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이 뿜어낸 불꽃으로 지구에서 별까지 거리 측정할 수 있다

  • 뉴시스
  • 입력 2020년 5월 22일 15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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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연, 거리 측정 기준되는 ‘표준 촛불’ 후보 제시

우리 은하에서 다른 은하까지의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표준 촛불이 나왔다. 표준 촛불은 고유의 밝기를 알고 있는 천체를 이용하는 것이다. 특정 별의 고유밝기를 알면 표준 촛불로 지구에서 별까지의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제프리 호지슨 박사와 이상성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이 우주에서 가장 밝은 천체 중 하나인 활동은하핵 ‘3C 84’를 새로운 표준 촛불 후보로 제시했다고 22일 밝혔다.

현재까지 가장 먼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표준 촛불은 ‘제Ⅰa형’(제일에이형) 초신성이다. 그러나 100억 광년이 넘는 먼 은하는 관측할 수 없다. 이는 크기가 140억 광년인 우리 우주를 이해하는 데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이에 연구팀은 더 멀지만 제Ⅰa형 초신성보다 훨씬 밝은 천체인 활동 은하핵 3C 84를 새로운 표준 촛불 후보로 제시했다. 은하의 중심에서 대량의 에너지를 방출하는 영역을 활동 은하핵이라고 하는데 그 중심부에 태양 질량의 100만배에서 수십억 배에 이르는 ‘초대 질량 블랙홀’이 존재한다.

이 블랙홀은 주변의 물질을 빨아들이면서 원반을 형성하는데 원반의 수직 방향으로 물질을 내뿜는 제트가 발생한다. 이 제트에서 광도가 변하는 지점이 일어나는 영역까지의 거리를 측정해 천체의 실제 크기를 간접적으로 측정한다.

연구팀은 페르세우스 자리 A 은하 중심의 활동 은하액 3C 84의 광도가 146일 주기로 변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미국 초장기선간섭계(VLBA)의 영상 지도를 통해 얻은 각크기(각도로 잰 크기)와 비교해 지구에서 3C 84의 제트까지의 거리가 2억2000만~2억5000만 광년임을 알아냈다. 제Ⅰa형 초신성 관측에서는 2억~2억7000만 광년으로 나왔었다.

천문연 전파천문본부 제프리 호지슨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검증한 새로운 표준촛불 후보는 천문학에서 가장 먼 거리를 측정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고 전했다.

이상성 박사는 “천문연구원이 운영하는 초장기선간섭계인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을 활용해 먼 우주의 은하까지의 거리 측정에 도전할 것”이라며 “이는 우주론 모형을 검증할 수 있는 새로운 열쇠가 되어 우주의 끝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더욱 먼 활동은하핵까지의 거리를 측정하고 표준촛불로서의 활용 가능성을 검증해나갈 예정이다. 또한, 후속 연구를 위해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운영하는 KVN을 호주,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전파망원경들과 연계해 미국의 VLBA를 능가하는 고해상도 국제 전파관측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한편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및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했다. 해당 논문은 영국 왕립천문학회지 최신호에 게재됐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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