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계속고용장려금 알고보니 MB정책 ‘돌려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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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9월 22일 07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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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4차 경제활력대책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인구구조 변화의 영향과 대응방향을 바탕으로 한 범정부 인구정책 TF 대책 등이 논의됐다. © News1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4차 경제활력대책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인구구조 변화의 영향과 대응방향을 바탕으로 한 범정부 인구정책 TF 대책 등이 논의됐다. © News1
문재인 정부가 고령자 고용연장을 지원하기 위해 내년부터 300여억원을 편성해 신설하겠다고 밝힌 ‘계속고용장려금’제도가 이명박 정부 시절 만들어진 ‘고령자 고용연장 지원금’과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

부처간 이견으로 ‘정년연장’을 제외한 채 대책을 세우려다보니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기존 정책을 돌려막기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정부가 내년부터 신설하겠다고 밝힌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제도가 기존 고령자 고용연장지원금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은 지난 18일 정부가 3개월간의 범부처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논의한 끝에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안 중 첫 번째 생산연령인구 확충 정책과제의 일환으로 발표한 신규 대책 중 하나다.

이는 자발적으로 정년 이후 재고용, 정년연장, 정년폐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계속고용제도를 도입한 사업주에게 정부가 근로자 1인당 월정액 방식으로 지원금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내년 296억원의 예산을 새롭게 편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로서 당장 60세 정년을 연장하기 부담스러운 가운데 정부가 내놓은 최선의 대안으로 여겨졌다.

9월18일 정부가 발표한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안. © News1
9월18일 정부가 발표한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안. © News1
하지만 정부가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힌 이 제도가 사실 기존에 있던 고령자 고용연장 지원금 제도를 짜집기한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자 고용연장 지원금은 2010년 12월 고용보험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기존 고용촉진 장려금 제도의 이름을 바꿔 2011년 1월부터 시행돼 2016년을 마지막으로 유효기간이 지난 제도다. 고령자 고용연장 지원금은 이후 2013년 1월과 12월 2차례 개정을 거쳤으나 기본 틀은 초안 그대로 유지됐다.

60세 정년을 맞은 근로자의 정년을 폐지하거나 기존에 정한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1년 이상 연장한 경우와 재고용한 경우 지원금을 지급하도록 규정돼 있다. 지원금 규모는 2012년 1월2일 고시된 고령자 고용연장 지원금 안내를 보면 정년폐지, 정년연장, 재고용 모두 근로자 1명당 월 30만원을 지급하도록 안내돼 있다.

정부가 신설한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과 기존 고령자 고용연장장려금이 정년폐지, 정년연장, 재고용 중 선택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취재결과 신설 제도가 아닌 것으로 확인되자 정부도 ‘개편’이라고 말을 바꿨다.

정부 관계자는 “정년을 폐지하거나 연장을 할 경우 혹은 재고용을 하거나 이렇게 각각 있는 지원금이었는데 하나의 사업으로 뭉쳐서 요건들을 조금씩 손 볼 예정”이라며 “두 개를 묶어서 사업주들이 하나만 경직적으로 선택하는 게 아니라 자기 상황에 따라서 어떤 걸 선택을 하든 비슷한 기준으로 비슷한 금액을 지원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럼 신설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아예 제로베이스에서 생겼다 이렇게 말할수는 없지만 기존에 없던 제도는 맞다”면서도 “사업주들이 이걸 선택할 수도 있고 저걸 선택할 수도 있고, 다만 엄격한 의미에서 신설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또 있다. 이같은 고령자 고용연장장려금의 실적이 감소하면서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으로 이름을 바꿔 새롭게 시행되더라도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점이다.

최근 고령자 고용연장 지원금 집행현황을 보면 지난해 고용연장지원금은 총 288억7900만원으로 2017년 303억8600만원보다 15억700만원(-5.0%) 감소했다. 특히 정년연장지원금의 경우 104억1100만원에서 8억3700만원으로 1년새 95억7400만원(-9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퇴직자재고용지원금과 60세 이상 고용지원금은 같은 기간 각각 25억4700만원, 15억7000만원 증가해 대조를 이뤘다.

정부가 이같은 짜집기식 정책을 새로운 대안이라고 내놓은 것은 애초 정년연장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배제한채 정책을 마련했기 때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정부 내에서 정년연장을 테이블 위에 놓고 공론화하길 바라는 기재부와 이에 반대하는 타부처간의 이견으로 대책에서 ‘정년연장’이라는 문구조차 삽입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지난 18일 정책발표 후 “정년연장 문제는 정부 내부에서 부처간 의견이 일치되지 않았기에 정책과제화되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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