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SMIC 제재나선 美…셈법 복잡해진 반도체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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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9월 29일 06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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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양산 로드맵 및 시장 점유율 추이.(자료=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양산 로드맵 및 시장 점유율 추이.(자료=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미국이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인 SMIC에 대해 수출 규제를 전격 결정한 가운데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미칠 영향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화웨이로 향하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을 완전히 차단한 고강도 조치를 내놓은 지 한달여만에 미국은 또 다시 중국 반도체 산업을 겨냥한 규제를 발표하며 미중간 무역분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지난 26일(현지시간)부로 자국 반도체 소재·장비 업체들에게 공문을 보내 SMIC에 특정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수출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통지했다.

이에 따라 SMIC는 미국 정부의 관리를 받는 이른바 ‘기업 목록(Entity list)’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은 파운드리 업체인 SMIC가 생산하는 주요 반도체 제품들이 군사적 목적으로 오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를 두고 SMIC는 지난 28일 공식 성명을 통해 “미국 정부로부터 이같은 정보를 공식적으로 전달받지 못했다”며 “SMIC는 반도체를 제조하고 민간 및 상업 목적으로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중국 군대와는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번 제재로 인해 미국의 유력 반도체 장비 업체들은 중국 최대 고객과의 거래를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미국의 반도체 장비산업 매출 기준 점유율은 40%대로 20% 후반대인 일본에 크게 앞선 1위다.

트럼프 행정부가 겨눈 SMIC는 중국 최대 반도체 제조사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MIC는 올 3분기 매출 기준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점유율 4.5%로 5위에 해당된다. 1위인 대만 TSMC(53.9%), 2위인 삼성전자(17.4%)에 비해 크게 뒤처지는 수준이다.

기업 규모뿐만 아니라 기술력 측면에서도 SMIC는 업계 선두권과 격차를 보이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지난달 발간한 ‘중국 반도체산업 현황 및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SMIC의 파운드리 공정은 삼성전자에 비해 2세대(4~6년) 가량 늦은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주력 공정도 14나노 정도로 삼성전자의 7나노 이하 선단공정에 비해 기술력이 낮다. 2017년엔 삼성전자 임원 출신인 양몽송 전 부사장을 영입한 뒤 현재 최고경영자(CEO)로 두고 있다.

당장 SMIC는 미국 정부의 제재로 인해 기술개발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초만 하더라도 연내에 7나노 양산 계획을 발표했으나 장비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분석이다.

SMIC의 매출 점유율이 5% 미만이라 하더라도 경쟁업체들은 미국 정부 제재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선 삼성전자 외에도 파운드리 전문업체인 DB하이텍,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선 국내 반도체 기업들과 거래 규모가 큰 미국과 중국이 계속해서 무역분쟁을 벌인다는 점은 불확실성으로 유지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SMIC에 대한 미국의 제재도 결국 화웨이의 싹을 밟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기술 무역 분쟁이 확대될 경우 국내 기업에 득이 될 건 없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SMIC를 규제에 포함시킨 것도 화웨이 제재안의 효과를 더욱 높이기 위한 것으로 해석한다.

앞서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로 인해 최대 반도체 공급업체였던 TSMC와의 거래를 끊었다. TSMC에 비해 공정 기술력은 낮더라도 화웨이가 계속해서 스마트폰을 생산하기 위해선 남은 선택지인 SMIC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얘기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입장에서 눈엣가시인 화웨이의 숨통을 더욱 조이는 강력한 조치가 될 것”이라며 “일부 고객들의 이탈이 이뤄질 경우 한국 반도체 업체들은 뒤돌아 웃게 만드는 조치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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