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0년이상 보유 다주택 12만채… “양도세 낮춰 퇴로 열어줘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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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간 부동산 대책]매물 늘려 공급 대체효과 거두려면…
靑참모마저 ‘서울집 보유’ 생각 강해
보유세 인상통한 처분 압박에 한계… “임대사업 의무기간 완화 등 필요”


문재인 대통령이 2일 “다주택자 등 투기성 주택 보유자에 대한 부담을 강화하라”고 지시한 건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도록 압박해 즉각적인 공급 확대 효과를 거두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공급 물량 확대 방안으로 ‘3기 신도시의 사전청약 물량을 확대하는 방안’을 주문했지만 실제 입주까지는 4년 이상 걸리는 만큼 당장 공급 확대를 기대하긴 어렵다.

주택을 2채 이상 가진 다주택자는 총 219만1955명(2018년 기준)이다. 전체 주택 소유자(1401만290명)의 15.6%다. 2018년 이후에도 주택을 추가 매입한 다주택자가 적지 않은 만큼 현재 다주택자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다주택자들이 집을 다 내놓는다면 공급 부족 해소에 도움이 될 수는 있다. 정동영 전 민주평화당 대표가 올해 2월 국토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다주택자가 서울에서 10년 이상 보유하고 있는 주택은 12만8199채다.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만 집계한 수치인데도 내년 서울의 신규 입주 예정물량(2만1739채)의 5.9배에 달한다.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구)에서 다주택자가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은 3만4254채다.


문제는 다주택자들이 팔려고 내놓는 물량이 얼마나 될지다. 정부는 지난 20대 국회에서 폐기된 종합부동산세 개정안을 21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할 예정이다. 다주택자에게 최고 4%의 종합부동산세를 매기는 게 주요 내용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세금이 수백만 원 늘어도 부동산 가격은 수천만, 억 원 단위로 오르니 집을 내놓기보다는 ‘버티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또 청와대 참모와 장관 등 고위 공직자의 다주택 보유와 강남 선호는 정부 정책을 무력화시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과 지역구인 충북 청주시 아파트 2채를 보유한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2일 반포동 대신 청주 아파트를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여권 내에서도 ‘지역구를 버리면서까지 강남을 사수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물량이 나오더라도 지방 집부터 팔지 누가 서울 집을 선뜻 내놓겠냐. 공직자들만 봐도 그렇지 않냐”고 지적했다.


유동성이 높은데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점도 다주택자의 ‘버티기’ 가능성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은행 예금 금리는 1%도 안 되는데 다주택자들의 집을 처분해도 그 돈을 다른 곳에 투자할 데가 없다”며 “서울 등 수도권은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큰 만큼 실물자산을 쥐고 놓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등록임대사업자인 다주택자들은 집을 처분하려고 해도 과태료가 걸림돌이다. 등록임대사업자는 정부의 세제 혜택을 받는 대신 최대 8년인 임대의무기간에는 집을 팔아선 안 된다. 임대의무 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세제 혜택은 환수된다. 올해 1분기(1∼3월) 기준 등록임대주택은 156만9000채, 등록임대사업자는 51만1000명이며 이 중 65.9%가 다주택자다. 2017년 12월 정부가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뒤 등록임대주택이 급증한 만큼 상당수가 임대의무 기간이 남아 있는 주택으로 추정된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센터 부장은 “지금은 당장 매물이 없는 게 문제”라며 “종부세 인상을 통한 공급 확대 효과를 더 빨리 내려면 임대의무 기간이나 양도세 중과 등 규제에 막혀 팔고 싶어도 못 파는 사람들에게 퇴로를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해 ‘12·16대책’에서 올해 6월 말까지 집을 처분하는 다주택자들에게 한시적으로 양도세 중과를 면제해줬는데 급매물이 나오면서 올해 상반기(1∼6월) 서울 집값이 일시적으로 하락했다. 심 교수는 “보유세를 올리면 일시적으로 집값이 덜 올라도 얼마 안 가 다시 수요 공급에 따라 집값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며 “그린벨트 해제와 같은 획기적인 공급 대책이 없는 한 집값 잡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김호경 kimhk@donga.com·한상준 기자
#부동산 대책#다주택자#보유세#양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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