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책 쏟아지더니… 시장 논리 무너지고 ‘전세’ 폭등

  • 동아경제
  • 입력 2020년 10월 16일 19시 14분


서울·경기를 비롯해 지방 주요도시 아파트 전세 물건이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그나마 매물로 등록된 전세는 매매가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문재인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내놓은 스물 세 번의 정책은 결국 심각한 ‘전세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5일 한국감정원이 내놓은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12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보다 0.08% 상승해 68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감정원 관계자는 “신규 입주물량 감소, 청약대기 수요, 거주요건 강화 등으로 매물부족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교육.교통 등 정주여건 양호한 지역, 역세권 및 직주근접 지역 중심으로 가을철 이사수요 유입되며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임대차3법 등의 영향으로 전세물량이 부족한데다 3기신도시 대기수요 등의 영향으로 서울 전셋값이 68주째 올랐다. 서울을 비롯해 지방광역시, 전국 기준 전셋값도 상승폭이 커졌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도 중저가나 소형 위주로 상승했다. 다만 강남구는 일부 재건축 위주로 매수세가 감소하며 하락 전환했다. 강남구의 이번 하락은 6월 2주 상승(0.02%) 이후 18주 만이다.

송파(0.11%)·강남(0.10%)·서초(0.08%)·강동구(0.08%) 등 강남4구는 모두 전체적으로 매물 부족현상으로 전세가격이 올랐다. 강남4구 이외에는 동작(0.07%)·관악(0.07%)·구로구(0.07%)의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강남보다는 강북의 상승폭이 약간 높았다. 노원(0.10%)·용산(0.09%)·성북(0.09%)·마포구(0.08%) 등이 올랐다.

서울 아파트 매매 역시 보합권에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 거래 절벽속에서 서울 집값은 8주째 0.01% 상승했다.

강남4구 중 송파구(0.01%)는 위례신도시 소형 위주로 상승했다. 강남구(-0.01%)는 일부 재건축 단지나 대형 평형 위주로 약세를 보이며 아파트 매매가가 18주만에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서초구와 강동구(0.00%)는 보합세를 보였다. 강남4구 이외 관악(0.02%)는 전주 상승폭을 유지했고, 영등포(0.01%)·동작(0.01%)는 전주대비 0.01% 올랐다.

지방 상황도 심각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월 첫째주부터 지난주까지 울산 남구가 5.48% 오른 것을 비롯해 대전 유성 4.14%·서구 3.51%, 부산 해운대 2.12%, 대구 수성 1.69%·서구 1.24% 등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서울의 상승률은 1.06%, 경기는 2.18%였다.

최근에도 이들 지역의 전셋값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다. 울산 남구가 일주일 만에 0.65% 올랐고, 대전 유성 0.31%, 부산 동래 0.25%·해운대 0.21%, 대구 수성 0.13% 등의 상승율을 보이는 중이다.

엎친 데 덮친 격 이달 아파트 입주 물량이 전월 대비 30% 줄어드는 등 3개월 연속 감소할 전망이다. 가을 이사철과 기저효과 등으로 입주경기 전망은 개선되고 있지만 정부 규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등 영향으로 입주경기 전망은 8개월째 기준선을 밑돌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에 따르면 10월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2만1987가구다. 전월보다 30%(9456가구) 감소한 규모다.

공급 주체별로는 민간이 22개 단지에서 1만2617가구, 공공이 13개 단지에서 9370가구를 공급한다. 민간은 전월보다 공급이 1만199가구 줄었고, 공공은 743가구 늘었다.

지역별로는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 22개 단지, 1만3951가구가 입주하고 지방은 13개 단지, 8026가구기 입주한다. 수도권은 서울 2807가구, 경기 9998가구, 인천 1146가구다. 부산은 2662가구, 충남 1707가구, 대구 1395가구 등이 입주 예정이다.

전국 입주 물량은 7월 4만1154가구에서 8월 3만8261가구, 9월 3만1443가구, 10월 2만1987가구로 3개월 연속 크게 줄었다. 서울·경기 지역의 경우 7월 2만3362가구에서 8월 2만2725가구, 9월 1만100가구, 10월 1만2805가구다. 9월 대비 소폭 증가하긴 했으나 7·8월에 못 미친다. 전세난이 심화하고 있느 가운데 신축 입주에 따른 전세 공급도 녹록지 않은 셈이다.

주산연은 “코로나19 장기화 등 영향으로 8개월째 지수가 60∼70선을 횡보하고 있어 10월에도 대부분 지역에서 입주여건 악화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같은 기간 대전의 전세수급지수 역시 190.6으로 2016년 11월(193.1) 이후 최고 수준이다. 울산도 185.9로 2011년 9월(187.2)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부산 역시 176.9로 지난 2016년 9월(179.5) 이후 가장 높았다. 지방 광역시 중에서도 도심 지역인 ‘지방 강남' 자치구의 경우 전세난이 더욱 심각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도 급작스런 전세난에 당장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16일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시장이 안정을 찾기까지는 일정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국민께서 걱정하는 점이 많으신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장관은 “1989년 의무임대 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났을 때 안정되기까지 5개월 정도 시간이 걸렸다”며 “똑같이 5개월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일정 기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하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은 전세난은 당정이 밀어붙인 임대차 3법 통과도 한몫을 했다고 보고 있다. 임대차 3법은 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이 핵심내용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추가 대책으로 표준임대료 도입, 전월세 5% 상한 신규계약 적용 등 가격통제 등을 규제로 시장을 압박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정부 여당이 임대차 3법과 마찬가지로 밀어붙인다면 즉각 시행도 가능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오히려 양도소득세 인하 등 꽁꽁 묶어놓은 규제를 풀어야 시장 공급물량이 늘어날 수 있다”며 “정부가 주택 정책 기조를 허물지 않는 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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