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불확실성 커져 ‘빚투’는 위험… 노후 설계 흔들 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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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제약 클수록 헤지는 어려워져… 과도한 투자, 전체 자산 위험 키워
실물경제 충격 금융시장 전이되면… 기업-가계에 유동성 제약 우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국내 주식시장에 유입된 직접투자 자금 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2020년 6월 말 SK바이오팜에 이어 카카오게임즈의 일반 공모 청약에만 무려 58조 원에 달하는 증거금이 몰렸을 정도다. 특히 2030세대는 빚을 내서 투자를 하거나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를 한다는 ‘빚투’, ‘영끌’ 등의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면서 주식, 부동산, 가상화폐(비트코인 등)에 과도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경제 충격의 불확실성이 큰 때에는 개인투자자가 부채에 기댄 채 위험자산을 지나치게 선호하는 데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미국 워싱턴대 연구에 따르면 소득담보대출이 제한되는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위험자산 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 대리인 갈등, 정보 비대칭, 제한된 집행 등의 마찰로 인해 사람들의 소득담보대출이 완전히 제한되거나 부분적으로 허용되는 현실에서는 소비 및 투자 패턴이 달라져야 한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소득담보대출이 완전히 제한되는 대출 제약 조건에서는 개인의 항상소득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금융 자원이 줄어든다는 점에 주목했다. 부채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자산 또한 감소하는 이치다. 이렇게 접근 가능한 금융 자원이 줄어들면 결국 개인의 은퇴와 심지어 은퇴 이후 노후 설계까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출 제약 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보통의 경우에는 소득담보대출을 통한 위험 헤지(Risk Hedge)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자연스럽게 개별 주식이나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나타내는 지표인 베타(Beta)가 높은 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여도 위험 분산 관점에서 합리적일 수 있다. 반면 대출 제약 조건을 고려하게 되면 이런 헤지가 불가능하다. 과도한 주식 투자가 자칫 포트폴리오 전체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사태는 기존 금융시장으로부터 파생된 경제 충격이 아니다. 사람들의 인적 교류를 막고 경제 생산을 멈추는 등의 봉쇄 조치가 직접적으로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러한 실물경제의 충격이 현재의 과도한 가계부채 뇌관을 매개로 금융시장에 크고 부정적인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경제 전반의 소비와 투자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금융시장에 신용 경색이 발생하게 되면 기업 및 가계에 다양한 유동성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기업 및 가계의 전체적인 부도율이나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져 주식시장 및 채권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변동성을 높일 수도 있다.

천문학적인 대규모 경제 부양책에 힘입어 유례없는 초저금리 시대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미 미국과 국내 장기 채권 금리는 상승세에 접어들었다. 장기적인 경제 불황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이미 채권시장의 가격에 반영돼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제 충격의 불확실성이 나날이 커지는 지금, 빚에 기댄 투자는 경계해야 한다.

박세영 노팅엄 경영대학 재무 부교수 seyoung.park@nottingham.ac.kr

정리=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대출제약#빚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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