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로 기부” 항의 이어지자… 정부, 뒤늦게 신청화면 수정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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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확산 비상]
재난지원금 신청 접수 이틀째… 신청-기부메뉴 별도 페이지 분리

카드사 홈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과정에서 첫날부터 ‘실수로 기부를 했다’는 항의가 이어지자 정부가 뒤늦게 신청 화면을 개편하기로 했다. 하지만 강제 기부를 유도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확산되면서 순수한 뜻으로 기부에 동참하려던 사람들의 의도까지 퇴색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12일 행정안전부는 재난지원금 기부 관련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시스템을 개선하고, 입력 실수 시 수정이 가능하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행안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13일부터 전액 기부를 선택할 경우 팝업창을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도록 모든 카드사에 시스템 개선을 요청했다”며 “기부금을 실수로 입력하면 신청 당일 카드사의 콜센터와 홈페이지에서 수정할 수 있게 했고, 당일 바로잡지 못해도 추후 주민센터 등을 통해 수정할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 재난지원금 신청 둘째 날인 12일까지도 각 카드사에는 ‘실수로 기부를 했다’ ‘기부를 취소하고 싶다’는 민원이 쏟아졌다. 혼란이 커진 것은 재난지원금 신청 메뉴 안에 기부 메뉴를 함께 넣도록 한 정부 가이드라인의 영향이 컸다. 당초 카드사들은 혼선을 우려해 기부 신청을 별도 페이지로 분리하자고 건의했지만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정부가 기부를 유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화면을 헷갈리게 배치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실수기부’ ‘강제기부’ 등의 문구와 함께 ‘기부 안 하는 비법’이 공유되기도 했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신청할 때 개인정보 제공 동의 과정에서 무심코 ‘전체 동의’를 누르면 의도치 않게 기부를 할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메시지도 나돌았다. 앞서 공직사회와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부 캠페인이 ‘눈치 보기 식 기부’를 유도해 취지를 왜곡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행안부는 “지원금 신청과 기부를 한 화면에 구성한 것은 트래픽 증가로 인한 시스템 부하를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며 “기부를 시스템적으로 유도한다는 것과 약관 전체 동의 시 기부에도 동의한 것으로 처리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라고 해명했다.

김자현 zion37@donga.com·박창규 기자
#긴급재난지원금#행정안전부#실수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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