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Dining]“우리는 글로벌 No.1” K팝은 BTS, K푸드는 신라면 블랙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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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면블랙’이 세계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가 운영하는 제품 리뷰 사이트 ‘와이어커터’가 올해 6월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으로 농심의 신라면블랙을 꼽는 이변이 일어났다.

신라면블랙의 첫 출시는 9년 전이었다. 즉석식품이 다양하게 증가하며 라면시장이 정체기를 맞자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라면을 2011년 4월에 내놓았다. 당시 농심은 보양식으로 즐겨 온 ‘설렁탕’에서 힌트를 얻었다. 설렁탕 특유의 깊고 진한 맛을 내면서 잡냄새가 나지 않는 국물 개발에 힘을 쏟았고, 저온 농축 기술로 우거지, 무 등 채소 본연의 시원한 맛을 살렸다.

아울러 제품 이름에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상징하는 검은색을 뜻하는 블랙을 붙였다. 출발도 순조로웠다. 개당 1600원에 판매하는 신라면블랙은 출시 한 달 만에 매출 90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곧바로 난관에 봉착했다. 신라면블랙 광고에 대해 허위·과장 표시를 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이 부과됐다. 이후 매출은 급격히 감소했고, 농심은 가격을 9.3% 인하했지만 손해를 감당하지 못하고 출시 4개월 만에 생산을 중단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농심은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렸다. 해외시장은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인식이 나쁘지 않았고, 신라면의 글로벌 유통망과 브랜드파워를 활용해 세계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 농심은 미국과 중국의 현지 공장에서 신라면블랙의 생산체계를 구축했고, 2013년 스위스 융프라우 정상 매점에서도 판매될 정도로 해외 유통망을 넓혀갔다.

농심은 국내 시장에서도 반전에 나섰다. 2012년 5월 전남 여수엑스포를 계기로 신라면블랙을 컵라면으로 새롭게 내놓은 게 주효했다. 당시 국내외 방문객들은 컵라면에 좋은 반응을 보였고, 한 대형마트는 미국에서 신라면블랙을 역수입해서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을 정도다.

이어 농심은 2012년 10월 신라면블랙의 국내 판매를 재개했다. 기존 제품보다 나트륨 함량을 줄이고, 사골의 맛을 보강하는 등 품질도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2017년에는 전자레인지로 조리할 수 있는 ‘신라면블랙사발’도 출시됐다. 전자레인지의 마이크로파 진동이 면의 식감을 더욱 깊게 해주고, 국물은 물과 같은 100도 전후에서 조리가 되면서 봉지라면처럼 진한 맛이 나도록 만들었다.

아울러 맛과 품질도 대폭 개선했다. 면은 고급 밀가루와 전분 등 원료와 배합비를 조정해 보다 쫄깃하고 탱탱해졌다. 수프 또한 조리 전후의 2가지로 구성했다. 조리 전에 넣는 수프는 고추 양념분말로 얼큰한 맛과 감칠맛을 담당하고, 조리 후에 넣는 수프는 기존의 우골 이외에 돈골과 다시마, 양파, 새우젓 등이 들어가 더욱 진하고 깔끔한 국물 맛을 구현하게 했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서 라면을 먹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현상에 주목하고, ‘신라면블랙사발 두부김치’를 선보였다. 농심은 제품에 소비자들이 보다 맛있고 건강하게 한 끼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신라면에 두부와 김치를 풍성하게 담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겉은 탱글탱글하면서도 씹으면 연하고 부드러운 식감의 두부를 개발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농심은 한국의 매운맛을 세계에 알린다는 사명감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농심 관계자는 “세계 최고의 라면으로 맛과 품질을 인정받은 만큼 더 많은 세계 소비자들이 신라면블랙을 맛볼 수 있도록 지평을 더욱 넓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농심#신라면 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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