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 100조원 돌파… GDP대비 5.8%로 급증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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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차례 추경서 38조 적자국채… 국가채무비율도 38.1%→43.5%
건전재정 마지노선 1년만에 무너져

정부가 사상 최대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또 편성함에 따라 각종 재정건전성 지표들이 역대 가장 나쁜 수준으로 악화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3차 추경 재원 마련을 위해 적자국채 23조8000억 원어치를 추가 발행하기로 했다. 지난 1, 2차 추경을 합치면 적자국채는 총 37조5000억 원 규모다.

대규모 적자국채 발행으로 인해 국가채무는 올해 840조2000억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본예산 제출 때보다 99조4000억 원, 지난해 결산 때보다는 111조4000억 원이 불어나게 된 것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38.1%에서 43.5%로 훌쩍 높아진다.

실제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112조2000억 원 적자로,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재정적자 비율)은 2.8%에서 두 배가 넘는 5.8%로 뛰게 됐다. 외환위기(1998년 4.6%)와 금융위기(2009년 3.6%) 당시보다 높다. 기축통화국임에도 재정적자 비율을 3% 안팎에서 관리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이나 일본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그동안 정부는 국가채무 비율 40%, 재정적자 비율 3.0%를 건전재정의 마지노선으로 인식해 왔는데 두 지표가 1년 만에 모두 허물어진 것이다. 국가채무의 절대 규모는 물론이고 국가채무 비율과 재정적자 비율 모두 역대 최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추경 발표문에서 “경제위기 상황에서 최후의 보루인 국가재정이 역할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중기적으로 지금 재정의 마중물과 펌프질이 위기 극복―성장 견인―재정 회복의 선순환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정 전문가들의 우려는 크다. 국가채무 비율은 아직 선진국보다 양호하다고 하지만 급속한 고령화로 채무가 늘어나는 속도만큼은 그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기 때문이다.

이날 한국경제학회 등이 공동으로 주최한 학술대회에서도 재정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기조발제를 맡은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코로나 위기 때 늘어난 지출 규모를 낮추지 못하면 2028년에는 국가채무 비율이 67%에 이를 것”이라며 “대외 신인도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증세나 세출 구조조정으로 충분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재정적자#3차 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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