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른 신축, 더 오를 구축”…노후 아파트가 상승률 앞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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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1월 2일 09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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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에서 바라본 아파트 밀집지역 모습. (자료사진) 2021.10.31/뉴스1 © News1
서울 도심에서 바라본 아파트 밀집지역 모습. (자료사진) 2021.10.31/뉴스1 © News1
구축 아파트가 가격 상승률에서 신축 아파트를 앞지르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치솟은 신축 아파트값에 놀란 수요자들이 구축 아파트로 눈을 돌린 데다, 재건축·리모델링 기대감까지 겹치면서 구축 매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2일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연령별 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 ‘20년 초과’ 구축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1.29%로, ‘5년 이하’ 신축 아파트 0.96%에 비해 0.33%포인트(p) 높았다. 지난 4월 이래 추세가 계속되는 모습이다.

올해 1~9월 전국 구축 아파트 누적 상승률은 11.45%로 신축 아파트(10.58%)보다 0.87%p 높았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상황이 완전히 뒤집혔다. 지난해 1~9월 전국 구축 아파트 상승률이 3.71%로 신축 아파트 상승률(8.14%)보다 4.43%p 낮았다.

수도권은 차이가 더욱 극명하다. 지난해 1~9월 수도권 구축 아파트 누적 상승률은 5.97%로 신축 아파트(10.16%)보다 4.19%p 낮았지만, 올해 같은 기간 구축 아파트 누적 상승률은 15.79%로 신축 아파트(12.56%)보다 3.23%p 높았다.

전문가들은 신축 아파트값이 수요자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급등한 것이 일차적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20년 초과 구축 아파트 누적 상승률은 5.97%에 불과했지만, 5년 이하 신축 아파트는 11.14%로 약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신축 아파트 선호 현상으로 프리미엄이 형성되다 보니, 집값이 크게 올라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가격이 됐다”며 “대출 규제로 자금 조달도 쉽지 않아지면서 신축 수요가 구축으로 옮겨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재건축·리모델링(새단장) 등 정비사업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까지 겹치면서 구축 매수 행렬에 불이 붙었단 분석이 나온다. 서울 아파트 5곳 중 1곳은 준공 30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로 재건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고,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정비사업 활성화 목소리도 계속 높아지는 상황이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서울시는 재개발 활성화 대책과 높이 규제 완화로 정비사업 활성화 물꼬를 텄고, 재건축 규제 완화에도 긍정적”이라며 “정부의 공공정비사업 움직임도 개발이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가 몰린 압구정·여의도·목동 일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뒤에도 대부분 거래가 신고가로 이뤄지고 있다. 일례로 양천구 목동의 목동신시가지1단지 전용면적 48㎡는 지난달 13억6500만원에 거래가 이뤄져 7개월 만에 2억500만원이 뛰었다.

최근 용적률 문제로 재건축이 어려웠던 중층 아파트 리모델링 열풍이 부는 점도 구축 아파트 매수세를 당겼단 분석도 나온다. 지난 2월 1기 신도시 최초로 리모델링 사업계획이 승인된 한솔마을5단지 전용 74㎡는 사업 승인 직후 13억원에 거래됐다. 약 1년 만에 5억원 뛴 값이다.

정비사업 기대감이 커지면서 구축 아파트가 신축 아파트 상승률을 앞지르는 추세는 계속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집값 상승세가 확산되면 맨 먼저 신축으로 돈이 몰리지만, 가격이 고평가됐다는 인식이 퍼지면 비교적 덜 오른 구축으로 수요가 향하게 된다”며 “토지 가격이 오르고 정비사업 규제 정책 기대감도 풀릴 것이란 기대감에 당분간 구축 아파트 상승률이 더 높이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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