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우-류제돈-윤종민-김현수 사장급 CEO 모두 60대 이상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30년간 보좌한 황각규 부회장이 이달 13일 전격 퇴진한 가운데 ‘포스트 황각규’ 체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에 새로 선임된 사장급 대표이사(CEO)는 모두 60대 이상으로 롯데 본업인 유통 분야에서 경험을 풍부하게 쌓은 인사다. 창업 이래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다는 롯데가 ‘유통맨’을 구원투수로 투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인사에서 ‘포스트 황각규’의 후보군으로 떠오른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는 올해 60세(1960년생)로 국내 100대 대기업 대표이사 평균 연령(59.3세)을 약간 상회한다. 롯데백화점으로 입사해 영업과 상품기획, 점장, 경영지원 등 현장을 두루 거쳤다. 2015년부터 롯데하이마트 최고경영자(CEO)로 실력도 입증했다.
류제돈 신임 롯데물산 대표이사와 윤종민 롯데인재개발원장도 이 사장과 동갑이다. 김현수 신임 롯데렌탈 대표이사는 65세로 더 많다.
다만 이훈기 신임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과 전영민 신임 롯데엑셀러레이터 대표이사, 황영근 신임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 등 전무급은 모두 56세다.
이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세대교체 차원이 아닌, 벼랑 끝 유통사업을 살려 놓고 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에 선임된 8명 중 5명은 백화점 출신이고, 화학사업 출신은 이 전무 1명에 불과하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롯데쇼핑은 올 2분기(4∼6월) 영업이익이 14억 원으로 전년 동기(915억 원) 대비 98.5% 감소했다고 이달 6일 발표하는 등 최악의 성적표를 냈다. 황각규 전 부회장은 롯데쇼핑 실적 발표 직후 용퇴(勇退)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와 반일(反日) 불매운동에 이어 코로나19로 유통사업이 적자 문턱까지 고꾸라지자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다.
황 전 부회장은 호남석유화학 출신으로 그룹의 외형을 키운 공이 적지 않지만 본업인 유통사업이 절체절명의 위기라는 판단에 따라 유통사업 반등을 위해 유통 베테랑에게 자리를 내준 것으로 해석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번 인사를 결정한 임시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았고 아무런 메시지도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후속 임원인사는 연말 정기인사 때 시행할 방침이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유통사업 부활을 위한 대규모 조직개편과 임원인사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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