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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가상화폐 거래소 존폐 가를 ‘운명의 카운트다운’ 시작됐다

입력 2021-08-23 17:15업데이트 2021-08-23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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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금융정보법에 따른 가상화폐 거래소 신고를 마친 업비트. 지난 6월 23일 업비트의 라운지에서 한 직원이 시세 전광판을 지나치고 있다. 신원건 기자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른 가상화폐 거래소의 신고 마감(9월 24일)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 1곳만 금융당국에 신고 접수를 마쳤다. 거래소 대다수가 신고 자격을 갖추지 못한 데다 신고 기한을 연장하는 것도 쉽지 않아 거래소의 존폐를 가를 ‘운명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까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한 코인 거래소 20곳 가운데 은행의 실명 입출금 계좌를 발급받아 신고를 완료한 거래소는 업비트 1곳뿐이다.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는 앞서 20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사업자 신고서를 제출했다. 실명 계좌 발급 제휴를 맺고 있던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와의 계약을 성공적으로 연장한 덕분이다. 개정 특금법에 따라 다음 달 24일까지 은행 실명 계좌 등 일정 요건을 갖춰 당국에 신고하지 않는 거래소는 영업을 할 수 없다.

하지만 다른 거래소들은 신고 기한이 임박했는데도 여전히 신고 자격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거래소에 대한 자금세탁방지의무 검증 책임을 떠안은 은행들이 실명 계좌 발급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2위인 빗썸과 3위 코인원조차 기존에 계좌 발급 제휴를 맺은 NH농협은행과의 재계약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농협은행이 최근 ‘트래블 룰’을 구축하기 전까지 코인 입출금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면서 재계약 협상은 진전되지 않고 있다. 트래블 룰은 거래소가 코인을 이전할 때 송·수신자 정보를 파악하도록 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규정이다.

제휴 은행조차 없었던 중소형 거래소들은 이미 상당수가 영업을 중단했거나 폐업 예정인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신고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해외 거래소들도 속속 한국 서비스를 중단하고 있다. 이미 세계 최대 규모 코인 거래소인 바이낸스와 비트프론트 등이 한국 서비스 종료를 공지했다.

추가로 신고한 거래소가 나오지 않으면 국내 가상화폐 시장이 사실상 업비트의 독점 체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글로벌 가상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업비트의 하루 거래 규모는 10조9724억 원으로 2~4위인 빗썸(1조2658억 원) 코인원(3631억 원) 코빗(315억 원)을 합친 것보다 훨씬 많다.

이에 따라 정치권과 가상화폐 업계를 중심으로 특금법 신고 기한을 6개월 유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야당 일부 의원은 신고 기한을 내년 3월까지로 연장하는 특금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신고 유예 기간을 6개월이나 줬고 연장을 해도 실익이 없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신고 기한을 늘린다고 없는 자격이 생기는 건 아니다”라며 “우선 자격을 갖춘 거래소를 중심으로 관리를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특금법 시행 연장은 현재로선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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