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살 길은 막히고 전월세는 뛰고… 더 고달파진 셋집살이

정순구 기자 , 김호경 기자 , 조윤경 기자 입력 2020-07-07 03:00수정 2020-07-07 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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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간 부동산 대책]서울 85m² 아파트 평균 전세금
3년새 4억4000만→5억2000만원… 월세 부담도 13.9% 늘어나
종부세 등 부담 커진 집주인들, 보증금 올리고 반전세-월세 전환
전세매물 사라져 세입자만 덤터기… 실거주 요건 강화에 쫓겨나기도

#1.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면적 85m²에 사는 김모 씨(40)는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전셋값 2억 원을 올려 달라는 통보를 받고 고민에 빠졌다. 신용대출을 받아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 2018년 계약 때 9억 원대였던 전셋값은 최근 11억 원대로 뛰었다. 이는 6·17부동산대책에서 잠실 일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가 원천 금지된 영향이 컸다. 그는 “2년 전 무리해서라도 대출받아 단지 전용 59m²(당시 14억 원대)짜리를 사려다가 ‘빚내서 집을 사지 말라’는 정부 말을 믿고 전세를 택한 걸 뒤늦게 후회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2. 서울 성동구 옥수동 래미안옥수리버젠(전용면적 59m²)에 전세를 사는 직장인 오모 씨(34)는 최근 계약을 연장하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집주인에게 월세를 내기로 했다. 기존 6억 원에 전세를 살았는데 집주인은 보증금 1억 원을 더 내거나 반전세로 전환해 달라고 요청한 것. 1억 원을 갑자기 마련하는 건 힘들어서 사정을 이야기한 끝에 보증금은 6억3000만 원으로 올리되 월 임대료를 25만 원 내기로 했다. 그는 “요새 집값 뛰는 걸 보니 서울에서 집 사는 건 이번 생에선 힘든 것 같고, 평생 세 들어 살 생각을 하니 우울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물론 전·월세살이마저 팍팍하게 만들고 있다. 매물이 자취를 감추면서 전·월세 가격이 급등하고 있고, 기존의 전세 계약을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하려는 집주인이 늘면서다. 투기 세력을 겨냥한 정부 정책이 애꿎은 세입자만 잡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가 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신고 시스템에 등록된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7만7000여 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서울의 전용면적 85m²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2017년 6월 4억4020만 원에서 지난달에는 5억2030만 원으로 8010만 원(18.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같은 면적 아파트의 연간 월세 부담 역시 2067만 원에서 2354만 원으로 287만 원(13.9%) 뛰었다. 이는 월세 매물의 보증금에 한국감정원의 매월 전월세전환율(월별로 4% 안팎)을 대입해 0원으로 환산하고, 이를 모두 월 임대료로 전환해 도출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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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 상승은 정부 출범 이후 서울 집값이 급등하고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내 집 마련을 미루고 전세로 눌러앉는 ‘대기수요’가 늘어난 반면 재건축 규제 등으로 민간 공급이 막혀 있다 보니 전세 공급이 더뎌 수급 불균형이 생긴 영향이 크다. 특히 ‘6·17대책’ 이후 재건축 단지 집주인들이 실거주 의무를 채우려고 세입자를 내보내면서 전세 매물이 더 줄어 전·월세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서울 강동구 A단지에 전세 거주 중인 김모 씨(40)는 지난해 6월 전세 계약을 연장해 계약기간이 1년 남았지만 3개월 내에 집을 비워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6·17부동산대책에서 재건축 조합원의 실거주 요건이 신설되면서 집주인이 해당 주택에 전입신고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탓이다. 집주인은 이사비와 중개수수료 등 400만∼500만 원을 보상까지 해주겠다고 했다. 그는 “굳이 집주인과 마찰을 빚고 싶지 않아 이사할 집을 알아보고 있는데, 인근에 전세 매물이 거의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2018년 ‘9·13대책’에 이어 지난해 ‘12·16대책’에서 종합부동산세 추가 인상을 예고하자 2년 내에 보유세 부담이 커지게 될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미리 올리거나 전세를 월세로 돌려 세(稅) 부담을 세입자에게 떠넘기는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급 없이 수요만 억제하는 규제 정책이 서민의 발등을 찍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전·월세난이 심화할 것으로 입을 모은다. 전세 거래량이 줄고 있고,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전·월세 거래량은 4월 1만2583건에서 5월 1만186건, 6월 7274건으로 급감했다. 서울 아파트의 월별 전·월세 거래량이 1만 건 밑으로 내려간 것은 2011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전무하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임대차보호 3법 등이 시행되면 집주인들이 그 전에 전·월세 가격을 올리려 들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정순구 soon9@donga.com·김호경·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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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대책#전월세#대출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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