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의 유명 문화 공연장인 케네디센터 외벽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이름을 떼는 작업이 소셜미디어로 생중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이름을 붙여 센터 이름을 ‘트럼프-케네디센터’로 바꾸려고 했지만, 최근 연방법원은 원상 복구를 명령했다. 워싱턴=AP 뉴시스
미국 수도 워싱턴의 대표적인 공연장으로 꼽히는 ‘케네디센터’ 건물 외벽에 새겨졌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이 13일(현지 시간) 철거됐다. 최근 미 연방법원이 케네디센터의 명칭을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반영해 ‘트럼프-케네디센터’로 변경한 조치가 위법하다고 판결한 데 따른 조치다.
CNN방송 등에 따르면 케네디센터는 이날 건물 외벽에 설치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떼어내고, 웹사이트에서도 명칭을 삭제했다. 현장에는 수백 명의 시민이 몰려 철거 작업을 지켜봤고, 작업 과정은 인터넷 생중계를 통해서도 공개됐다. 다만 현재 케네디센터 외벽은 방수포로 덮여 있어 바뀐 간판의 모습은 확인할 수 없다. CNN 등은 천막 사이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사라진 모습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워싱턴 연방 지방법원은 14일 이내에 센터 외벽과 웹사이트 등에서 트럼프의 이름을 삭제하라고 판결했다. 케네디센터 측은 철거 시한(12일) 직전까지 항소를 통해 판결 집행을 중단하려 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케네디센터는 연극, 음악, 무용 등의 공연이 펼쳐지는 국립 문화예술기관으로 미국 대통령이 주최하는 주요 문화 행사가 열려온 유서 깊은 공간이다. 1963년 케네디 전 대통령이 암살당한 직후 연방 의회에서 추모의 뜻을 담아 당시 설립을 추진 중이던 ‘국립문화센터’의 이름을 ‘존 F. 케네디 공연예술 센터’로 변경했다. 미국에선 통상 케네디센터로 불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재집권 뒤 사실상 진보 진영과의 ‘문화 전쟁’ 성격으로 케네디센터의 이사진에 충성파를 대거 선발하고 자신이 직접 이사장을 맡았다. 또 지난해 12월 18일 케네디센터 이사진은 기관명을 트럼프-케네디센터로 변경하는 방안을 의결했고, 곧바로 건물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추가한 새 간판을 달았다.
미 연방법원의 크리스토퍼 쿠퍼 판사는 케네디센터 명칭 변경이 케네디 전 대통령만을 기릴 수 있도록 한 연방법에 위배되며, 의회의 권한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판결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쿠퍼 판사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임명된 판사라고 지적하면서 “쿠퍼 판사는 스스로를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CNN은 “이번 철거는 케네디센터를 장악하고 워싱턴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광범위한 노력에 타격을 입혔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동관을 철거해 대형 연회장을 짓도록 지시했고, 워싱턴에 위치한 여러 연방 건물에 자신의 얼굴이 그려진 대형 현수막을 걸도록 하는 등 자신의 ‘족적 남기기’에 유독 적극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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