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폭등 지난 정권 때문? ‘실수요’ 때문![데이터 비키니]

황규인 기자 입력 2020-11-28 11:00수정 2020-11-28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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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에 자리한 한 신축 아파트 단지. 동아일보DB


“대기업 흙수저 커플 2014년 결혼해서 참 행복했습니다.

부모 지원 한 푼 없이 서로 모은 돈 1억5000만 원으로 결혼했습니다.

2014년 마포X미안X르지오 전세 3억 원에 들어가서 만기 때인 2016년쯤 주인이 싸게 6억 원에 주겠다고 했는데 (그 당시 시세 저층이 6억3000만 원) 제가 대출받기 싫어서 완강히 거절 … 이때 와이프랑 처음 부부 싸움.

결국, 전세 한번 연장 후 지옥이 펼쳐졌네요. 저는 항상 죄인이 된 기분이었고, 와이프도 안 그런 척하지만 항상 화가 나 있고…

주요기사
결국 얼마 전 또 집 때문에 부부싸움 도중 제가 손이 나가서 협의 이혼했습니다. 숙려기간이기는 하지만 의미 없고요.

어차피 문재인 정부 때 미친 듯이 올라서 떨어져봤자 10억 원 오른 거 5억 원 떨어지면 뭐 하나 생각도 들고요.

이혼하니까 집값은 이제 포기 상태입니다. 100% 오른 거 10% 잠깐 떨어지면 호들갑 떠는 X들이니까요.

그냥 원룸 오피스텔에서 혼자 살다가 고독사로 죽어야겠지요.”
‘집값정상화시민행동’이라는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이 글을 읽고 남의 이야기 같지 않다고 느끼시는 분이 적지 않으실 거다. ‘집을 샀느냐, 안/못 샀느냐’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오간 분이 한둘이 아닐 테니 말이다.

2020년 11월 26일자 동아일보 A8면 <점점 심해지는 ‘K자형 양극화’>(https://bit.ly/3fISXZ1) 중에서


● 달아난 악령
부동산 정책 목표가 ‘주택시장 안정’과 ‘국민 주거복지 향상’이라고 한다면 현 정부는 낙제점에 가까운 게 사실이다. 그런데 현 정부 관계자 중에는 이 정부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이유를 전 정부 책임으로 돌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참여정부에서 집값을 안정시킨다는 드라이브를 걸었던 혜택을 이명박 정부에서 봤고, 박근혜 정부 때 부양책으로 ‘전세 얻을 돈이면 조금 대출 받아서 집 사라’고 내몰고 임대 사업자에게 혜택을 줬다”면서 “집값이 올라가는 결과를 이 정부가 안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계속해 “대한민국 국민들은 내 집에 대한 애착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 아주 강하고, 서울로 집중하면서도 특정 지역 선호도가 매우 높은 특이한 경우”라면서 “서울 인구는 줄었는데 가구 분할로 세대는 9만 가까이 늘었다. 신규 물량이 필요한데, 과거부터 준비가 안 돼 있어 수요와 공급이 안 맞게 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부동산(값) 폭등을 초래한 원인 중 하나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 누적된 부동산 부양 정책 때문”이라고 했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전 정부에서 부동산 관련 규제들이 다 풀어진 상태에서 자금이 부동산에 몰린 상황”이라고 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동아일보DB

이런 현 정부 인사들 인식은 과연 현실과 얼마나 부합할까? 정말 현재 부동산 시장이 이 모양인 건 정말 전 정부 탓일까?

●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
일단 ‘참여정부에서 집값을 안정시킨다는 드라이브’를 걸었던 건 맞다. 왜 이런 드라이브가 필요했을까? 집값이 올라도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월간 주택 가격 동향’에 따르면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한 2003년 2월 부동산 가격 지수를 100이라고 할 때 퇴임 시기였던 2008년 2월에는 157까지 올랐다.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이 57% 올랐던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전세 가격 지수는 100에서 112로 올라가는 데 그쳤다.

