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배민 인수하려면 요기요 팔아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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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기업 DH에 통첩… “독과점 우려”
DH측 “공정위 제안 동의못해” 반발
내달 공정위 전원회의 결정에 촉각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국내 1위 배달 애플리케이션인 ‘배달의민족(배민)’을 인수하려면 자회사 ‘요기요’를 매각하라는 조건을 내건 것으로 확인됐다. DH가 국내 배달 앱 2, 3위인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고 있어 배민까지 갖게 되면 음식배달업 시장의 90% 이상을 독과점하게 된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하지만 DH는 이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어 공정위가 향후 전원회의를 열어 두 회사의 인수합병(M&A)을 최종 심사할 때까지 공방이 예상된다.

○ “배민 사려면 요기요 팔아라”

16일 DH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독일 배달서비스 기업인 DH 측에 요기요 매각을 조건으로 기업결합을 승인한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보냈다. 심사보고서는 공정위 심사국의 의견을 담은 것으로, DH가 보고서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면 공정위는 이르면 다음 달 9일 전원회의를 열어 기업결합 승인 조건 등을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DH는 지난해 12월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 지분 87%를 약 4조8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하고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했다. 인수가격은 국내 인터넷 기업의 M&A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공정위가 1년간의 심사숙고 끝에 자회사 매각이라는 초강수 조건을 내건 것은 배달 앱 업계에 압도적 지배력을 갖춘 독과점 사업자가 등장해 시장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9월 현재 배달 앱 점유율(실사용자 기준)은 배민 59.7%, 요기요 30.0%, 배달통 1.2%다. 3개를 합하면 90.8%에 이른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독과점 문제를 우려하는 공정위가 절충안을 내놨다”고 했다.

○ DH “동의 못해”…전원회의 난항 예상

하지만 DH는 “공정위 제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DH는 “이 조건은 기업결합 시너지를 통해 서비스를 향상시키려는 DH 계획에 맞지 않는다. 음식점 사장님, 라이더, 소비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관련 업계에서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투자은행 관계자는 “M&A는 기존 사업을 강화하려고 하는 것인데 다른 사업(배민)을 위해 기존 사업(요기요)을 포기하라는 건 사실상 M&A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했다.

쿠팡, 위메프 등 이커머스 업체들이 대규모 자본을 투자하며 배달 앱 시장에 진출하는 상황에서 현재의 점유율만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산업의 특성상 소비자가 언제 어떻게 이탈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며 “요기요를 매각한다 해도 소비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합병 조건 등이 수정될 여지가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전원회의에서 공정위 심사국의 기업결합 승인 조건을 기각하고 기업 측 의견을 받아들인 사례가 수차례 있기 때문이다. DH는 “추후 열릴 전원회의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공정위 위원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세종=남건우 woo@donga.com / 이건혁 기자
#배달의 민족 인수#요기요#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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