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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엔비디아의 ARM 인수 ‘독점 암초’… 대형M&A 추진 삼성도 고심

입력 2021-12-06 03:00업데이트 2021-12-06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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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시장 몸집 키우기 잇단 제동
미국 그래픽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 인수 계획이 ‘독점 우려’라는 복병을 만났다. 경쟁이 격화되는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몸집을 불려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주요 업체들의 계획에 잇따라 제동이 걸리면서 ‘유의미한 인수합병(M&A)’을 추진하던 삼성전자도 전략 마련에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2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의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엔비디아의 ARM 인수 건을 FTC 산하 행정법판사(ALJ)에 제소했다. FTC는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할 경우 전 세계 기업들의 반도체 칩 디자인(설계)에 대한 지배력을 갖게 돼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며 두 회사의 M&A에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ALJ가 내년 8월 9일부터 이 건을 다루기로 하면서 두 회사는 지난해 9월 발표한 400억 달러(약 47조 원) 규모의 M&A를 내년 중 마무리하는 게 불투명해졌다.

현재 일본 소프트뱅크가 대주주인 ARM은 삼성전자, 애플, 퀄컴 등 세계 시스템반도체 업체가 개발, 판매하는 정보통신기술(ICT) 기기의 두뇌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설계 기술을 갖고 있다. ARM이 특정 업체를 차별하지 않고 기술을 공급하면서 세계 AP의 95% 이상에 ARM 기술이 적용돼 있다. 삼성전자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등이 “기술 제공 차별이 이뤄질 수 있다”며 M&A를 반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 1월 최윤호 경영지원실장(사장)이 “3년 내 유의미한 M&A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삼성전자는 이번 FTC 결정으로 향후 M&A 추진에 영향을 받게 됐다. 경쟁당국의 심사를 빠르게 통과해 심사 지연으로 인한 경영 부담을 덜어내는 것까지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016년 미국 전장부품업체 하만을 80억 달러에 인수한 후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공백 여파로 이렇다 할 M&A가 없었다. 세계 1위 메모리와 달리 시스템반도체는 후발주자이기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관련 M&A 상대가 시스템반도체 분야일 것이라는 추측들이 기업명과 함께 오르내렸다.

지난해 10월 미국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90억 달러에 사들이기로 한 SK하이닉스, 일본 낸드플래시 업체 키옥시아 인수를 추진 중인 미국 웨스턴디지털 등 반도체 업계의 대형 M&A는 잇따라 경쟁당국 심사의 문턱에 걸려 있다. SK하이닉스는 중국 경쟁당국의 승인이 늦어지며 당초 9월이었던 인수 마무리 목표 시점을 연말로 미뤘다.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 소장(전기정보공학부 교수)은 “FTC의 결정은 인수 주체가 미국 기업인 경우에도 M&A 승인에 반독점 요소를 면밀히 살피겠다는 신호”라며 “삼성전자도 반독점 시비가 있을 수 있는 대형 M&A만 볼 게 아니라 향후 반도체 경쟁력에 큰 도움이 되면서 반독점 시비를 피할 수 있는 ‘강소기업’까지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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