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로 어떻게 딸기잼을 만들었냐고요?”

  • 동아닷컴
  • 입력 2020년 9월 18일 17시 15분


“달달한 과일잼이 맛있기는 한데, 아무래도 너무 달면 건강에도 안 좋고 쉽게 질리기도 하죠. 당뇨가 있는 분이나 어린아이들도 부담없이 맛볼 수 있는 ‘무설탕 잼’을 만들 수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수제 잼 전문 브랜드 ‘다피나’를 운영하는 강민호 대표·오장건 부대표. 출신도 나이도 다르지만 호흡이 잘 맞는 이들은 10년 전 한 실용음악학원에서 만났다. 같은 학원에 다니던 수강생에서 이제는 운명을 함께 한 사업 파트너이자 동반자가 됐다. 포털에 ‘수제잼’ 이라고 검색하면 검색 결과가 줄줄이 쏟아질 정도로 수제음식 시장의 경쟁이 치열한 요즘, 3년차 ‘새싹 사장님’인 두 사람은 어떻게 파도를 헤쳐나가고 있을까.


어쩌다 수제 잼을 만들게 됐나.
“강민호 대표가 사과 특산지인 경북 영주 과수원에서 나고 자랐다. 어릴 때부터 과일을 많이 봐서인지 사과는 물론 맛있는 과일을 고르는 재주가 탁월하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능력을 살려 소비자에게 진짜 맛있는 사과를 소개하자는 생각으로 사과 유통회사를 설립했다. 그런데 일을 좀 하다 보니 우리만의 기술력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고민 끝에 ‘사과 농축액으로 만든 무설탕 잼’이라는 답을 찾았다.”

설탕을 안 넣고 잼을 어떻게 만드는가.
“설탕 대신 과일 농축액을 쓴다. 그런데 이 농축액을 만들 때 일반적으로는 당도를 맞추기 위해서 설탕이 들어간다. 수제잼 업체들 중에는 ‘잼을 만들 때 설탕이 아니라 농축액을 썼으니 무설탕 잼’ 이라고 하는 곳도 있는데, 엄밀히 말하자면 설탕이 들어간 거다.”

“우리는 이 과일 농축액부터 직접 추출해서 완전 무설탕으로 만들어냈다. 고품질 사과를 고르고 세척하고 졸이면서 맛을 농축시키는 과정까지 모든 단계를 직접 하고, 설탕 대신 자일리톨로 단맛 균형을 맞추었다.”



자일리톨을 쓰는 이유가 있는지
“자일리톨은 스테비아가 널리 알려지기 전 당뇨 있는 분들이 즐겨 찾는 감미료였다. 단맛이 나긴 하는데 설탕과 달리 혈당치에 영향을 주지 않고 칼로리도 낮다. 과일 농축액의 당도를 맞추기 위해 쓰기도 하지만, 우리가 자일리톨을 사용하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사과 한 가지만 넣고 계속 졸이다 보면 결코 좋다고만은 할 수 없는 특이한 맛이 올라온다. 그런데 자일리톨이 이 특이한 맛을 잡아준다.”

무설탕 잼 반응은 어떤가. 기억에 남는 고객이라든가.
“당뇨 앓는 어머니를 위해 잼을 사 간 고객이 떠오른다. 우리 제품을 어머니께 선물해 드렸는데 그 자리에서 한 병을 다 드셨다고 하더라. 보통 당뇨가 있는 분들은 일반 잼처럼 달달한 음식을 드시면 당 수치가 급격히 올라가는데 다피나 잼은 그런 일이 없었다며 고맙다는 후기를 남겨 주셨다. 또 오프라인 판매행사 종료 직전에 헐레벌떡 뛰어오더니 ‘놓쳤으면 큰일 날 뻔 했다’고 말해 준 분도 계셨고, 우연히 지나가다 사 봤는데 좋은 잼을 알게 돼서 다행이라고 해 준 분도 계셨다. 이런 반응을 접할 때마다 자부심도 생기고 힘도 난다.”

두 사람은 ‘믿고 사 주는 분들께 보답하려면 제대로 된 잼을 만드는 방법 뿐’이라고 말했다. 현재 다피나에서는 딸기와 블루베리, 그리고 망고&패션후르츠 등 총 세 종류의 과일 잼을 판매하고 있다. 겨울 시즌 메뉴로 귤잼도 내놓을 예정이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처음 회사를 시작할 때 걱정은 많았지만 ‘우리가 수제 잼 시장에서 최고가 되면 먹고는 살 수 있겠지’라는 마음으로 떨쳐냈다. 그렇게 지금까지 달리고 있다. 앞으로는 제조 시스템을 개선하고 회사를 더욱 전문화하는 게 우선적인 목표다. 이렇게 회사를 키워나가 수제 잼 시장에서 가장 먼저 손꼽히는 회사, 잼을 제일 잘 만드는 회사가 되는 것이 2차 목표다.”

“더 나아가 수제 잼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에도 보탬이 되고 싶다. 요즘 많은 분들이 수제 잼을 만들고 있지만, 이름만 수제 잼이지 큰 특성이 없는 제품도 있다. 앞으로는 정말 제대로 된 수제 잼을 만드는 분들이 많아져서 더 많은 소비자들이 수제 잼의 매력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김혜란 ·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 sinnala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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