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신 5억·갱신 미행사 7억·신규 10억…임대차법이 만든 ‘계단 전셋값’

  • 뉴스1
  • 입력 2021년 8월 12일 05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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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매물 정보가 부착돼 있다. 2021.8.11/뉴스1 © News1
서울시내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매물 정보가 부착돼 있다. 2021.8.11/뉴스1 © News1
임대차법 개정 이후 전세 시장에 이중가격이 보편화한 데 이어 ‘삼중 가격’까지 속속 나타나고 있다. 가장 낮은 가격은 기존 세입자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상승률이 5%로 제한된 경우고, 가장 높은 가격은 급등한 시세를 오롯이 반영한 신규 계약이다. 그 중간 지점에 집주인과 임차인의 ‘딜’로 삼중 가격이 생겼다.

12일 국토교통부에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 전세 매물은 총 5건이 거래됐다. 2건은 5억5650만원(14층)과 5억7750만원(11층)으로 5억원대, 2건은 10억원(13층)과 10억5000만원(4층)에 거래됐다. 1건은 중간 가격인 7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업계에서는 5억원대는 갱신청구권을 행사한 경우로 보고 있다. 2년 전인 2019년 은마아파트 전용 84㎡ 전세는 4억원 중반 안팎이었다. 10억원대는 현 시세를 반영한 신규 계약일 것이란 설명이다. 나머지는 요즘 확산하고 있는 ‘삼중 가격’의 중간값이란 예상이 나온다.

몇 달 전부터 삼중가격 분위기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강동구 고덕 아르테온 전용 84㎡ 전세 매물은 지난 4월 4억원(8층)과 8억5000만원(13층), 12억원(22층)으로 4억원 텀을 두고 거래됐다. 같은 단지, 같은 평수의 아파트지만 전셋값은 이중 가격으로 2배, 삼중 가격으로 3배까지 차이가 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임대차법이 도입되면서 갱신청구권으로 인한 이중가격 현상이 생긴 바 있다. 상승률 제한으로 2년 전 시세와 현재 시세가 한 아파트 같은 평형에 공존하게 된 것이다. 일례로 현 시세 20억원가량인 잠실 송파구 리센츠 전용면적 124㎡ 전세 매물 2개는 지난달 11억원 차이로 거래됐다. 22일에는 9억원(7층)으로, 31일에는 20억원(20층)에 전세 계약이 성사됐다.

여기에 중간 가격이 생기면서 ‘삼중 가격’이 슬그머니 들어섰다. 일부 집주인들이 갱신청구권 예외 규정을 협상용으로 쓰면서다. 현행법상 본인이나 직계가족이 실거주하는 경우 세입자의 갱신권을 거부할 수 있다. 실행하지 않더라도 적발과 처벌이 어렵다. 집주인들이 협상에 나서면 세입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시세의 70~80% 수준에 재계약을 하게 된다.

전세 다중가격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세난이 특히 심한 서울의 경우 신규 입주 물량도 줄어들고 있고, 전세의 월세화가 심해지면서 전세 물량이 더욱 적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입주자 모집공고 기준으로 3만864가구다. 지난해(4만9천411가구)보다 37.5% 줄어든 수치다. 그중 상반기에만 1만7723가구가 입주를 마쳤다. 하반기 입주 물량은 상반기보다 적은 1만3141가구에 불과하다. 내년 입주 물량도 올해보다 33.7% 줄어든 2만463가구다.

저금리 상황과 전·월세 신고제 시행, 세금 부담 등 여러 원인이 겹치면서 전세의 월세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7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건수는 6만3924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22% 감소했지만, 월세(반전세)는 3만4375건으로 전년동기 대비 4% 증가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제도 안착엔 최소 2년이 필요한데, 그 이후에도 시장이 안정화되지 않으면 가격 상승기에는 이중가격, 삼중가격 피해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임대사업자 혜택 유지로 시장이 어떻게 작동할지, 주택 공급량이 어떻게 될지에 따라 시장 안정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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