당 3원까지만 올릴 수 있는데 정부는 지난 1분기 kWh당 3원을 낮췄다가 연료비 인상을 이유로 4분기에 다시 3원을 올렸다.

사실상의 인상 효과는 없는 셈이다.

이런 이유 등으로 한전 내부적으로 추산한 올해 영업손실 규모만 4조3845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공공요금의 장기간 동결로 인해) 요금 현실화(인상) 압박이 거센 것은 정부정책의 실패를 의미한다”면서 “매번 공공요금 동결을 통한 물가안정책이 통계에는 긍정적일지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임기응변식 대응에 불과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공공기관 중에도 (증시에 상장된 한국전력이나 한국가스공사처럼) 민간 주주가 있는 곳은 일괄적 요금동결을 계속하긴 어렵다. 원가가 계속 올라가고 있어 경영압박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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