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마사지’ 지적에…통계청장 “정치적 의도 갖고 숫자 발표 안해” 반박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4일 21시 31분


국정감사에서 통계청이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비정규직 숫자, 소득분배 지표 등을 이른바 ‘마사지’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비정규직이 급증한 것으로 나와 논란이 됐던 지난해 조사 결과에 대해 “통계 조사 방식이 바뀐 탓”이라고 했던 통계청이 내부 평가에서는 ‘조사에 문제가 없다’고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국회에서 열린 통계청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서 통계청장 출신인 유경준 의원은 통계청이 지난해 가계동향조사 방식을 변경하면서 표본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표본에서 저소득층 비율을 대거 줄이고 고소득층을 늘려 소득분배지표가 좋아졌다”며 “정부에 유리한 통계를 생성하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또 가계동향조사 연간 소득자료를 만들지 않는 것에 대해 “이전 데이터와 비교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라고 했다.

또 유 의원이 통계청에서 받은 보고서에 따르면 통계청은 국제노동기구(ILO)가 마련한 새 기준에 따라 설문 문항을 추가해 비정규직 통계를 조사하는 방식에 대해 2018년 9월 “조사 진행에 어려움이 없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조사 방식 변경에 문제가 없다고 명시한 것이다.

하지만 바뀐 기준으로 처음 발표한 지난해 8월 비정규직 수가 전년보다 86만 명 폭증한 것으로 나타나자 강신욱 통계청장은 “통계 조사 방식을 바꿨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정규직으로 분류됐던 기간제 근로자 35만~50만 명이 비정규직으로 새로 잡혔다는 것이다. 통계청은 당시 “통계 문항 변화로 늘어난 비정규직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다”며 오락가락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은 “통계청이 바뀐 문항에 대해 점검을 마쳤고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음에도 비정규직 수가 폭증하는 결과가 나오자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며 “비정규직 통계가 정부 경제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결과로 이어질까 조사 방식을 탓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강 청장은 “통계청은 정치적 의도를 갖고 숫자를 발표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세종=남건우 기자 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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