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6·25전쟁 참전… 그날을 말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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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감동경영]최청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 계획운영처장 육군 중령

2019년 9월의 비가 오던 어느 날, 6·25전쟁 참전영웅인 김창중 영웅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참전영웅들을 만나 뵙고 사연을 통해 접하는 그날의 이야기는 말과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가슴 벅찬 뿌듯함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김창중(87세) 영웅은 15세 어린 나이에 학도병으로 국군8사단에 소속돼 낙동강 지구 전투에 참전하셨다고 한다.

팔순이 넘으신 영웅께서는 참혹했던 그날의 전투와 전우들의 목소리를 아주 또렷하게 기억하시고 마지막에는 6·25 전쟁 당시 몸에 두르고 전장을 누비던 낡디낡은 태극기를 보여주시면서 그날의 기억을 우리 후배 전우들에게 아주 상세히 이야기해해 주셨다. 그리고 자신과 함께 전장을 누비던 태극기를 기증해 주셨다.

기증받은 태극기를 보는 순간 벅찬 감동이 몰려왔고 반드시 이런 사연의 태극기를 많은 이들에게 전달하고 느끼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낡은 태극기는 그동안 지나온 시간과 그날의 상처를 묵묵히 말해주며 지금은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 중앙 홀에 전시되었다.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은 6·25전쟁 당시 국가를 위해 산화하셨으나 미처 수습되지 못한 채 아직까지도 이름 모를 산야에 홀로 남겨진 13만여 위의 호국용사들의 유해를 찾아 70여 년의 세월을 애타게 기다린 가족과 상봉을 하고 국립현충원에 모시는 숭고한 호국보훈사업의 목적으로 출발했다. 이제는 세계에서 미국의 DPAA와 함께 유일무이한 국책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2019년 4월에는 역사적인 남북군사합의의 일환으로 최초로 비무장지대내의 유해발굴을 화살머리고지일대에서 안전대책을 강구한 가운데 완벽하게 실시해오고 있다.

올해는 6·25전쟁 71주년을 맞는 해이다. 한해 한해가 유해발굴을 하는 우리들에게 의미 있는 해이며 생존해 계신 참전영웅들에게는 소중한 시간이 지나가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중앙홀에 전시된 김창중 참전영웅님의 태극기가 지금도 그날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나는 잊혀져가는 영웅분들을 모시는 소임에 정성을 다하기 위해 그날의 태극기를 보며 다시 한 번 큰 다짐을 해본다.
#공기업감동경영#공기업#유해발굴감식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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