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한인 벤처캐피탈리스트 2인이 말한 한국 스타트업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2일 17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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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 하 드레이퍼 아테나 대표(왼쪽), 남태희 스톰벤처스 대표
페리 하 드레이퍼 아테나 대표(왼쪽), 남태희 스톰벤처스 대표
“계속해서 신기술이 등장할 텐데 기존 규제의 틀을 여기에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페리 하 드레이퍼 아테나 대표)

“한국의 여성골퍼들이 미국 LPGA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스타트업 창업자들도 미국에서 성공하는 방법을 이해해야 합니다.”(남태희 스톰벤처스 대표)

KDB산업은행이 혁신창업 생태계 구축 및 창업기업의 성장을 위해 23, 24일 개최하는 ‘넥스트라이즈’에는 스타트업 기업들은 물론 ‘될성부른 떡잎’을 찾는 벤처캐피탈(VC)도 참석한다. 이 행사의 기조연설을 맡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표 한인 벤처캐피탈리스트 ‘드레이퍼아테나’의 페리 하(Perry Ha) 대표와 ‘스톰벤처스’ 남태희 대표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페리 하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들에 대한 기대와 함께 정부 규제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하 대표는 “ICO(가상통화 공개)를 불허한 것은 한국에서 막 싹트기 시작하던 블록체인 기술에 그야말로 ‘찬물’을 끼얹었다”고 지적했다. 하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은 금융 등 여러 사업 분야에서 무시할 수 없는 주요 기술인데 안타깝게도 ICO가 불법이 된 이후 많은 한국 사업가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버리고 돌아섰다”며 “이는 한국의 IP(지식재산권) 발전에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소비자 피해 우려 등을 이유로 2017년 9월 ICO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스타트업 업계는 이 같은 정부 방침이 국내 블록체인 산업의 발전과 혁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하 대표는 “가상통화와 같은 신기술이 앞으로도 계속 등장할 텐데 기존 규제의 ‘틀(프레임워크)’을 신기술에 사용할 수는 없다”면서 “정부는 과도한 규제에 나서는 대신 소비자에게 리스크를 충분히 알리고 교육시켜서 (신기술에 따른) 피해를 방지하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역할은 규제카드로 신생기업을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스타트업이 위험을 무릅쓰고 신사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가능한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라는 얘기도 잊지 않았다.

이들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와 관련해서 ‘시장 사이즈’가 최대 약점이라며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노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태희 스톰벤처스 대표는 “B2B 영역에서 미국시장에서 성공한 한국 스타트업들이 전혀 없다”며 “(상대적으로 미국 시장에서 성공한) 한국 게임회사들의 마케팅 기법이나 시장진입 방식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귀띔했다.

하 대표 역시 “한국에는 질 좋은 노동력, 저렴한 인건비, 풍부한 정부지원이 존재하지만 5000만 명이라는 제한된 시장 규모가 약점”이라며 “글로벌 시장 진출에 관심을 가지고, 미국 중국 등 해외 시장에 거주하는 한국인과 파트너십을 맺어야 한다”고 권유했다. 하 대표는 이어 “중국의 경우 엄청난 시장 규모와 자본, 당국의 집중 지원으로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이어지고 있다”며 “앞으로 중국 기술의 진보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교 시절 미국으로 이민을 간 하 대표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과 하버드대 MBA 과정을 거쳐, 컨설팅 업체에서 일한 뒤 ‘드레이퍼 아테나’의 모태인 아테나 테크놀로지 벤처스를 창업했다. 하버드대에서 응용수학을 전공한 뒤 로스쿨을 졸업한 남 대표는 변호사로 활동하다 스톰벤처스를 설립했다. 1000건이 넘는 스타트업 투자 경험을 가진 벤처캐피탈리스트로 한국에서도 컴투스에 조기 투자한 바 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남건우 기자 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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