전세 수요는 100% 실수요지만 주택 수요 가운데는 ‘투기 수요’도 적지 않다. 그런 이유로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전세가율)을 살펴보면 집값에 ‘거품’이 얼마나 끼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만약 어떤 아파트가 매매가가 5억 원인데 전세는 3억 원이라면 이 비율은 60%가 된다. 이 아파트 매매가가 8억으로 올랐는데 전세는 4억 원으로 오르는 데 그쳤다면 전세가율은 50%로 내려간다. 그러면 집값 상승분에 거품이 끼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그래프를 보면 노무현,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전세가율이 꾸준히 내려간 반면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꾸준히 올라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정책 효과’ 때문이 아니라 그저 ‘자연스러운 사이클’일 수도 있다. 그래도 확실한 건 노무현 정부 때 생긴 거품이 부풀고 부풀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 터졌다는 점이다.

거품이 때가 되어서 터진 걸까 아니면 이명박 전부에서 터뜨린 걸까.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 평가는 ‘터뜨린 것’에 가깝다.

“이명박 정부 때 반값 아파트(보금자리 주택)을 펼쳤죠. 어떻게 이럴 수 있냐? 이명박은 건설회사 사장 출신이라 돌아가는 걸 너무 잘 알거든요. 반값에도 분양이 가능한 걸 알아요. 이명박을 속일 수가 없었던 거죠. 자꾸 고위 관료들이 속이려 드니, 현대건설에서 같이 일하던 사람을 LH 사장으로 보내버려요. 그 다음 강남 아파트를 평당 1100만 원(당시 주변 시세는 평당 3000만 원 선)에 분양해 버려요. 이러니 집값을 잡죠.” ─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인용

실제로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매달 서울 지역 아파트값이 월평균 1.70% 올랐지만, 이명박 정부 때는 오히려 0.15% 줄었다. 이후 박근혜 정부 때 0.56%가 오르면서 상승세로 돌아선 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2.50%까지 상승률이 올랐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런 현상이 모두 ‘정책 효과’ 때문에 생겼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 미로의 날들
그러면 이렇게 거품을 터뜨렸을 때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는 어떤 일이 생겼을까?

제일 먼저 나타는 현상은 ‘집을 파는 것’이었다.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이 조사를 두 번째로 실시한 2008년 44.9%였던 서울 지역 자가 거주 비율은 2010년 41.2%로 줄었다. 지금 같은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는 집만 사면 다 부자가 될 것 같지만 사실 집을 산다는 건 집값이 내릴지 모른다는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다.

이어 전세가가 치솟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첫 달(2008년 3월) 서울 아파트 전셋값을 100이라고 하면 마지막 달(2013년 2월)에는 132까지 올랐다. 30% 넘게 치솟은 전셋값을 감당하기 힘든 이들은 ‘보증금 있는 월세’ 그러니까 반(半)전세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최경환 전 의원을 경제부총리를 임명한 2014년 7월이 되면 이 전세 지수는 147까지 오르게 된다. 같은 기간 매매 지수는 100에서 95로 내렸다. 그리고 그 유명한 ‘전세 얻을 돈이면 조금 더 대출받아서 집 사라’는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한다. 그러자 서울 사람들은 정말 집을 사기 시작했다. 2014년 40.2%였던 서울 지역 자가 거주 비율은 그다음 조사 때였던 2016년에는 42%, 2017년에는 42.9%로 올랐다.


이제 와서 보면 ‘빚 내서 집 사라’는 이야기가 아주 틀린 소리도 아니었다. 정말 ‘조금 더 대출을 받으면’ 집을 사는 게 가능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6년 서울 지역 아파트 중위 가격 그러니까 아파트 가격을 놓고 1등부터 101등까지 순위를 매겼을 때 50등에 해당하는 가격은 5억9300만 원이었다. 당시 전세가율은 75.1%(전세가 4억4534만 원)였으니까 1억4766만 원을 (추가) 대출받으면 이 집을 살 수 있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빚내서 집 사라’는 말을 따랐던 사람들은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부자’가 됐다.

