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비판에 태세전환…한국지엠 노조 “불매운동 조합원 의견 듣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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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9월 24일 15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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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부평공장. © News1
한국지엠 부평공장. © News1
‘쉐보레 브랜드 수입차’ 불매운동 계획을 알렸던 한국지엠(GM) 노동조합이 한발 물러섰다. 사측과의 9차 임금협상 교섭 결렬 이후 사장 퇴진 운동과 함께 불매운동도 벌일 기세였던 노조는 돌연 ‘조합원 여론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며 태세를 전환했다.

2022년 이후 부평2공장을 비롯한 각 공장의 발전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사측이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불매운동을 비롯한 투쟁에 나섰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부진한 내수 판매 만회를 위해 들여오는 ‘자사 브랜드’에 대한 불매운동 계획으로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노조가 입장을 선회했다고 보고 있다.

24일 한국지엠 노조는 인천 부평공장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수입차 불매운동은 구성원 동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당장 불매운동에 나설 계획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

당초 노조는 이날 카허 카젬 사장 및 본사 파견 외국인 임직원(ISP) 퇴진과 함께 불매운동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다만, 노조의 기자회견은 사장 및 ISP 퇴진 등에 맞춰졌다.

앞서 노조는 지난 19일 임협 교섭에서 의견차를 확인한 후 부분파업 계획을 포함한 이 같은 내용의 투쟁지침을 밝힌 바 있다. 이후 불매운동 계획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구체적인 불매운동 지침이 언급되지는 않았으나 회사에 속한 노조가 제 살 깎아 먹기식 불매운동을 계획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거셌다.

노조의 불매운동 언급은 최근 일부 세그먼트 모델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들여와 라인업을 강화하려는 회사의 전략에 반발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노조가 불매운동 대상으로 삼은 차는 최근 출시된 쉐보레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트래버스, 픽업트럭 콜로라도다. 이들 차량은 미국에서 수입한다.

쉐보레 콜로라도.(한국지엠 제공)  © 뉴스1
쉐보레 콜로라도.(한국지엠 제공) © 뉴스1
국내 생산 차종은 아니지만, 이들 모델의 판매량 증대가 한국지엠의 매출에 도움을 줄 수 있고, 영업점에 고객들이 발길이 이어지면 국내 생산 모델에 대한 판매도 자연스레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노조의 불매운동 방침에 사측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콜로라도는 현대·기아차에도 없는 픽업트럭이고, 렉스턴 스포츠로 활성화된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할 수 있는 모델이다. 트래버스 역시 현대차 팰리세이드와 수입 SUV 1위 포드 익스플로러의 경쟁 모델로 꼽히고 있다.

소비자들을 영업점으로 끌어들이기 충분한 매력 요소를 갖췄다는 의미다. 실제 시장 분위기도 뜨겁다. 회사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사전계약 수요가 몰렸다. 연말까지 판매 목표치는 이미 달성했다는 전언이다.

경쟁력이 강화되면 한국지엠에 대한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의 신뢰가 쌓여 중장기적으로 국내 생산 모델도 확대되는 계기를 맞을 수도 있다. 노조의 헛발 행보에 비난의 목소리가 나온 배경이다.

쉐보레 트래버스. (한국지엠 제공)
쉐보레 트래버스. (한국지엠 제공)
회사 관계자는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는 차종을 늘려야 한다는 게 노조의 기본 입장인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차량 생산 배정 등은 GM 본사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자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부평2공장을 비롯한 각 공장의 발전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사측이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투쟁에 나서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콜로라도와 트래버스 등 수입차에 대한 마진율이 높지 않고 마케팅 비용 등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한국지엠이 얻는 수익이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카젬 사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2022년 생산이 중단되는 부평2공장에 대한 미래전략을 제시하지 않고, 사측이 팀장 이상 직원과 조합원 간 임금 불평등을 초래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노조는 사측이 전향적인 제시안을 내놓지 않으면 임협 교섭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노조는 사측이 임금인상, 성과급 지급 과정에서도 조합원과 팀장급 이상 직원들 간에 차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올해 임협 교섭 과정에서 지난해 8000억원 규모 적자를 이유로 임금을 동결하고 성과급을 지급할 수 없다고 대응하고 있는데, 팀장급 이상 직원에게는 1인당 평균 1700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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