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꼼수’ 논란에 뿔난 제주항공…이스타항공 파산 수순 밟나

  • 뉴스1
  • 입력 2020년 7월 3일 10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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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가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리해고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2020.4.22/뉴스1 © News1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가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리해고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2020.4.22/뉴스1 © News1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이 사실상 계약 파기 수순에 들어갔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선결과제 미이행 시 인수계약 해지”라는 ‘최후통첩’을 던졌기 때문이다.

이상직 의원이 지분 반납으로 회사를 살리겠다고 했지만 이는 오히려 제주항공에 인수 포기의 빌미를 제공, 역효과로 작용한 모습이다. 돈줄이 마른 이스타항공이 자체적으로 선결과제를 해결할 여력이 없는 만큼 법정관리나 파산으로 인해 공중분해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 1일 밤 이스타항공에 “10일(영업일 기준) 이내 선결조건을 해결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이스타항공이 지난달 30일 제주항공에 보낸 선결과제 이행 관련 공문에 대한 답변으로 제주항공은 선결조건이 사실상 해결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스타항공이 오는 15일까지 선결조건을 이행하지 못하면 지난 3월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이 요구한 선결조건은 체불임금 250억원 외에도 조업료와 운영비 등 각종 미지급금이 모두 포함된다. 이 같은 조건을 모두 해소하려면 800억~1000억원 이상의 금액이 마련해야 한다.

사실 제주항공의 ‘인수 포기설’은 그간 업계에서 꾸준히 흘러나온 얘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항공업황이 직격탄을 맞으며 제주항공도 여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1분기 기준 제주항공의 현금성 자산은 약 900억원 수준으로 여유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스타항공 인수는 유동성 리스크를 높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애경그룹 내부에서도 이스타항공 인수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컸다. 채경석 애경그룹 부회장도 “자칫 애경그룹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며 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인수종결 시기로 점쳐지던 지난달 29일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족 보유 이스타홀딩스 지분 전량을 회사에 반납하겠다고 밝히면서 제주항공을 압박했다.

하지만 이 역시 제주항공 입장에서는 M&A 지연 사유 해소와는 무관한 일로 오히려 역효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에 그간 타이이스타 보증문제, 체불임금, 각종 미지급금 해소 등 선결과제 해결을 요구해 왔는데 이 의원의 지분 반납으로 인한 재원마련은 결국 M&A가 성사된다는 가정 하에 이뤄지는 것이라 사실상 제주항공에게는 의미가 없다.

제주항공과 애경그룹이 이 의원의 지분 반납 발표 이후 “전혀 조율되지 않은 일방적인 행보”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의원에 체불임금 해결을 요구해 온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마저 이를 두고 ‘발빼기 꼼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제주항공의 ‘최후통첩’으로 이제 이스타항공에 남은 기간은 10일이다. 그 안에 1000억여원에 달하는 대규모 부채를 해결하지 못하면 계약은 파기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선 이스타항공이 단시일 내 1000억여원의 자금을 자체적으로 확보할 여력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이스타항공은 지난 1분기 기준 자본총계 -1042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지난달 24일 이스타항공은 노사간담회에서도 “법정관리 돌입 시 기업회생이 아닌 기업 청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정부의 추가적인 지원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앞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체불임금 문제가 해결돼야 M&A가 종결될 것으로 본다”며 “그런 것들이 종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 금융이 지원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스타항공은 파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투자업계(IB) 관계자는 “LCC라는 게 사실 갖고 있는 자산이 거의 없다”며 “이스타항공의 경우 올해 안에 자본잠식 해결이 안되면 운항면허취소까지 가능성이 높았던 만큼 순식간에 공중분해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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