반면 국토교통부에서 이 가격을 제공하는 가장 최신 시점인 올해 8월 서울 지역 아파트 중위 가격은 10억8100만 원이고 전세가율은 53.3%다. 따라서 전세 대신 매매를 선택하려면 5억428만 원을 (추가) 대출 받아야 한다. 대출받아야 하는 돈이 3.4배 늘어난 것이다. 그러면서 물려받은 재산이 없는 젊은 세대는 서울에 집을 마련하는 게 점점 불가능에 가까운 일로 변하고 말았다.



● 전야, 혹은 시대의 마지막 밤
주거 형태 변화 그래프에서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하는 건 ‘자가 & 전세’ 상관관계가 ‘전세 & 반(半)전세(보증금 있는 월세)’ 상관관계보다 훨씬 크다는 점이다.

한 변수가 다른 변수와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 알아볼 때 통계학에서는 ‘(피어슨) 상관계수’라는 지표를 쓴다. 이 지수는 -1부터 1 사이로 나타나는데 -1이면 완전히 반대 1이면 완전히 똑같다는 뜻이다.

예컨대, 시대와 인종에 따라 따르지만, 키와 몸무게 사이 상관계수는 0.7~0.8 사이로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키가 클수록 몸무게도 많이 나가지만 키가 크고 마른 사람도 있고 키가 작고 뚱뚱한 사람도 있기에 이 정도 숫자로 나타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자가 & 전세 사이 상관계수는 -0.9553이다. 거의 일대일 비율로 자가가 늘면 전세가 줄었던 것. 전세 & 반전세는 -0.3556였다. 전세 대신 집을 사는 이들이 전세 대신 반전세를 선택하는 이들보다 많았다는 의미다.


전세에 살던 이들이 집을 사는 건 ‘실수요’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주택 소유 통계’를 보면 2016년에는 총 134만3116가구가 서울 지역에 집을 한 채 소유하고 있었다. 2019년에는 137만3472가구로 3만356가구(2.26%)가 늘었다. 반면 집을 여러 채 소유한 가구는 52만943가구에서 52만1403가구로 460가구(0.09%)가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제대로 읽으신 게 맞다. 460가구다.

수요가 많을수록 가격이 올라간다는 건 지극히 당연한 경제 법칙. 결국 서울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린 건 ‘실수요자’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 현 정부는 “대한민국 국민들은 내 집에 대한 애착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 아주 강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아니다. 새로 집을 산 이들 중에는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지만 않았다면 전세에 계속 만족했을 텐데도 어쩔 수 없이 ‘패닉 바잉’(Panic Buying)에 나선 이들도 적지 않았다. 위에서 본 것처럼 지난해까지는 서울시 생애 첫 주택 구입자가 꾸준히 줄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3만7863명이 첫 집을 마련했다.



● 사로잡힌 악령
요컨대 아파트 가격이 이미 치솟은 상황에서 가만히 앉아 있다가는 ‘바보’ 되기에 십상이라 아파트 구매 ‘전쟁’에 뛰어들게 되고, 이 때문에 아파트 가격이 더욱 오르는 순환고리가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상승세를 부채질하는 요소는 없었을까?

물론 있다. 이제 ‘유동성(流動性)’이라는 낱말이 등장할 때가 됐다.

유동성은 ‘자본손실 없이 즉시 화폐로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의 정도’라는 뜻. 당연히 유동성이 가장 높은 자산은 현금 그 자체다. 한국은행에서는 통화(通貨)를 유동성에 따라 M1(협의통화), M2(광의통화), L(전체통화)로 구분한다.

