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압박에…산자부 “개도국 지위 포기, 관계부처 긍정 협의 중”

  • 뉴스1
  • 입력 2019년 9월 4일 15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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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의 개발도상국 지위를 사실상 내려놓는 쪽으로 검토 중이다. 만약 버틸 경우 중국 압박용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꺼내든 칼이 자칫 우리나라로 향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당국자는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WTO 개도국 지위 포기 여부를)관계부처들과 협의 중이고, 예전과 달리 (포기에 대해)긍정적이다”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26일 중국 등 경제발전이 빠른 국가를 상대로 WTO 개도국 지위를 내려놓으라고 압박하면서 90일 이내(10월23일까지)에 개도국 지위 규정 개정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도국 특혜를 누리는 부당한 국가로중국을 콕 집었지만 한국을 포함한 멕시코, 터키 등도 함께 거론했다. 만약 해당 국가들이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독자 제재를 가하겠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도국 지위를 포기해야 할 4가지 기준으로 Δ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Δ주요 20개국(G20) 회원국 Δ세계은행에서 분류한 고소득국가 Δ세계 상품무역 비중 0.5% 이상 등을 제시했는데, 이 네 가지 기준 모두를 충족한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산업부는 네 가지 기준 중 하나 이상 충족한 국가를 30여개국으로 파악하고 있고, 트럼프가 언급한 90일 시점에 다다랐을 때 상당수의 국가들이 포기 행렬에 동참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미 대만과 브라질,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UAE)가 개도국 특혜 포기의 뜻을 밝혔다. 싱가포르의 경우 자국은 이미 개도국 특혜를 누리고 있지 않으며 미국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는 설명까지 곁들였다.

산업부 고위 당국자는 “우리도 (WTO 개도국 지위 포기를)하지 않을 수 없다”며 “미국 대 중국·인도 싸움에서 자칫 미국 대 한국 싸움으로 구도가 바뀔 수 있어 이런 것까지 감수하면서 유지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개도국 지위 포기를 위한 WTO 또는 국내 절차는 특별히 정해진 바는 없다. 국내 절차라고 해봐야 부처 협의 수준인데, 과거 부정적이던 농림축산식품부가 한발짝 물러나면서 다음달 포기 선언국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고위 당국자는 “WTO 내에서도 개도국 포기에 관한 특별한 절차가 있는 것은 아니며 미래에 있을 관련 협상에서 이를 포기한다는 공식적인 선언 정도로 보면 된다”며 “다만 미래 협상 가능성이 희박하고, 현재 우리가 개도국 지위를 농업분야만 유지하고 있어서 포기 선언에 따른 사실상의 불이익 등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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