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현금 쌓아두자”…그 많던 ‘5만원권’ 다 어디로

뉴스1 입력 2020-09-27 15:22수정 2020-09-2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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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폐공사 제공) 2019.6.19/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發)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현금을 쌓아두려는 경향이 확산하면서 5만원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같은 고액권 품귀현상은 전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코로나19가 주요국 화폐 수요에 미치는 영향 및 시사점’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올해 3월부터 8월까지 한은의 5만원권 환수율은 20.9%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기간 한은 5만원권 환수율(60.1%)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한은은 올해 5만원권 제조 발주량을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늘린 데 이어 5월에는 2조원을 추가로 발주했다. 한은 발권국 관계자는 “화폐 발행잔액의 증가세가 2011년초를 정점으로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다가 코로나19가 발발한 올해 3월 이후 다시 확대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5만원권 품귀 현상의 원인으로 Δ현금접근성 제약 우려에 대한 대응 Δ금융기관의 영업용 현금 확보 Δ불확실성 증가에 따른 예비용 지급수단 확보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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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자 안전자산 선호심리로 고액권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활용하는 모습이 재현되고 있다”며 “Y2K, 글로벌 금융위기 등 과거 위기 상황에서도 금융시스템 중단 우려 등으로 현금 비축 수요(panic-driven hoarding)가 증가한 바 있고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현금 수요는 고액권이 중심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현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수의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은이 미국과 EU(유럽연합), 캐나다, 일본, 중국, 호주, 뉴질랜드, 스위스 등 주요 8개국을 조사한 결과 각국의 화폐 수요 증가율이 기존보다 2배 이상 상승했다. 특히 미국, 중국, 호주, 뉴질랜드, 스위스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올해 3월 이후 화폐발행잔액 증가율이 위기 전인 지난해 평균 증가율 대비 2.4~3.0배 상승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민간의 화폐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지난해 3~8월 5% 수준이었던 화폐발행잔액 증가율이 올해 3~8월 평균 13%(7월 14%, 8월 15%)를 기록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11%) 보다 높았다.

미 연준(Fed)의 소비자 지급수단 조사(Diary of Consumer Payment Choice)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보다 민간의 거래용 현금 보유가 17%(69달러→81달러), 예비용 현금 보유(소지하지 않고 자택 등에 보관)가 88%(257달러→483달러) 각각 늘었다.

유럽연합의 화폐발행잔액 증가율도 지난해 3~7월 평균 5% 수준에서 올해 같은기간 평균 9%로 상승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1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19가 가장 먼저 시작된 중국에선 지난해 2~6월 평균 3% 수준이던 화폐발행잔액 증가율이 올해 2월부터 큰 폭으로 상승해 3월에는 11%에 달했고, 확산세가 진정된 현재에도 9%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은은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코로나19 사태 발발 직후 JP모건 등 은행지점과 자동현금인출기(ATM)을 폐쇄하는 조치를 내렸는데, 이 조치가 사전에 현금을 비축하고자 하는 수요를 유발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금융기관들은 봉쇄령으로 인한 현송 중단 등 화폐수급 차질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현금 보유 규모를 확대했고, 경제활동 축소로 인해 도소매점 등으로부터의 현금 입금 규모가 감소하면서 금융기관의 현금 확보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은 관계자는 “재난 등 위기 시에는 현금에 대한 신뢰가 비현금지급수단보다 우위에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현금은 어떠한 경우에도 안전하게 결제를 완료(contingency back-up method of payment)할 수 있고 가치를 안정되게 저장하는 수단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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