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위기 처음” 공격적 투자로 돌파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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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대기업 총수들에게는 매년 여름이 ‘위기’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처럼 휴가의 ‘휴’자도 생각하기 힘든 때도 없었을 것이다.” 일본의 경제 보복 여파로 국내 주요 그룹이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한 가운데 재계 고위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지만 일본의 수출 규제, 미중 무역전쟁 등 악재 대응에 다걸기 하고 있는 그룹 총수들의 분위기를 전한 것이다.

국내 대기업들은 올해 초부터 ‘위기 극복’과 ‘신사업 발굴’을 모토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신사업 발굴, 공격적 투자를 통한 선도적인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환경은 하반기에 더욱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제공하는 시장 선도 상품 개발 등 시장 선도 경영을 당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 위기일수록 과감한 투자

전자 기업들은 인공지능(AI)과 로봇을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핵심 사업으로 보고 선도적인 투자를 펼치고 있다.

총수들의 관심도 AI에 쏠려 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의 큰손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등과 만났을 때도 AI가 최대 화두였다.

삼성전자는 2017년 11월 ‘삼성 리서치’를 출범시키고, 산하에 AI센터를 신설했다. 지난해 1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AI연구센터를 설립한 삼성전자는 그 뒤 5월 영국 케임브리지, 캐나다 토론토, 러시아 모스크바에 잇달아 AI연구센터를 추가 개소했다. AI 관련 글로벌 우수 인재와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겠다는 것이 목적이다. 미국 뉴욕, 캐나나 몬트리올까지 AI연구센터를 추가 개소해 현재 5개국 총 7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AI 관련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국내 산학협력을 통해 한국 AI총괄센터가 전 세계 AI연구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LG는 하반기 AI, 로봇 차세대 디스플레이, 5G 등 성장엔진 육성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올레드 TV, 프리미엄 가전 등 고부가제품 경쟁력을 앞세워 수익성을 제고하는 한편, AI 로봇 등 성장 사업 분야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본격적인 성과를 창출할 계획이다. 특히 독자 개발한 ‘2세대 인공지능 알파9’ 프로세서를 적용한 올레드 TV를 확대하고, 8K 올레드 TV 등 초프리미엄 제품을 선보여 글로벌 TV 시장을 지속 선도해 나갈 계획이다.

롯데는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만들기 위해 해외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5월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세워진 에틸렌 생산설비는 최근 롯데가 가장 공을 들인 글로벌 사업이다. 이는 에틸렌 100만 t, 에틸렌글리콜 70만 t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석유화학단지를 건설·운영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준공식 이후 신동빈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직접 만나 향후 투자 관련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 글로벌 마케팅 강화로 해외시장 확장

주요 그룹들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다양한 글로벌 마케팅을 동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유일의 국제축구연맹(FIFA) 후원사인 현대자동차그룹은 전 세계 스포츠 팬들과 소통하는 스포츠 마케팅을 글로벌 경영의 핵심 화두로 꺼내들었다. 현대·기아차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후원을 지속해 글로벌 축구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위상을 한층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기아차는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중 하나인 테니스를 스포츠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올 1월에는 테니스 4대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인 호주오픈의 최상위 후원사(Major Sponsor) 계약을 2023년까지 연장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글로벌 시장 확대의 일환으로 호주를 겨냥하고 있다. 호주의 뷰티 시장이 연평균 5%의 안정적 성장으로 지속하고 있고 북미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2018년 초 멜버른에 호주 법인을 설립하며 호주 시장 개척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지난해 3월 아모레퍼시픽의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 ‘라네즈(LANEIGE)’의 호주 ‘세포라(Sephora)’를 론칭했다.

지난해 10월 3일 호주와 뉴질랜드 전역에 있는 44개의 ‘메카 코스메티카(MECCA Cosmetica)’ 오프라인 매장과 2개의 온라인몰에 동시 입점했다. 서경배 회장은 “호주를 비롯한 글로벌 신규 시장의 지속적인 개척을 통해 원대한 기업을 향한 여정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두산그룹도 매출의 60% 이상이 해외시장에서 발생하는 만큼 발 빠르게 시장 개척에 다걸기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주력 시장인 중국에서 지난달 굴착기 1074대를 판매해 현지 기업에 이어 업계 3위에 올랐다. 또 올 초 사우디 국영 기업 아람코 공식 협력 업체에 휠로더 20대를 판매한 것을 시작으로 현지 시장에서 중대형 굴착기 70여 대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오만에서는 대형 휠로더 13대 판매 계약을 맺었다. 두산밥캣은 1조3000억 원 규모의 인도 소형 건설기계 시장 공략에 착수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무역분쟁#기업 경영#미래 먹거리#해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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