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文대통령 방문 임대단지, 4채 중 1채 꼴 공실…공급자 위주 공급 탓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2일 0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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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은 임대주택 현장점검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경기도 화성시 LH 임대주택 100만호 기념단지인 동탄 공공임대주택 단지를 찾아 공간을 둘러보고 있다.  2020.12.11/뉴스1 (서울=뉴스1)
살고 싶은 임대주택 현장점검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경기도 화성시 LH 임대주택 100만호 기념단지인 동탄 공공임대주택 단지를 찾아 공간을 둘러보고 있다. 2020.12.11/뉴스1 (서울=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방문한 경기 화성시 ‘화성동탄 행복주택 단지’는 4차례에 걸쳐 입주자 모집을 했는데도 현재 4채 중 1채꼴로 공실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을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해야 하지만 공급자 위주로 공급이 이뤄지다 보니 시장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화성동탄 행복주택 단지는 총 1640채 중 400채 정도가 공실 상태다. 처음으로 입주자 모집공고가 이뤄진 것은 지난해 9월로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 한부모가족 등을 대상으로 입주자를 모집했지만 미달이었다.

LH는 올해 4월, 8월에는 기간요건과 소득요건을 완화해 추가 모집에 나섰다. 신혼부부의 경우 혼인 기간을 7년 이내에서 10년 이내로, 소득 기준은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100% 이하에서 130% 이하로 낮췄으나 공실을 해소하지 못했다.

화성동탄 행복주택 단지는 공공임대 100만 호 달성을 기념해 공급한 것이어서 공공임대주택 중에서도 품질이 좋은 편으로 꼽힌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공실은 대부분 전용면적 16㎡에 몰려 있다”며 “옛 기준으로 5평도 안 되는 면적이어서 혼자 살기에도 너무 작다”고 설명했다.

공공임대 공실은 이곳만 겪는 문제가 아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전국 공공임대주택 중 3개월 이상 공실은 3만9100채다. 수도권에는 서울 4900채를 포함해 1만6000채가 공실로 남아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경기도 화성시 LH 임대주택 100만호 기념단지에서 열린 살고 싶은 임대주택 보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0.12.11/뉴스1 © News1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경기도 화성시 LH 임대주택 100만호 기념단지에서 열린 살고 싶은 임대주택 보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0.12.11/뉴스1 © News1
이날 문 대통령은 2025년까지 공공임대주택 240만 호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공공주택 확대 방침을 거듭 강조했지만, 이처럼 수요를 맞추지 못한 공급이 이뤄지면 현 전세난을 근본적으로 풀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굳이 자기 집을 꼭 소유하지 않더라도 임대주택으로도 충분히 좋은 주택으로 발전해 갈 수 있는 주거 사다리를 잘 만들어야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 업계는 공공임대주택의 입지와 품질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수요가 있는 곳이 아니라 낮은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지역을 찾다 보니 시장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수요가 풍부한 곳에 공급된 공공임대주택은 공실이 거의 없다. 올해 6월 입주자 모집공고가 진행된 서울 중랑구 양원지구 S-2블록이나 위례신도시 A3-3b블록의 행복주택 등은 첫 공고에서 90%가 넘는 높은 계약률을 보였다.

민간업체가 공급하는 아파트와 비교해 낮은 품질도 문제다. 면적이 너무 좁거나, 바닥 등에 저렴한 마감재를 사용해 입주자들의 불만이 크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작은 평형의 임대주택 공급량을 늘린다고, 임대차 시장의 혼란이 해소되기는 어렵다”며 “지금이라도 공공뿐만 아니라 민간 공급을 함께 늘려 나가야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순구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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