자료: 한국은행

가장 쉽게 설명하면 M1은 ‘현금 + 언제든 당장 꺼내쓸 수 있는 예금’을 뜻하고 M2는 M1에 정기 예금·적금처럼 현금화할 때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금융 상품을 더한 개념이다. 따라서 M2 대비 M1 비율(M1/M2)을 구하면 시장에 풀린 돈 가운데 당장 다른 곳에 투자할 수 있는 비율을 계산할 수 있다.

이 M1/M2는 서울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끼친다. 시장에 돈이 많이 풀릴수록 서울 아파트 가격이 올라간다는 뜻이니까 어찌 보면 이는 아주 당연한 일. 실제로 최근 10년 동안 M1/M2와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 사이 상관계수를 계산하면 0.8600이 나온다. 키가 커지면 몸무게가 늘어나는 정도보다 M1/M2가 늘어날 때 서울 아파트 가격이 올라가는 정도가 높은 것이다.

따라서 서울 아파트 가격을 잡고 싶다면 이 비율을 줄여야 했다. 정부도 처음에는 그 방향을 선택했다. 그러나 경기가 나빠지자 돈을 푸는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M1/M2가 급격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평(균)잔(액) 기준으로 올해 9월 말 현재 M1/M2는 35.6%를 기록했다. 1986년 한국은행에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뒤로 가장 높은 숫자다.


그러니 서울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 신고가(新高價) 기록이 쏟아지는 게 놀랄 일도 아니다. 이렇게 정부에서 돈을 풀어 아파트 가격을 올려놓고, 나중에는 영영 집을 못 사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영끌을 해서 겨우 서울 아파트를 샀는데, ‘이제 너는 부동산 부자’라며 ‘종합부동산세’까지 부과하니 민심이 갈수록 흉흉해질 수밖에 없다.

(오해하실까 봐 밝히면 M1/M2가 높은 게 꼭 나쁜 일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 비율을 높이는 정책을 펴면서 동시에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게 ‘모순적’이라는 얘기다.)

● 익명의 섬
사정이 이런데도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 정부에서 부동산 관련 규제들이 다 풀어진 상태에서 자금이 부동산에 몰린 상황”이라고 하는 것이다. 시장에 자금을 푼 건 현 정부다. 현재 부동산 상황은 어디까지나 ‘현 정부 책임’이다. 게다가 3기 신도시 토지보상금 지급이 끝나면 부동산 시장에는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이 넘쳐날 것이다.

클립아트 코리아

이렇게 시장에 돈을 풀어 놓으면 화폐 가치가 떨어진다.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 꼭 서울 아파트가 아니더라도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건 중·고등학교 사회 수업만 열심히 들어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실제로 정부가 계속 부동산 가격 상승 억제 정책을 내놓는 와중에도 ‘부동산 전문가’ 상당수가 ‘시장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렸다’는 이유로 당분간 집값 상승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에서는 이런 이들을 ‘시장 교란 세력’이라고 평가하고 싶을지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지난해 6월에라도 이런 이들 이야기를 따른 사람은 부동산 부자가 됐고, 정부 말을 믿고 기다린 사람은 언제 내 집을 갖게 될지 알기 힘든 상태가 되고 말았다. 이 시장 교란 세력은 ‘전세대란이 올 것’이라고 미리 내다보기도 했다.

지난해 6월 16일 ‘유튜브’에 올라온 한 부동산 전문가 강연 내용 캡처

사실 전세대란이 올 거라는 사실도 위에서 살펴본 다주택자 가구 비율을 보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다주택자가 늘어나지 않는다는 건 전·월세 물량이 줄어든다는 것과 같은 뜻이기 때문이다.

