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Case Study]파괴적 혁신으로 13억 인도 국민앱 만들다

김성모 기자 입력 2020-07-01 03:00수정 2020-07-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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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로드 5년 만에 7600만건 ‘트루밸런스’ 개발 밸런스히어로
인도 현지 소비자들이 밸런스히어로의 트루밸런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데이터를 충전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트루밸런스 서비스 화면. 밸런스히어로 제공
13억8000만 명의 인구를 거느린 인도는 기업들에 ‘기회의 땅’으로 불리지만 비즈니스하기 어려운 곳으로 꼽히기도 한다. 지역마다 문화적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인도의 29개 주에서 쓰는 공식 언어만 22개. 비공식 언어는 780여 개에 달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인도의 ‘국민 앱’을 만든 한국 업체가 있다. 바로 밸런스히어로다. 밸런스히어로는 2015년 초 이동통신 데이터 사용량과 잔여 데이터양, 잔여 통화량 등 통신료 잔액을 확인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 ‘트루밸런스’를 선보였다. 앱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출시 다음 해 다운로드 수가 1000만 건을 넘어서더니 2017년 9월 5000만 건, 현재 7600만 건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0년 6월 1호(298호)에 소개한 케이스스터디를 요약, 소개한다.

○ 밸런스히어로, ‘인도 국민 앱’ 만들다
인도에서 휴대전화 컬러링 관련 사업을 하던 이철원 밸런스히어로 대표는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앱의 등장으로 컬러링 서비스가 쓸모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현지인들이 모바일 서비스를 이용하는 행태를 4∼5개월 동안 면밀히 관찰했다. 그러다 현지인들이 스마트폰을 쓰면서도 여전히 피처폰을 쓸 때처럼 잔액 안내 번호로 전화를 건 뒤 버튼을 몇 번 눌러 남은 데이터 액수를 확인하는 것을 목격했다.


이 대표는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통신사마다 남은 통화량과 데이터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앱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2014년 7월 문을 연 밸런스히어로는 안드로이드 앱에서 버튼을 한 번 누르면 여러 유심칩의 이동통신 데이터 사용량과 잔여 통화량, 데이터양을 메시지로 보여주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에 대한 특허도 냈다. 또한 메시지는 인포그래픽으로 만들어 한눈에 ‘밸런스(잔액)’를 쉽게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이를 바탕으로 2015년 1월 알파 버전을 거쳐 앱 ‘트루밸런스’를 공식 론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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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인들이 데이터를 수시로 확인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인도인들의 95% 이상이 선불제 통신 요금을 쓰기 때문이다. 중간에 서비스가 끊기지 않으려면 수시로 데이터를 확인하고 충전해야 한다. 인도인들에게 데이터 확인과 충전은 일상인 것이다. 유심칩도 보통 2개 이상을 사용한다. 인도 모바일 사용자들은 헤비 유저다. 한 현지 통신사에 따르면 가입자의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15GB(기가바이트)에 달한다. 한국인 이용자(LTE)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월 9.7GB 정도다.

○ 급성장 비결은 ‘네트워크 마케팅’
고객은 어떻게 모았을까. 이 대표는 네트워크 마케팅을 떠올렸다. 2016년 7월 밸런스히어로는 ‘소개 마케팅’을 시작했다. 고객이 다른 사람에게 앱을 소개시켜주면 10루피(약 160원)를 주는 것이다. 소개 받은 사람이 가입 시 추천인을 등록하면 밸런스히어로가 금액을 지불해주는 방식이다. 처음 가입한 고객에게도 마찬가지로 10루피를 제공했다. 데이터 잔액을 확인하는 방법이 기존보다 훨씬 편했지만 서비스를 알리고, 이 서비스를 써보도록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아예 돈을 주는 마케팅을 해보기로 한 것이다.

‘소개 마케팅’은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2016년 7월 초 100만 건 남짓했던 앱 다운로드 수가 마케팅을 시작하고 1주일 만에 1000만 건을 넘어선 것이다. 10루피를 벌기 위한 ‘뜨거운 경쟁’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10, 20대 젊은층은 10루피를 받기 위해 앱 홍보에 적극 나섰다. 유명 유튜버들도 자발적으로 앱 홍보대사가 됐다.

○ 고객들의 ‘생활 빅데이터’로 대출까지
밸런스히어로는 아주 소소하고 날것인 고객 데이터도 충실하게 모았다. 회사 내에서 데이터를 강조하고 모든 종류의 로그를 서버에 저장했다. ‘우리 유저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휴대전화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등을 철저하게 살펴봤다. 고객들의 통신료 충전 및 결제 명세, 어떤 앱을 사용하는지, 사회적 행동 데이터(정기적으로 전화나 문자를 하는 상대가 있는지, 아침저녁 출퇴근하는지 위치 정보로 체크) 등이 그 예다. 이 로그들을 가지고 머신러닝 기반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7000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대안 신용평가 모델(ACS)을 만든 것이다.

10억 명의 인도 서민층, 금융소외계층은 은행 계좌나 신용 점수가 없고, 현금으로 생활한다. 이 같은 신용평가 모델은 대출을 위해선 필수적인 요소였다. 밸런스히어로는 이를 기반으로 2018년 말 대출 상품을 만들었다. 2019년 초에는 통신료 충전과 공과금 결제를 돕는 대출 상품(페이레이터와 리차지론)을 선보였다. 페이레이터는 일종의 외상거래 상품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납부하고 10일 이후 원금을 상환한다. 리차지론은 큰 금액을 한 번에 충전하고, 이를 균할로 나눠서 갚는 방식이다. 지난해 11월에는 본격적으로 돈을 빌려주는 대출 상품 퍼스널론과 인스턴트캐시론을 선보였다.

밸런스히어로는 대출 이외에 e커머스부터 보험 상품 중개, 기차표 예약 서비스까지 비즈니스를 다양화하고 있다. 향후 인도의 생활금융 플랫폼이 되는 게 목표다. 여전히 주요 고객은 인도의 서민층과 금융소외계층이다. 이들에게 정보기술(IT) 기반으로 편리한 금융 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한다는 게 회사의 기본 방침이다. 이 대표는 “사업을 할 때 경영학자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교수가 주장한 ‘파괴적 혁신’을 많이 참고했다. 단순하고 저렴한 서비스로 시장 밑바닥을 공략해 기존 시장을 파괴하고 시장을 장악하는 전략인데, 딱 밸런스히어로 서비스와 맞아떨어진다”며 “우리는 지금도 파괴적 혁신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밸런스히어로#트루밸런스#인도#국민 어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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