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9160원 근거? 4차유행인데… “코로나 정상화 가정”

송혜미 기자, 홍석호 기자 입력 2021-07-13 17:19수정 2021-07-1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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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끝난 후의 ‘정상 상태’를 가정해서 결정했다.”

2022년 최저임금이 결정된 직후인 13일 오전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가 이렇게 말했다. 최저임금은 매년 최임위에 모인 노동계와 경영계, 전문가들이 논의와 협상을 통해 결정한다. 하지만 노사가 바라는 최저임금액 간극이 커 매년 전문가들로 구성된 공익위원들이 사실상 ‘결정권’을 가졌다.

올해도 사정은 비슷했다. 노사가 최초로 내놓은 최저임금 요구안은 각각 사용자 1만800원(23.9% 인상)과 근로자 8720원(동결). 심의가 막바지에 이른 12일에도 노사 양측은 근로자 위원들의 ‘1만 원 사수’와 사용자 위원들의 ‘지난해 수준 인상률(1.5%)’ 주장이 좁혀지지 않았다.

노사간 양보 없는 줄다리기는 공익위원들이 9030~9300원 안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할 것을 제시하며 새 국면을 맞았다. 사실상 심의의 결정권을 쥔 공익위원들은 내년 최저임금을 9000원대 초반으로 결정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셈이다. 이어 공익위원들은 올해보다 5.1% 오른 9160원을 내년도 최저임금의 최종안으로 제시했다. 이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들과 사용자위원 전원이 퇴장한 후, 남은 위원 14명 중 13명이 여기에 찬성하며 내년도 최저임금이 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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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위원들은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가 비교적 높고 고용 지표도 회복세인 점을 최저임금 결정의 주요 근거로 삼았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밝힌 경제전망치의 평균을 활용, 경제성장률(4.0%)에 소비자물가상승률(1.8%)을 더하고 취업자증가율(0.7%)을 빼 5.1% 인상을 산출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 등 현재 방역 상황이 반영되지 않았다. 권 교수는 “내년에는 우리나라가 정상상태로 복귀한다는 가정에 더 무게를 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저임금 근로자가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있는 만큼 저임금을 계속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소상공인, 중소영세사업장의 어려움은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정책을 병행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최저임금 의결로 문재인 대통령의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은 무산됐다. 최저임금 1만 원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핵심이기도 하다. 하지만 ‘목표’를 정한 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방식에 대해 최임위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준식 최임위원장은 이날 “최저임금 논란이 이 정부만큼 드라마틱하게 변한 적도 없었다”며 “앞으로는 최저임금이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경제와 노동시장 여건에 맞게 결정될 수 있도록 운영의 미를 다듬고 전문성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간 최저임금이 전문성보다 정치 논리에 따라 좌우된 점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 역시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바꾸자는 의견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김용춘 고용정책팀장은 “정부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이 최저임금 인상률이 경제, 일자리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 적정한 인상폭 범위를 먼저 정해놓을 필요가 있다”며 “사용자위원과 근로자위원이 그 범위 안에서 논의할 때 합리적인 합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송혜미기자 1am@donga.com
홍석호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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