2016년부터 2019년 사이에 서울 지역 무주택 가구 숫자도 190만0646가구에서 200만1514가구로 10만868가구(5.31%)가 늘었다. 반면 다주택 가구는 460가구가 늘어나는 데 그쳤으니 물량 부족이 찾아오고 그러면 전세대란이 찾아오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 오디세이아 서울
이렇게 전·월세 물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은 흔히 ‘임대차3법’이라고 부르는 주택임차보호법 및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안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서울 아파트 전셋값도 쭉쭉 올라가기 시작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 지수는 2017년 7월을 100이라고 할 때 올해 7월까지 3년 동안 105로 5가 오르는 데 그쳤지만 8~10월 석 달 만에 110으로 두 배가 뛰었다. (임대차3법이 어떻게 전셋값을 끌어올렸는지 궁금하신 분은 ‘나라님들, 전세살이가 뭔지 정말 아십니까? [데이터 비키니]’를 참고하셔도 좋다. https://bit.ly/3mcN6O3)

2017년 7월부터 3년간 서울 아파트 매매 지수는 100에서 126이 됐다. 아파트 가격이 이렇게 오르는 동안 전세가가 안정세를 유지할 수 있던 건 국토교통부에서 주택 소유 숫자별 가구 통계를 처음 작성하기 시작한 2015년부터 2016년 사이 그러니까 박근혜 정부 시절 서울 지역 다주택 가구가 50만1507가구에서 52만943가구로 1만9336가구(3.85%) 늘어났기 때문이다.

현 정부에서는 이들을 ‘투기 세력’으로 규정했지만, 그리고 이들이 당시 70% 안팎까지 오른 전세가율을 활용해 ‘갭 투자’에 나선 것도 사실이지만, 이들이 부동산 시장에서 ‘전세 물량 공급자’로 기능했던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게다가 이들이 갭투자에 열을 올릴 때보다 현 정부에서 다주택자를 범죄인 취급하는 동안 서울 아파트 가격이 더 많이 올랐다.


그렇다고 현 정부에서 다주택자 억제 정책을 편 게 마냥 성공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서울 지역 다주택 가구 숫자 자체는 460가구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3주택 이상 소유 가구 숫자는 2016년 14만4911가구에서 15만7050가구로 2059가구(1.33%) 늘었다.

전체적으로 460가구만 늘어난 건 2주택 소유 가구가 36만5952가구에서 26만4353가구로 1599가구(0.04%) 줄었기 때문이다. 2주택 소유 가구 중에는 ‘일시적 2주택자’도 적지 않다는 걸 고려하면 진짜 부동산 투기 세력은 이 기간 오히려 소유 주택 숫자를 늘렸다고 할 수 있다.

● 금시조
매매 물량 역시 마찬가지다. 최 수석은 “신규 물량이 필요한데, 과거부터 준비가 안 돼 있어 수요와 공급이 안 맞게 된 상황”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지역 아파트 사용검사 실적은 월평균 3828.3건으로 박근혜 정부 시절(2660.4건)보다 1167.9건(43.9%) 늘었다. ‘사용검사’를 진행했다는 건 아파트 공사가 끝났다(완공했다)는 뜻이다.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데 인허가부터 준공까지 보통 4, 5년 정도가 걸린다. 따라서 전 정부에서 ‘준비’를 한 덕에 2019, 2020년 서울에 이 정도 물량을 공급할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전 정부 ‘덕분에’ 서울 아파트 시장이 ‘이 정도에서’ 가격이 더 올라가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아파트 공사 현장. 클립아트 코리아

반면 현 정부에서는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면서 2017년에 인허가를 받아 2021, 2022년에 입주할 수 있던 물량(7만4984호) 중 상당수가 입주 시기를 최소 1, 2년은 미루게 됐다. 이번에도 시장 교란 세력은 신규 입주 물량 부족으로 인한 아파트 가격 상승을 우려하고 있지만, 정부에서는 계속 ‘문제없다’고 하고 있다.

이번에는 누구 말이 맞을까? 아직은 알 수 없다. 그저 ‘언젠간 나도 새 아파트에 살고 싶다’고 희망하는 서민 한 사람으로서 “신음 같은 탄식과 숨죽인 흐느낌과 나지막한 비명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던 소설 속 문장을 부동산 시장에서는 경험하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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